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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결 Dec 18. 2019

아홉 수 결산

오라, 서른!

여지없이 2019년도 어느새 12월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공보의 100주차에 루틴을 만들자는 다짐과 109주차에 삶의 결을 택하고 그런 이후엔 모든 것을 받아들이자는 결심을 뱉었으며 117주차에 무엇이 없어도 자유치 않더라도 기쁨으로 감사히 즐거이 살자(합 3:17-19)는 글을 124주차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자의식이 깃든 분수에 맞는 삶을 살며 편안한 말과 행동으로 교감하는 사람이고 싶다 썼으나 141주차에 들어선 지금 일상으로 문자를 증명해낸 것이 어째 별로 없는 느낌이라 역시나 말이 또 앞섰구나 싶다. 그렇지만 공보의 생활을 시작한 이래 매년 써온 결산 글을 올해라고 빼놓을 순 없을 터. 작년에 비해 감정이 다소 무뎌진 터라 올해는 담담히 몇몇 사실만을 털어넣고 기록해두려 한다. 올해 나는 어떻게 지냈나.




- 대학원

보건학개론, 보건통계학, 지역사회 서비스디자인 실습, 지역사회보건실습, 보건영양역학, 고급보건통계(임상시험 관련 내용) 총 여섯 과목의 수업을 수강했다. 석사 2부 3학기 차에 다소 무리해서 논문자격시험에 응시했고 덕분에 수업을 수강하지 못했던 시공간역학 기초 내용을 훑었다.  


- 기타 학습

1월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이한 변호사의 정치철학 수업을 수강하며 동시에 윤리학의 기본원리 관련한 책을 읽었다. 2월 낸시크리거의 역학 이론과 맥락 읽기 모임을 만들어 함께 책을 읽고 주 역자를 맡은 교수님을 모시고 세미나를 진행했다. 3월 제 7기 북한 보건의료 아카데미 과정을 들었고 제 1기 국제협력청년역량강화과정을 수료했다. 건강정책의 정치분석 관련 도서를 읽고 소논문을 작성하는 모임을 가졌으나 이내 무산됐다. 정보처리기사 시험과 전산회계 시험을 등록했으나 응시하지 않았다. 5월과 7월 경영학 학사 학위 취득을 위해 경영학 독학사 2, 3단계 과정에 응시했고 2단계는 6과목 합격으로 통과하였으나 3단계는 4과목에 합격하는데 그쳤다. 3단계 2과목과 4단계에 추후 응시할 예정이다. 5월부터 대한예방의학회와 전국보건소장협의회가 주관하는 제 4기 지역사회 공중보건최고리더 과정을 수료했다. 6월 지자체 통합건강증진사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오송에서 진행한 보건통계 해석 및 활용과정을 수강했다. 10월 보건복지부 주최 하에 작년에 열린 의료정보 분석 전문가 기본과정에 이어 금년 심화과정에 선발되어 수강 중에 있다.


- 협회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많은 배려를 받았고 뛰어난 동료들 덕분에 최소한의 업무량으로 제 역할을 해내는 것 마냥 일했다. 덕분에 젊은의사네트워크/세계의사회에 다녀왔다. 상상하던 자리에 다녀왔다는데에 의의를 둔다.


- 글쓰기

대공협 홍보이사로서 각종 성명서와 보도자료 그리고 기타 제안서 및 공식 게시물 등을 작성 및 퇴고했다. 좋은 기회로 의사신문과 청년의사에 '대한민국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산다는 것', '더 나은 공중보건을 위한 제언'을 기고했다. 충남 신규직무교육에서 공보의 보건교육 및 보건사업 참여와 관련한 강의를 했다. 지나쳐가는 공보의 생활 매주 초에 간단한 코멘트를 남겼다. 친구 및 동료의 자기소개서를 몇 차례 교정했고 교정해 준 사람은 모두 원하던 곳에 붙었다.  자리를 빌어 심심한 축하의 말을 건넨다.


- 여행

겨울 한라산에 올랐고 홀로 홍콩에 다녀왔으며 유학 길에 오르는 친구와 청도엘 갔고 제주에 한 차례 들렀으며 아마도 마지막일 가족여행으로 괌에, 우연한 기회에 조지아(옛 그루지아)에 다녀왔고 가는 도중 경유지로 바르샤바에 두 차례 다녀왔다. 지난 이 년 간 바다 건너로 곧잘 가지 못한 한(?)을 푼 셈이다.


- 취미 생활

1월부터 몇 개월 간 토요일 오전에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덕분에 유희열 여름날에 실린 <공원에서> 일부와 이적의 <사랑은 어디로>를 칠 수 있게 됐다. 이전만큼은 아니나 이따금씩 영화를 보러 다녔다. 7월 들어 운전을 시작했고 차에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늘었다. 관사에 둔 데스크탑은 제 역할을 잃었다.


- 기타

많은 사람을 만났고 전보다 통화량이 늘었으며 세 치 혀를 놀리기보다 입을 닫는데에 보다 집중해야 함을 몸소 느꼈다. 매순간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 건 덤이었다.  




혹자는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을 알았다 했다. 나 역시 지나고 나서야 지난 일 년이 참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돌아보니 이미 벌어진 일과 벌어지지 않은 일로 걱정하며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덕분에 연말인 지금에서야 끊어내고 절제해야할 때, 서두를 때와 조급해하지 않아야 할 때를 분별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한다. 결국 또 다시 우선순위와 가치의 문제다.


한편 근 일 년간 겪은 일들 덕분에 말과 글이 갖는 파급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대학원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이전에 브런치에 썼던 보건대학원 자소서 글 링크가 공유된 것도 한 몫했다(https://brunch.co.kr/@friedmelon/17). 해서 결산 글을 쓰기까지 몇 번 망설였다. 그러나 어쩌랴, 기록에 인이 박힌 것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됐건 긍휼한 마음을 여전히 값지게 여기나 착한 척에는 질색하게 된 스물 아홉을 이렇게 맺는다. 삶은 지난하나 그럼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과 애정 덕에 결점 많은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충분히 안다. 받은 감사를 더 큰 감사로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으나 이 또한 오만한 것임을 역시나 잘 안다. 그저 분수에 맞게 때로 폐를 끼치고 못 이긴 척 부탁을 들어주며 약간은 모자란 사람구실을 하고 그저 책임있게 묵묵히 사는 사람으로 서른을 살아냈으면 한다. 말이 긴 걸 보니 이 와중에도 욕심을 부리는 것이 틀림없다 싶다.  


정상적인 사회로 편입할 서른이 코 앞이다. 잘 가라, 스물 아홉. 오라,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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