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편안한 좌석'이 오히려 사장님을 망하게 하는 이유

'테이블 배치'에 숨겨진 경영의 모든 것

by 잇쭌

우리 모두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점심시간, 동료와 둘이서 식당에 들어섭니다. 마침 창가에 푹신해 보이는 4인용 소파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아, 저기 앉아야지"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직원이 다가와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합니다.


"죄송합니다. 두 분은 이쪽 2인석으로..."


직원이 안내한 곳은 주방 입구 근처의, 조금은 어수선해 보이는 작은 테이블입니다. '흥. 저 넓은 자리도 비어있는데... 치사하네.'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손님은 왕'이라는데, 이 가게는 서비스가 영 엉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레스토랑 경영을 컨설팅하는 제 눈에는, 이 장면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이것은 '서비스 정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내 가게의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사장님의 '경영 철학'이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 사소해 보이는 '자리 안내'가, 사실은 당신의 가게가 매달 수백만 원의 수익을 더 낼지,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본전(BEP)만 감당할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오늘은 이 '테이블 믹스(Table Mix)', 즉 테이블 배치에 숨겨진 냉혹하고도 중요한 경영의 비밀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친절'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함정


왜 우리는 '편안한 좌석'을 선호할까요? 고객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같은 값이면 좁은 자리보다 넓은 자리가 좋고, 딱딱한 의자보다 푹신한 소파가 좋습니다. 옆 테이블 방해 없이 우리끼리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부스(Booth)' 좌석이나 '룸(Room)'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많은 사장님들이 이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가게를 인테리어할 때 경쟁적으로 푹신한 붙박이 소파와 널찍한 4인용, 6인용 테이블을 설치합니다.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분석 중인 '패키지형 전문점(한소반쭈꾸미 모델)'에서, 이것은 '친절'이 아니라 '경영적 모순'일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본질을 다시 떠올려봅시다. 이 가게는 '편안한 공간'을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압도적인 가심비(15,000원짜리 풀코스)'를 '초고속 회전율'로 팔아 막대한 '고정비(월 4,700만 원)'를 감당해야 하는, '고효율 공장' 모델이었습니다.


이 공장의 사장님(경영자)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맛없는 음식'이 아니라, '놀고 있는 의자(Empty Seat)'입니다.


자, 2명의 손님을 푹신한 4인용 부스에 앉혔습니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사장님은 그 테이블에서 나올 수 있는 잠재 매출의 50%를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2개의 의자가 '공실' 상태가 되었습니다. 만약 그 손님들이 식사 후 1시간 동안 담소를 나눈다면? 그 1시간 동안 4인 가족 한 팀(매출 60,000원)을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2인 손님(매출 30,000원)과 맞바꾼 것입니다.


이것이 '친절'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함정입니다. 고객은 편안함을 얻었지만, 사장님은 이 '공장'의 유일한 무기인 '회전율''좌석당 매출'을 잃었습니다.



당신의 가게는 '리무진'입니까, '시내버스'입니까?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파인 다이닝 (Fine Dining) 셰프: 이분은 '리무진 운전사'입니다. 한 번에 단 한 팀의 고객을 모십니다. 최고급 가죽 시트(편안함)와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고, 3시간 동안 천천히 목적지(식사 완료)까지 모셔다 드립니다. 그리고 1인당 30만 원의 요금을 받습니다.


'패키지형 전문점' 사장님: 이분은 '시내버스 운전사'입니다. 이분의 임무는 15,0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으로, 수백 명의 승객(고객)을 '배고픔'이라는 정류장에서 '배부름과 만족'이라는 정류장까지, 30분 안에 빠르고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것입니다.


시내버스 운전사의 철학은 '좌석 점유율 극대화'입니다. "손님, 뒤로 좀 들어가세요! 빈자리 없이 채워주세요!" 그런데 만약 이 시내버스에 2명만 앉을 수 있는 푹신한 '리무진 시트'가 절반쯤 깔려있다면 어떨까요? 버스는 만원인데 실제 승객은 20명밖에 못 태우는, 기괴하고 비효율적인 버스가 될 겁니다.


이것이 바로 '패키지형 전문점'에 '붙박이 부스'를 설치하는 것의 의미입니다. 당신은 '시내버스(대중성, 효율성)' 모델을 선택해놓고, '리무진(편안함, 프라이버시)'의 좌석을 팔고 있는 셈입니다. 이 모순이 당신의 수익률을 매일 조금씩 갉아먹고 있습니다.



'테트리스 고수'의 테이블 배치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손님을 주방 앞 2인석에만 욱여넣어야 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랬다간 "다시는 여기 안 온다"는 악평만 남겠죠.


'경영자'인 사장님은 '요리사'가 아니라 '테트리스 고수'가 되어야 합니다. 고객이라는 '블록'은 1인, 2인, 3인, 4인, 5인... 다양한 모양으로 쉴 새 없이 내려옵니다. 사장님의 임무는 매장이라는 '틀' 안에 이 블록들을 빈틈없이 끼워 넣어 '좌석 점유율 100%'를 달성하고, 한 줄(테이블 회전)이 찰 때마다 빠르게 비워내는 것입니다.


이 '테트리스 게임'에서 최악의 블록은 무엇일까요? 바로 '붙박이 부스''고정된 룸'입니다.

4인용 붙박이 부스: 이것은 '네모 블록'입니다. 2인(I자 블록)이 오면 2칸이 빕니다. 6인(L자 블록)이 오면 앉을 수가 없습니다. 유연성(Flexibility)이 0입니다.


8인용 룸: 이것은 거대한 'T자 블록'입니다. 8인 단체가 오지 않는 한, 이 공간은 영원히 '공실'입니다. 이 모델은 '느긋한 비즈니스 접대'가 아니라 '빠른 가족 외식'을 파는 곳입니다.


이 '고효율 공장'에 필요한 것은 오직 두 가지 블록입니다.


1. 'I자 블록' (2인용 사각 테이블) : 10~15% 2인 손님을 위한 '방어적' 배치입니다. 하지만 이 블록의 진정한 가치는 '유연성'입니다. 2개를 붙이면 '네모 블록(4인석)'이 되고, 3개를 붙이면 '긴 블록(6인석)'이 됩니다. 이 '변신 로봇' 같은 테이블은 사장님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2. '네모 블록' (4인용 사각 테이블) : 70~80% 이 모델의 주력 고객(가족, 직장 동료)을 받는 '워크호스(Workhorse)'입니다. 핵심은 '붙박이'가 아니라 '이동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4인 가족도 받고, 3인 친구도 받고, 때로는 2인 두 팀을 합석 없이 붙여 앉힐 수도 있습니다.


'테이블 믹스'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가게에 어떤 모양의 '테트리스 블록'을 몇 개나 배치할지 결정하는 '운영 전략' 그 자체입니다.



글을 마치며: 테이블은 가구가 아니라, 당신의 '직원'입니다


테이블 배치는 사장님의 경영 철학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누구에게', '무엇을' 팔 것인지를 선언하는 가장 정직한 '물리적 증거'입니다.


당신의 가게에 놓인 테이블은 '가구'가 아닙니다. 그들은 매일 비싼 월세(공간 점유 비용)를 받아 가는 당신의 '직원'입니다.


4T 붙박이 부스: 2명만 앉으면 자기 일의 50%를 태업하는 '게으른 직원'입니다.


이동식 2T 테이블: 2명도 받고, 붙어서 4명도 받고, 6명 단체도 거드는 '에이스 직원'입니다.


당신은 어떤 직원들로 가게를 채우시겠습니까?


물론, 이 '효율 중심'의 전략이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이 '패키지형' 모델에서 고객이 느끼는 '환대'와 '편안함'은 '좌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15,000원에 이 모든 것을?"이라고 감탄하는 '가심비 패키지'에서 나옵니다. 그것은 "줄 서는 동안 커피까지 주다니!"라고 감동하는 '무료 카페'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나옵니다.


식사하는 '활주로(홀)'에서는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고, 휴식하는 'VIP 라운지(카페)'에서는 최고의 편안함을 제공하십시오. 이것이 '편안함'과 '회전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영자'의 가장 현명한 공간 철학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층이 아니면 안 될까요?" 라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