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13. 도어
처음 도전한 인테리어는 대체로 순조롭게 흘러갔지만 도어 공정에서 의외의 난관에 부닥쳤다. 설계에 특별히 고난이도의 목공정이 들어가지 않다는 점 때문에, 목공팀이 있다는 단열업체에 목공까지 의뢰해 시공비를 아껴보려고 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단열업체 목공팀은 공정 도중 문선 시공을 해주길 거부했다. 당초 기존 문틀을 살리고 MDF를 덧대 9mm 문선을 만들어주기로 하고 계약을 했는데, 중간에 건축주가 마음이 바뀌어 문틀을 자체 철거해버렸다. 문틀에 덧댐시공을 하면 그만큼 문폭이 좁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목공은 문틀이 없어지고 문 구멍만 남자 문틀과 문선을 만들어주지 못하겠다며 도어업체에 이를 부탁하라고 일을 미뤘다.
급하게 수소문한 도어업체들은 보통 목공이 만들어준 문선과 문틀 위에 문짝을 붙이는 것이 관례라며 거절했다. 자체 목수팀을 보낸다고 해도 보통 다른 목공이 하던 작업을 이어받는 것을 싫어할뿐더러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간도 촉박했다. 문선 목작업뿐만 아니라 문틀과 문 주문 제작에만 최소 4~5 영업일이 걸리는데, 타일 공정이 들어오기 전에 문이 모두 설치돼 있어야 했다.
타일 공정이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상황을 해결해주겠다는 도어업체와 새로운 목공팀을 겨우 찾아 시공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문틀과 도어 설치 작업만을 위한 목공정이 추가되면서 추가 지출이 발생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단열업체와 협의를 통해 이들이 준 견적서에서 목공 한 품 정도를 삭제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무리했다. 다행히 단열 목공팀이 다른 작업은 제대로 시공해주었고, 신규 목공팀 인건비를 100만원 정도 추가 부담하는 것 외에는 큰 이변 없이 문제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우리는 경력 있는 목공팀을 선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벽과 벽이 만나는 곳에 시공되는 도어 부분이 의외로 섬세하고 까다로운 공정이며 이를 마무리하는 솜씨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문 설치가 시작됐다. 원래는 기존 목공팀이 문선을 잡아줄 줄 알고 따로 날짜를 잡아두지 않은 공정이지만, 문선과 문틀, 문짝 설치까지 모두 맡아줄 새로운 목수팀이 들어오면서 이틀 정도가 추가로 더 걸리게 됐다. 다행히 공정 계획 단계에서 목공정 뒤에 버퍼 데이를 이틀 잡아둔 탓에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공을 흔쾌히 맡아주신 고 목수님께서 직접 와서 현장을 보시고 실측까지 해주시면서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됐다. 을지로 영림합판목재 대리점 젊은 사장님의 도움으로 문 맞춤 제작도 후공정에 피해가 가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초 건축주와 약속한 9밀리미터(mm) 문선은 MDF 문선을 제외한 문틀을 석고 가벽 안쪽으로 매립해 얇은 문선만 보이도록 한 구조다. 이처럼 요즘 유행하는 무문선, 9밀리미터(mm) 문선, 12밀리미터(mm) 문선 등을 시공하려면 목공팀의 마무리 실력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우리 현장처럼 수직벽과 바닥 자체의 수평이 뒤틀려있는 곳은 밀리미터(mm) 단위로 정확한 실측과 시공이 핵심이다. 고 목수님의 팀을 만나면서 문 제작과 시공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문의 구조에 대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문 맞춤 제작을 할 때는 앞으로 수년 간 사용한 후 방문이 살짝 기울 것까지 고려해 바닥에 일정 공간을 띄워놔야 하다는 디테일도 알게 됐다.
결과물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한 가지 예기치 못했던 것은 화장실 입구 기존 조적벽 수직이 상당히 기울어져 있던 탓에, 다루끼로 수직을 다시 맞추고 가벽과 문틀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화장실 도어폭 자체가 예상보다 더 좁아졌다는 점이다. 도어폭은 600 밀리미터(mm)를 겨우 확보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도기 반입에는 문제가 없는 너비였다.
아마 많은 초보 셀인러들이 도어 문제를 두고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줄이려면 내 예산에 맞는 방안이 기존 문 리폼인지, 교체인지 분명하게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문과 문틀은 어떤 재질(멤브레인, ABS, 유리 등)을 사용할 것인지, 각 문은 어떤 식으로 여닫는 방식을 쓸 것인지 명확히 계획하고 시공에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처럼 문틀과 문선, 도어 전체를 교체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지만,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으로는 기존 도어 재료들을 페인트칠해서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손잡이, 경첩 등의 액세서리를 함께 교체해주면 언뜻 새 도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장 대신 인테리어 필름으로 감싸는 방식의 도어 리폼도 있다. 또 문선이나 문틀만 리폼하고 도어만 새상품으로 교체할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전체 실내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문은 웬만하면 일괄 교체를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현장이 특히 구축이라면 기존 도어 자재가 너무 옛날식이어서 현대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나무 소재일 것이 분명한 문틀은 오랜 세월에 조금씩 휘어진 경우가 많아 도어만 새로 맞춰 넣는다 해도 부정교합이 되기 쉽다. 필름으로 전체 리폼을 하는 경우 전체 교체와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교체가 나아보이는 이유다.
도어 시공을 고려하고 있다면 도어 재질과 종류를 미리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멤브레인과 ABS가 가장 흔히 사용되는 도어 재질인데, 장단점이 있다. 과거에는 화장실만 방습 기능이 있는 ABS 도어와 문틀을 사용하고, 방문은 멤브레인 소재를 사용해 방음 효과를 극대화한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는 방문까지 ABS 도어로 일괄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소재의 선택은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 현장의 경우 방문과 화장실 문을 모두 ABS 도어로 했는데, 최대한 통일성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에 예민하다면 확실히 ABS 도어는 바깥 소음 차단 기능이 약한 것 같다.
그 외 샷시틀과 유리를 이용해만든 터닝 도어도 있는데, 주로 베란다나 다용도실 문으로 많이 설치한다. 포인트를 주고 싶거나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일반 여닫이 방식 대신 미닫이 방식의 슬라이딩 도어나 포켓 도어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다.
한 가지 꿀팁! 도어를 주문할 때는 추후 시공할 마루 걸레받이와 천정 몰딩 색상을 염두에 두고 문틀 필름과 도어 색상을 정하는 것이 좋다.
우리 현장은 30평의 넓지 않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문틀과 걸레받이뿐만 아니라 도어 색상과 벽지 색상까지 최대한 비슷한 화이트 색상으로 맞췄다. 벽을 따라 이어지는 걸레받이, 천장 몰딩 등이 같은 색상의 문틀, 도어와 만났을 때 통일성이 극대화되고 공간을 넓어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필름을 고르려고 돌아다니다 보면 화이트 색상도 십수가지다. 화이트니까 다 비슷하겠지, 하고 대충 시공하면 두고 두고 후회할 수 있다. 벽과 몰딩, 걸레받이와 도어에서 이질적인 화이트 색상들이 각자 자기 주장을 하는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벽지와 걸레받이, 몰딩, 문틀, 도어를 각기 다른 색상으로 디자인할 계획인 경우에도 이들 색상과 재질의 상호 조화를 반드시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만약 현관 중문을 시공할 계획이라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치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현관 중문이 시공될 자리에 스위치나 스피커가 있다면 전기와 목공 단계에서 미리 위치를 옮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중문은 요즘 유행이라서 많이들 설치하지만, 현관 입구와 집 내부를 구분하는 것 외에 큰 기능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영림도어(https://yl.co.kr/)나 이노핸즈(http://www.inohands.com/)같은 도어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굉장히 다양하고 아름다운 중문 디자인이 많다.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중문을 통해 포인트를 줄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