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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Apr 24. 2022

훈련병 아들에게 쓰는 편지 2

#공군훈련병 아들바라기 엄마 #자식으로부터 감정 독립하자구

사랑하는 훈이에게

훈아, 집에 가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다는 너의 말에 감정이 훅 올라와서 잠시 말을 멈춰야 했어.

너랑 통화할  엄마는 호떡 포장마차에 있었거든.

점심을 안 먹고 나와서 출출하기도 하고, 주변에 딱히 먹을만한(혼자여서 더) 것도 없어서 눈에 제일 먼저 띈 호떡집으로 들어갔어.

너랑 통화하는   들은 호떡 아줌마도 아들 군대 보냈을    며칠을 울었다더라.

근데 엄마는 여느 엄마들만큼 많이 울지 않은  같아.

그냥 문득문득 네가 네 방에 없다는 것에 허전함이 휘몰아칠 때가 있어. 그럴 때 울컥해서 눈물이 그렁해지는 거지.

지금 이 센치한 일요일 오후에 일광 바다의 잔잔한 파도소리가 위안이 되네.

비릿한 바다 냄새도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엔 유난히 장유 우리집이 그립더라.

장유가 그리울  당장이라도 운전해서 가고 싶은데 그걸 막는  하나 있어.

부산으로 들어올 때 만덕터널 막히는 .

교통체증의 스트레스가 그리움을  이기는 거지.

해서 오늘도 장유대신 일광 바다에  거야.

또 혼자 왔다.

중년 아줌마가 분위기 잡는 것도, 잡고싶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빠는 공부에 너무 매진하는 것 같고, 누나는 데이트 있다 하고..

너도 집에 있었다면 친구를 만나러 겠지?

우린 어느새 이렇게 사는 거야.

교차로 혹은 로타리에 난 여러 갈래 길처럼.

그게 또 자연스러운 흐름이지.

다만 엄마 껌딱지 아빠가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가 좀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다.

훈아, 12명이 방을 같이 쓰는   충격이야.

오늘은 초여름같이 따뜻한 날씨야.

사람들이 바다에 많이 나왔어.

작은 텐트들도 엄청 많아.

엄마도 캠핑의자에 앉아 바다 보며 너에게 편지 쓰고 있어.

이제 네 시네.

슬슬 챙기고 집에 가야겠다.

훈아, 잘 자.

오늘도 수고 많았다.

사랑하는 엄마가.

*, 2022년은 시간이 빨리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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