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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글씨 Mar 26. 2021

비교 체험 극과 극

당신의 선택은?

*취준생 시절 양극에 있는 기업에서 비슷한 시기에 면접을 보고 느꼈던 감정에 대한 글입니다. 해당 기업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며, 각 조직문화에 대한 옳고 그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례한 질문을 엄청나게 날렸던 면접관님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은 다소 있습니다...)


0. 서론


우연히, 정말 우연히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연속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내 기준 극과 극에 있는 조직문화와 장단점을 보유한 두 회사에서... 둘 다 붙으면 어디를 가야 할지, 극명하게 장단점이 나뉘어 있는 이 두 회사 어느 곳도 사실상 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그런 회사의 면접에 대한 체험기이다. 


1. 회사 스펙 비교


A 회사 스펙

-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 중견 기업으로 국내를 포함한 해외에서도 규모가 꽤 큼 (지원 전에는 몰랐지만)

- 극보수적

- 조직 문화 장난 아닐 것처럼 보임 

- 재직자 평점 2.1 점 (5점 만점)

- 재직자 후기에서 찾은 장단점

장점 : 돈과 돈과 돈. 연봉이 어마 무시함

단점 : 돈을 제외한 모든 것, 야근 많고 꼰대 문화

- 지원직무 : 재무 


B회사

- 세계적인 외국계 기업

- 이름만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세계에서도 업계 1위를 다툼 

- 아무리 외국계도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형 외국계라고 하지만 수평적인 문화가 좋다고 함

- 자율 체계, 보수 그런 거 없음

- 재직자 평점 3.0 점 (5점 만점)

- 재직작 후기에서 찾은 장단점

장점 : 수평문화, 야근 없음, 업무의 자율성

단점 : 돈을 제외한 모든 것, 돈이 너 어어어 어어어 무 짜다. 

- 지원직무 : 구매




2. 지인들의 회사에 대한 반응


A회사

 

나 : 붙으면 아무 곳이나 간다. (그렇지만 여기 가면 3년 안에 이직한다.)


스터디원 1 : 누나 A회사 가면 못 버틸 것 같은데요? 

동기 남자 1 : 야 니 A회사 가면 하루 만에 그만둔다에 손목을 건다.

친구 1 : A회사... 아니 돈 많이 줘서 좋긴 한데 그런 곳 오래 다닐 수 있겠나.


나 : 아니 근데 여기 연봉이 00만 원인데? 돈 많이 주는데 안가?


스터디원 1, 동기 남자 1, 친구 1 : 아...... 돈은 진짜 많이 주네... 하.. 그럼 일단 가긴 가보자. 근데 오래 못 다닌다. 


예외 반응

친구 2: 무조건 돈이다. 돈은 배신을 안 해. 나는 A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라밸은 돈이 만드는 거다.



B회사


나 : 붙으면 아무 곳이나 간다. (여기 가도 3년 안에 이직한다.)


스터디원 1 : 누나랑 잘 맞을 것 같은데? 솔직히 A보다 좋잖아요

동기 남자 1 : 야 니 B 가라, 솔직히 니  A 절대 못 다님 (아니 내가 B 붙었냐고요... 붙어야 가지..)

친구 1 : 와 B 대박이다! 정말 좋지 않아? 


나 :  아니 근데 좋은데 여기 연봉이 00만 원인데? 이 돈 받고 일해?? 


스터디원 1, 동기 남자 1, 친구 1 : 아... 거기 돈 그거밖에 안 줘? 그렇게 대기업인데? 하.. 아니 일단 가긴 가야지... 근데 좀 심하네. 


예외 반응

친구 3 : 야 솔직히 무조건 워라밸이지. 돈 아무리 많이 줘도 결국 그만두고 다 워라밸 맞는 곳으로 이직한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안고, 그렇지만 붙여주는 곳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아무 곳이라도 가야지, 어딜 가도 이직은 해야 하니까 하는 결심으로 면접에 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떨어져서 선택하지 않아도 되었고, 극명하게 대조점에 있는 기업이지만 결국 회사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3. 비교체험 극과 극, 면접은 과연?


3.1 A회사


본가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지역의 공장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칼같이 떨어지는 정장에 힐을 신었더니 벌써 발이 아팠다. 나를 포함한 여자 면접자가 세명이었는데 한 지원자에 의하면 우리가 면접 보는 전 날, 남자 면접자들은 따로 진행했단다. 도대체 왜 남녀를 나누는지 모르겠다. 면접은 1인당 30분가량 개별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사실상 후기에서 여직원들만 유니폼을 입는다는 글을 봤는데 2013년의 이야기라 설마 아직도 했는데(면접 당시 2019년), 남자 직원이 자율복장인데 반해 여자 직원만 치마 상의 세트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면접 전부터 어떻게 다니지(붙은 것도 아닌데 혼자 고민은 또 엄청 한다) 걱정하던 중 인사팀 담당자님을 만났다. 인상이 너무 좋은 여자분이셔서, 그리고 입사 3년 차라고 하셔서 아 그래도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고, 편견을 갖지 말자는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다.


면접은 재무팀 팀장과 1:1로 진행했는데, 듣던 대로 꼰대 중에 꼰대였고 굉장히 무례했다. 극악무도한 후기에도 여기에 지원한 건 이력서 상에 가족에 대한 사항을 적어라, 주량은 얼마냐는 흔한 질문이 없어서였는데 면접에서 확인하려고 했던 거구나 싶었다. 면접관의 첫마디는 '나이가 많네요'로 시작했다. 졸업하고 뭐했냐는 질문에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했다. 구체적인 답변에도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는지 종래에는 '그게 인생에서 도움이 되긴 됐어요?'라고 질문했다. 팀장은 부모님의 직업부터 형제 관계와 그들의 학력과 학벌, 직업과 결혼 여부까지 확인했다. 심지어 형제가 타지에 산다고 하니 지역과 동네, 아파트 이름까지 물었다. (2019년 7월 이후 채용절차법상 직무와 관계없는, 그러니까 내가 받았던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그게 내가 일하는 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 

 그동안 극 보수 중견기업에는 지원한 경험이 없어 말만 들었지 정말 이런 걸 묻는 곳이 있다니 충격이라기 보단 신기함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그의 무례는 끝날 줄을 몰랐는데, 종교를 묻는 질문에 '불교'라고 대답했더니 이렇게 어린 나이에 불교를 믿는다고? 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아까는 나이 많다면서요. '사찰 걷는 게 좋다'했더니 '27살에 사찰을 걸어?'란 답변과 함께 상상을 초월한 무례함을 비췄다. 


'결혼해도 일 계속할 거예요?' 

'당연하죠, 저는 제 커리어 어쩌고 저쩌고'

'아 네네(심드렁)'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풀어요?' 

'아 저는 등산 수영 어쩌고'

'스트레스 별로 안 받을 성격 같아 보이긴 하는데, 뭐 그래요? 지금 까지 왜 취업을 못한 것 같아요?'    

'역량이 어쩌고, 회사와 지원자의 조직 문화 저쩌꾸'

'성격이 굉장히 낙천적이시네'


더 이야기를 하자면 더 할 수야 있겠지만, 아무튼 이런 대화가 반복되었고 '아 이 회사 붙어도 문제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기분으로 나왔다. 그래도 면접비를 내 예상보다 많이 줬고, 역시 이 회사 장점은 돈이군 확신을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3.2 B회사


그 면접비로 저녁도 먹고 커피도 먹고 빵도 먹고 그다음 날 B회사 면접을 보러 갔다. 역시나 본가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다른 지역의 한 호텔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대기실 안내도 없어 로비에 멀뚱하게 앉아서 30분을 넘게 있었다. 토요일로 면접 날짜를 선택했더니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면접이 자율 복장이라 누가 호텔 손님이고 누가 면접을 보러 왔는지 구분이 안되었다. 나는 반팔 니트에 슬랙스, 운동화를 신었다. 내 옆에는 청바지에 청자켓을 입은 사람부터 넥타이가 포함된 정장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재밌었던 점은 호텔 로비에 발마사지 기계가 있었는데 면접을 보러 온 아저씨가(면접관이 아니다, 면접자다!) 갑자기 구두를 벗더니 소파에 누워 발마사지를 했다는 점이다. 다른 면접 대기실의 긴장된 분위기를 생각해볼 때 상상도 못 할 일이라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면접관이 다가가 이름과 지원 분야를 물을 때도 발마사지를 받으며, 소파에 누워 '아 이름 000이고 직무는 00요'라고 답을 하는데, 자율체계와 수평적이 이런 말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오전에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그룹 토론과 발표 그리고 오후에는 한국인 면접관과 30분, 외국인 면접관과 30분의 개별 면접이 진행되었다. 자기소개는 분명 2분 이내로 준비해오라고 했고 영어로 안내 메일을 받아서 영어 대본을 외워가며 짧게 준비를 했는데, 자기소개가 시작된 순간부터 자율적이라고 포장된 체계 없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도 먼저 하려고 하지 않아 최대한의 인싸력을 발휘해 손을 들었다. 간략한 한국말로 이야기를 했는데, 형식과 언어에 대한 제재가 아무것도 없었다. 발표의 분위기는 흡사 야간수업을 신청하면 일을 하시다 수업을 들으러 오는 분이 많아, 학점 채우려고 듣는 유일한 학생인 내가 모든 거추장스러운 일을 맡아해야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 다음번 발표자를 정하는데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프레지를 준비해온 사람부터 영어 대본을 까먹은 사람, 피피티를 하는 사람까지 복장과 연령만큼 소개의 내용도, 소개의 방식도 다양했다. 호텔의 지배인부터 화장품 회사 근무, 요리사, 조선소 직원 등 그들은 직업도 다양했다. 

 짧은 발표를 들으며 신입은 나 밖에 없는 것인가, 지금 여기가 면접의 현장인건가 잠시 혼란이 왔다. 그룹 면접도 면접이라기 보단 하나의 활동 같이 느껴졌는데 어떤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가 아니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한국 기업에서 그룹 면접은 다들 정장을 차려입고 면접관 눈치를 보면서 논리 정연하게 말하면서도 내가 얼마나 경청하는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 곳의 그룹 면접은 가볍고 즐거운 그룹 활동 같았는데, 정장을 입고 긴장된 분위기 속의 토론만큼이나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다. 


 오전 면접이 끝나고 오후 시간 면접조가 정해졌는데 나는 당연히 그 사이에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할 거란 안일한 생각을 했다. 오전 면접이 끝난 후 회의실 앞 화이트보드에 오후 면접 시간과 이름이 차례대로 쓰였다. 오전 면접은 끝났으니 각자 개별 면접시간까지 알아서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자율체계와 낮은 연봉이란 후기가 문득 생각났다. 

 같은 직무에 면접을 본 지원자 몇몇과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또래의 지원자들과 보통 나누는 면접이 어땠는다는 요즘 취업 너무 어렵지 않냐는 공감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이런저런 면접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다들 연봉이 낮아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요? 제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겁니까? 제 주변만 해도 다들 경악을 하던데 정말 이 정도도 괜찮은 거 맞나요?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전 면접 방식에 대한 의문과 자율적인 점심시간을 거치며 자율적인 기업문화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한국 기업 문화에 완전히 스며드게 된 것인가?' 혹은 '어떤 정형화된 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 건가?' 하는 반성이 될 정도였다.


운이 좋게 면접시간이 빨라 안내된 호텔의 면접장으로 갔지만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지만 들어가도 되는 건지 아닌지, 이전 면접이 끝난 건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전 면접이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 후 면접자가 언제 나올지 몰라 문 앞 복도를 한참 서성이다 다리가 아파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기다렸다. 10여분이 더 흐른 뒤 이전 면접자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왔고, 나는 이미 진이 다 빠진 뒤였다.

B회사의 개별면접은 뻔했지만 어려웠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

'왜 이 직무인가요'

'본인은 리더인가요 팔로우인가요'

'리더적 성향이 강한데 왜 서포트하는 일을 하려는 건가요'

'희망 연봉은 어떻게 되나요'

'이력사항과 전혀 다른 업무인데 왜 지원했나요'

'본인은 내향적인 사람인가요 외향적인 사람인가요'

사실 면접 질문이 계속해서 동어 반복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리더와 소통 그리고 협력에 대한 똑같은 맥락의 질문만 이어졌을 뿐이다. 확실히 A회사와는 질문의 결이 달랐지만 나의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는지 사실상 의아했다. 분명 팀 리더 직무가 아닌 팀원에 지원했고, 그에 대한 답은 사전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미 했었는데 리더에 적합한 직원인지 확인하는 질문이 30분 아니 영어면접에서까지 1시간 내내 이어졌다. 내가 지원한 직무를 혹시 혼동하셨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 면접에 대기하면서도, 두 번의 개별 면접을 보면서도 어쩐지 이 자유로움과 수평적 조직문화가 체계 없음을 잘 포장한 부분같이 느껴졌다. 일을 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무언가 묘한 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면접비는 물론 없었다. 



4. 결론


극과 극의 장단점을 지닌 회사지만 두 번의 면접에서 내가 느낀 것은 장점만 있는 회사는 없고, 장점이 꼭 다 장점일 수도 없다는 점이다. 물론 돈은 절대적인 장점이지만 회사는 절대로 공짜로 돈을 주는 곳이 아니니까. 

돈과 워라밸이라는 양끝에 있는 회사에서 (사실 근무강도야 부바부고, 입사해서 일을 해봐야 진실을 알 수 있지만..) 면접을 보며 아 세상 정말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역시 다 조금 많이 이상한 것 같다. 


 두 회사에서 모두 떨어졌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면접은 회사도 나를 평가하지만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시간이라는 말이 어떤 부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회사 후기와 평점도 사실상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다들 비슷하게 하는 말은 얼추 맞다는 사실도 알았다. 물론, 평점이 좋다고 해서 좋은 회사라는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좋은 회사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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