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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Jul 20. 2024

기찻길 옆 오막살이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동요가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라는 노래다.      

기찻길 옆에 있는 오두막과 같이 초라한 집, 그 오막에서 살고 있는 서민들이 새벽마다 기차의 기적 소리에 놀라 곤한 잠을 깨니, 자연 아이가 많이 태어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태중에서부터 태교가 잘 되어 그런지 어른과 달리 기차 소리가 커도 잠도 잘 자고, 자리기도 잘도 자란다는 노래다.           

격세지감이 있는 이야기다. 요즘 세대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다세대 주택 위아래층 간에 작은 소리에 서로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는 험악한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한다. 같은 소음이라고 해도 시대마다, 사람마다, 시간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형태와 방법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하게 대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참고, 참다가 이사를 가기도 한다. 또 어떤 소리에는 신경이 거의 안 쓰다가, 어떤 소리에는 크게 신경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소에는 아무런 자극을 받지 못하다가 어떤 특별한 조건이 되거나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긴 경우에 더 자극받는 경우도 있다.          

전공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곳에 동시에 신경 쓰는 사람도 사실은 다중 분할 방식(파장을 조금씩 나누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기법으로 여기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일을 잠깐씩 교대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둑에서 다면기와 같은 형태라고 할 수 있다.)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이다. 즉, 한 가지에 마음이 쏠리면 다른 것은 못 느끼거나 쉽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아주 재미있는 게임에 몰두할 때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때가 많은 것과 같다. 게임이 아니더라도 ‘고릴라 실험(농구 비디오를 보면서 흰색 유니폼을 입은 팀이 패스를 몇 번 하는 가를 세라고 했더니 검은색의 고릴라가 농구장을 헤집고 다니는 것을 못 봤다는 심리실험)’에서와 같이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다른 것을 못 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옛 스승들은 수행할 때 우리가 집중력이 약해서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늘 집중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었다. 수행에 집중하면 번뇌와 같은 잡념들이 방해를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보는 것은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거나 하면 애써 안 볼 수가 있는데, 듣는 것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아주 예민한 상태가 되면 작고 사소한 소음도 크게 신경이 거슬린다. 이때도 귀막이를 하거나 하면 되는데 그것이 마음의 불편으로 번지게 되면 사달이 나는 경우도 많다.      

풍광이 좋은 곳으로 캠핑을 가도, 개울물 흐르는 소리나 파도 소리에 귀가 거슬려서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옆에 차도가 있어 빵빵거리는 데도 불구하고 잠을 깊게 잘 자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에는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심각한 고민이나 생각에 잠겨 있거나 해서 뭔가에 골몰히 집중 상태에 있을 때는 다른 소리를 거의 못 듣거나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옛날 학생 때 공부를 하면서 라디오를 틀어 놓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런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라디오를 듣거나 공부를 하거나 따로따로 하는 상황에는 익숙한데 공부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녀 차이인지도 모른다. 대체로 여성들은 남성보다 다중 분할 기능에 익숙하다고 한다. 예전에 은행에서 여자 은행원이 통화를 하면서 메모하고 틈틈이 돈을 세는 일이 있었다. 남자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성은 흔히 통화를 하면서 요리하기도 하고 또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통화를 시작하면 일은 일단 밀쳐 놓는다. 나는 텔레비전을 틀어 놓더라도 일에 집중하면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생각이 단순하니 일을 할 때는 텔레비전 소리가 들리지 않고 텔레비전 내용에 집중할 때는 일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머리의 한계를 잘 아니까 두 가지 일에 집중할 생각을 하지 않고 한 가지는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에 가상의 장부가 2개 더 있다고 한다. 심포(心包)와 삼초(三焦)라는 기관이다. 심포는 한의학에서 ‘심장의 바깥막 즉 기혈(氣血)이 지나는 통로이며 낙맥(絡脈)이 연결되어 있고 심장을 보호하며 심장의 기능을 돕는 작용을 하는 장기(臟器)’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삼초는 해부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장부다. 그래서 이것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또는 자율신경과 교감신경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 심포가 약해지면 몸과 마음의 저항력이 줄어들고 포용력이 줄어든다고 한다. 특히 양쪽 귀 사이가 막혀 한쪽으로 들어온 나쁜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들어온 곳으로 다시 빠져나갈 때까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맴맴 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건에만 집중하게 되고 전반적인 이해력과 수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는 시야가 줄어든다. 또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에 변덕이 심하고 조울증도 온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심뽀(심포)가 고약한 사람’이라고 한다. 심뽀가 고약한 사람은 변덕이 심할 뿐 아니라 고집불통이며, 남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 남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협력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당연히 소음과 같은 문제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증폭되거나 새로운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는 지인이 층간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하여 특허를 냈다고 한다. 국제 발명대회에서 상도 받았다고 한다. 머잖아 우리 사회가 층간 소음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 모든 사람이 고요한 휴식 속에서 큰 기운을 얻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문득 기차 소리와 같은 그런 큰 소음 속에서도 아이를 많이 낳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소음 속에서도 씩씩하게 잘 자랐던 그런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동요를 통해서 소음도 분란이 아니라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것을 다시 되살릴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본다. 진주도 구 진주역이 있던 예 시가지에 9남매 이야기나 7 공주댁 이야기 등이 전해 오는 것을 보면 반드시 먼 옛날의 이야기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심포가 좋아져서 함께 이해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그런 정이 있는 사회가 다시 되었으면 좋겠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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