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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여비소엽 Apr 02. 2017

짚어보기

혜안








조금만, 그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보인다.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손짓, 말투, 표정, 행동, 감정들.


그것을 기억하려 할 필요 없이


그저 그들과 함께 있으며 그들을 받아들인다면,


그들이 처음과 달라졌을 때, 기쁠 때, 슬플 때,


고스란히 그자가 느끼는 감정이 나의 것이 되어,


잔잔한 호수에 퍼져나가는 물결처럼 다가온다.




우린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한다.


다른 의미로는, 지나친 감정 소모를 막기 위해 대상에 대한 소극적인 통제를 일궈내려 한다.


자극에 대해 자유로운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고,


존재한다 한들 그 역시 또 다른 두터운 방어기제 속에 가려져 있을 뿐일 테니.




우린 우리가 누군가를 알려고 함과 동시에,


우리가 알면서 모르게 그들이 나를 인식하게 할 흔적을 남겨주곤 한다.


이 흔적을 때때로 신경 써 그들이 나를 알게 하는 모습조차 통제하려 할 순 있겠지만,


그것은 관계에 무개에 결정된 일일터, 감정이 앞서 머리가 끼어들 틈이 없는 관계에선


이것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될 것이다.




상처가 많고 적고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무거운 상처에 입을 굳게 닫아버리는 사람도 있고,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그 일들이 보다 크게 느껴져 숨어버린 사람도 있고,


그들 각각이 느끼는 일들에 대한 회의감, 공포감, 분노는 내가 헤아릴 수조차 없지만


반대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상처'에 대한 기준점은 없는 것이다.




허나 '그들'에 의한 어떤 나 자신의 내면의 파동 역시 '나' 가 존재하기에 일어나는 일이기에,


그들로부터 일어났고 그들로부터 생성된 그 무언가 역시 결국엔 내가 만들어낸 것과 다름이 없다.


혹자는 원인제공을 그들이 했다며 책임감을 덜어내려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본질적 결 착지가 아님을 깨닫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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