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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Dec 31. 2022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11)

CHAPTER 2 - 06. ‘좋은집’을 위해―비용과 디자인 사이 딜레마

―제발, 현관 타일 좀 새로 합시다. 화장실 타일팀 오는 김에 맡기면 되고, 자재비에 2만원만 더 쓰면 돼요.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가 ‘알겠다’는 짧은 승낙이 떨어졌다. 앞선 세 네 번의 애걸복걸은 ‘비용 최소화’라는 짠돌이 건축주 OKK의 굳건한 의지에 여지없이 무산됐다. 하지만 ‘전국 최저가 타일’로 셀인러 사이에서는 유명한 인천 용타일까지 가서 ‘이벤트 타일’ 스티커가 붙은, 할인폭이 크고 예쁜 타일의 사진과 가격표를 찍어 보내자 건축주의 마음도 흔들렸다.


현관 바닥 Before  After.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600*600각 타일을 총 2만원도 안되는 비용에 구매해 시공했다.


인테리어를 직영하는 입장에서는 건축주가 돈을 잘 쓰면 쓸수록 좋다. 더 비싼 자재를 써서 아름다운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고, 공정에도 더 품을 많이 써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쓰는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비용과 디자인 사이 어느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당신이 만약 건축주인 동시에 직영 시공을 총괄하는 입장이라면, 구현하고자 하는 디자인과 실제 투입해야 하는 비용 사이의 딜레마는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 현장의 경우, 건축주는 정말 최소한의 비용만 들이길 원했다. 우리 부부가 거기에 순순히 동의했다면 도배와 장판 마감, 씽크대 교체, 화장실 덧방 정도만 하고 공사를 끝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전체 철거까지 하고 인테리어에 나선 마당에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집 보다는 아이들을 가진 젊은 부부도 난방, 결로, 곰팡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기능적으로 좋은 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를 많이 설득해야 했다.


일례로 우리는 당초 건축주가 제시한 3000만원의 예산 가운데 무려 1000만원을 목공과 단열 작업에 투입했다. 사실 이런 공정들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40년 전 지어진 이 아파트는 현대식 아파트와 달리 외기에 곧바로 노출된 내벽이 몇 군데나 되었고, 완벽하지 않은 내단열 방식과 그나마 단열재도 세월에 노후된 탓에 벽마다 곰팡이 자국이 심각했다. 이런 집에 누군가 산다면, 어린이든, 젊은 부부든, 노인이든, 금세 건강이 나빠지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단열을 보강한 안전한 집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판단했다.


단열 전문가들과 긴 상의를 통해 단열재로는 비용은 가장 비싸지만 효과도 가장 좋은 경질우레탄폼을 사용, 외기에 취약한 집 내벽들을 꼼꼼히 단열 처리하기로 했다. 다루끼로 뼈대를 만들고 경질우레탄폼을 벽면 구석구석에 두툼하게 분사한 후 응고시켰다. 그 후 석고로 가벽을 세운 후 도배 작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문제는 단열과 목공 등 기능재에 예산을 배분하는 만큼 마감재에 배분되는 예산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저렴한 견적에 그럴듯한 인테리어 결과물을 원한다면 단열이나 방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공정은 줄이고 마감 공정에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좋은 집’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철학(개똥 철학이라고 할지라도)이 용납하지 않았다. 겨울에도 따뜻한 집, 결로와 곰팡이 없는 안전한 집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대신 마이너스 몰딩이나 무문선, 히든 도어와 같이 요즘 유행하는 마감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런 마감을 위해서는 평균보다 많은 작업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건축사사무소 아닌가. 기능적인 면 못지않게 마감의 완성도를 아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최소한의 예산에서 최대한의 완성도를 끌어낼 수 있을까. 이 부분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많은 고민을 했다. 새벽에 자다가 문득 일어나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공정을 논의하기도 할 정도였다. 결론은 ‘Simple is the best.'     


즉, 욕심으로 버리고 최소한의 디자인 요소에 집중하되 마감은 최대한 완벽하게 완성하자는 것이다. 특히 벽면과 바닥 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벽면은 화려하고 엠보싱이 있는 비싼 도배지를 바를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합지가 아닌 실크벽지는 바르자. 대신 흰색으로 굉장히 심플하게. 도장이 아닌 도배 마감이라고 해도 모든 벽면은 퍼티 작업과 초배지 작업을 꼼꼼히 해서 벽지가 울렁거림 없이 벽면에 잘 붙어있도록 하자. 천장과 벽면, 벽면과 벽면, 벽면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마다 각재를 대서 ‘칼각’을 만들기로 했다. 문선은 무문선까지는 못하더라도 9mm 문선, 천장은 마이너스몰딩을 포기하는 대신 무몰딩으로 진행하기로 하는 등 작업 범위를 타협했다.


수평이 심각하게 맞지 않는 바닥은 비용이 많이 드는 수평 몰탈(수평이 낮거나 울퉁불퉁한 바닥면을 몰탈로 채우는 작업)까지는 어렵더라도 샌딩(편차를 맞추기 위해 수평이 높은 일부 바닥재를 갈아내는 작업) 공정을 추가해 최대한 평탄화에 신경 쓰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바닥재인 강화마루나 데코타일, 장판과는 달리 강마루의 경우 딱딱한 나무 조각들을 맞물려 바닥에 본드로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되므로 바닥 수평을 잡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현장 견적을 보러 온 마루 전문가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이 정도로 굴곡진 마루라면 강마루 시공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마루 대신 장판을 시공해야 하는 불상사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다.


부자재 구매도 최대한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루트를 발품을 팔아 알아보았다. 예컨대 좋은 타일을 최대한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전국에서 가장 타일을 싸게 판다는 인천 용타일을 여러번 찾아갔다. 용타일은 서울의 웬만한 타일 자재상의 60~70% 가격 수준으로 타일을 파는 도소매상이다. 특히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타일을 할인해 파는 ‘이벤트 타일’ 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이 재고떨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용타일 판매가격에서도 절반 이상의 할인 가격으로 필요한 타일과 부자재들을 구매키로 했다. 또 조명, 스위치, 도기와 철물 등 기타 부자재를 조금이라도 싸게 구매하기 위해 네이버 카페를 '폭풍 검색'해 을지로 방산시장에서도 가성비로 유명한 상점들을 찾아냈다. 우리가 찾은 상점들은 별도 페이지에 따로 모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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