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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9. 2023

10. 네가 나한테 맞추라는 ‘너’

제1장 퇴사사유: ‘너’는 누구인가

네가 나한테 맞추라는 ‘너’ 

그는 간만에 매우 신선한 스타일이라고 생각되는 캐릭터였다.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야 다들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 최고였다. 이직을 상당히 해 본 내가 보기에 그의 이력은 그냥 뭐 '조금' 참신한 행보 정도였는데, 마케터는 마케터인지 자기 자신에 대한 포장을 상당히 과하게 했다. 


그래, 주위를 보면 회사를 위해 마케팅을 하기보다 자신을 마케팅 하느라 바쁜 사람들 참 많다. 


내가 보기에 업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의기양양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회사에서 처음 임원이 되자 '왕에게 간택 받은 후궁' 같은 느낌이었다. 본인이 ‘관리자’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일에 대해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잘 모르더라도 그냥 실무자를 찍어 누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관리’만 한다. 그래서 업계에 대해 알려고 하기 보다 어떻게든 ‘관리’할 궁리만 한다. 


이 분과 다른 케이스로, 전혀 다른 업무를 하다가 마케팅 리더가 그는 역시 업무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본인의 관리 스케줄에 맞춰 실무자들을 쪼면 되고, 본인은 위에 보고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내내 ‘내가 경영자라면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할까?’, ‘이것이 효율적인 조직 운영 방식일까’ 등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다시 그 분으로 돌아와, 참신한 그는 역시 처음 조직에 온 사람들이 늘 그렇듯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그는 한 동안 우리가 서로 업무 방식에 적응하고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 의견이 있으면 가감 없이 말해달라고 했다. 본인은 얘길 해주면 실제로 듣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말 듣기 좋은 말이다. 실제 그가 그런 사람이면 더 좋았을텐데... 


둘만 대화할 때는 그는 내 의견을 듣지 않았다. 본인 생각과 다른 내용이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디 던졌다. 


(건들거리며) “네가 나한테 맞춰야지” 

(어이없는 표정으로) “네, 당연히 그런데요, 의견 달라 시길래 지금 드리는 중이잖아요. 앞으로는 그냥 의견을 묻지 마시고 시키세요. 그럼 그대로 할게요” 


이러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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