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는 우리나라에서 봄을 상징하는 대표 꽃의 하나다. 우리나라가 원산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두견화라고 하기 때문에 한문으로 표현할 때는 두견화로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 표현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참꽃’이라는 명칭이 더 보편화되고 있다. 대구 비슬산, 창원 천주산, 여수 영취산 등 남부에도 진달래 군락지가 많아, 봄이면 관광객과 등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철쭉꽃과는 달리 잎에 독성이 적어 식용이 가능하고 일부 약용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진달래 꽃잎을 화전(꽃을 넣어 만든 지짐) 재료의 하나로 사용해 왔다. 전을 부칠 때 진달래 꽃잎을 같이 붙여서 꽃잎의 모양과 향을 먹는 것이다. 또 다른 활용은 술을 담그는 것이다. 옛날 어머님은 진달래술을 잘 담갔다. 봄에 진달래를 한 다라이(큰 함지박의 일본어) 따다가 꽃술을 솎아내고 조금 숨을 죽인 후 유리 항아리에 설탕과 함께 꼭꼭 눌러 담아 놓는다. 점차 설탕이 녹으면서 진달래꽃의 색을 우려내어 색이 점차로 진해지는 데 100일쯤 지난 후에 뚜껑을 열어 고운 체로 걸러내고, 다시 서너 달 더 숙성시킨 후,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즈음에 바탕이 흰 찻잔에 담아 내어놓으신다.
그 당시에는 맛은 물론 무슨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고 기관지에 좋다는 어른들 말씀에 그냥 마시기만 했지만, 최근에 검색해 보니 진달래 꽃잎에는 몸에 좋은 성분이 있어 항산화 효과로 만성 기관지염 완화와 혈액 순환 등에 쓴다고 한다. 물론 어릴 때는 효모로 술을 빚는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고 그저 설탕을 넣고 발효시켜 만드는 것이었지만 어릴 때 기관지가 안 좋았던 덕에 이른 봄의 솔잎 술과 함께 진달래 술을 얻어먹는 호사를 누렸다.
가을이 깊어 쌀쌀해진 어느 날 저녁에 내온 진달래 술 한잔은 책상 위에 조금만 놓아두어도 마치 봄 산에 온 듯, 방안을 온통 진달래꽃 향기로 채우곤 했었다. 진달래꽃향은 그리 진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우리를 채우는 힘이 있다. 게다가 잔을 들어마시려고 하면 기울어진 흰색 찻잔에 생기는 보랏빛에 가까운 진달래꽃 색을 드러내며 황홀한 환생의 세계를 우리를 데리고 간다. 은근히 살짝 드러내는 존재감이다. 그 은은한 향기와 생감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흩어지지 않고 남아있다. 이제는 언감생심, 느껴보기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그 오래전 향기가 그리워진다.
이제는 오랜 과거의 기억이 되고 말았지만, 아직도 그 짙은 향기가 코끝에서 꼬물꼬물 어렴풋한 기억을 헤집어 우리를 머나먼 추억의 곳간으로 흔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