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14. 타일 운반과 양중
타일 운반차가 도착했고, 양중이 시작됐다. 40kg 짜리 떠붙임용 레미탈 10포, 미장용 레미탈 4포, 20kg짜리 압착시공용 드라이픽스 4포, 아덱스 1포, 조적벽돌 50장, 그 외 박스 당 20kg 내외 타일 무려 30여박스가 트럭 한 대에 가득 차 있었다.
인천 용타일에서 구매한 타일을 성북구 안암동까지 운송하고 양중하는 데만 18만원의 견적이 나왔다. 더욱이 우리 현장은 아파트 각 층에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고 계단참마다 서서 한층을 올라가거나 내려가서 현관에 들어가는 구축이었기에 양중팀은 한 박스 한 박스를 모두 손수 반계단씩 내려와 집 안으로 날라야 했다. 수고비 2만원을 더 드리면서 20만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양중팀이 1층에서 엘리베이터로 우리 현장까지 타일과 부자재를 나르는 데 1시간 30분이 꼬박 소요됐다.
시간 당 임금이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날라본 사람은 안다. 40kg짜리 레미탈 포대를 쥐고 계단 반층을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레미탈이나 시멘트 포대는 쌀 포대 운반과도 차원이 다른데, 쌀 포대는 손으로 들면 적당히 멈춰있어서 균형을 잡기 쉬운 반면 레미탈 포대는 양 손에서 자꾸 흘러내린다. 게다가 조그만 충격에도 미세한 가루를 흩날리는 데다 심지어 쉽게 터진다. 공용 계단에서 시멘트 포대를 놓쳐 40kg 짜리 가루가 터지는 상상을 해보자. 운반도 기술인 셈이다. 소위 ‘곰방’이라고도 우습게 불리지만,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공정이라도 직접 경험해보면 ‘몸 쓰는 법을 아시는’ 일꾼들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