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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23. 2023

15. 계속 사람 뽑으라는 ‘너’

제1장 퇴사사유: ‘너’는 누구인가

계속 사람 뽑으라는 ‘너’ 


그 정도 지위에 올라갔으면 한정된 자원 속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 법도 한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마치 부모에게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끊임없이 뭔가를 달라고 하고 심지어 종종 받아온다. 도대체 뭐라고 구라를 치는지는 몰라도, 이거 재주다. 


어릴 적에는 회사에서 예산 받아오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나도 연차가 쌓이다 보니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으로 돈 낭비하는 윗사람을 좌시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누가 봐도 회사를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리 보전을 위한 행동이라면, 그런 사람과 계속 함께 일할 이유가 도대체 뭘까? 


아, 회사에서 그쪽에 라인을 잡고 줄 선 애들은 당연히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반복되는 비합리적인 결정들에 대해 찬양하고, 놀라워하며, 가끔 진심으로 존경한다. 어쨌든 로열티를 제공하는 대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마인드가 없다는 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충원’이다. 아주 자그마한 이슈라도 있으면 외부에서 사람을 찾는다. 위아래로 할 것 없고, 개인의 안위에 대한 이슈면 더욱 충원에 목을 멘다. 그렇게 무턱대고 입사한 신규 입사자들은 회사 적응에 반년, 그 사이 변한 상황을 따라가는데 반년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대했던 기존 프로세스의 혁신이나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도 다수다. 적응할 시간을 줬더니 너무 적응을 잘한 거지. 


운이 좋아 독한 사람 하나 찾아오면 내부에서 기존 직원과 갈등을 일으키고 누군가는 퇴사를 한다. 그럼 또 충원하고, 그렇게 2년 정도 지나면 그 조직은 거의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되어 있다. 그리고 퇴사한 사람들은 그들을 몰아낸 남은 사람들의 온갖 험담으로 더러워져 있다. 이 회사에 쓰레기들만 입사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조직의 생리에 따라 자주 보게 되는 일이다. 


많은 회사들이 외부에서 사람을 찾으면 나처럼 이직이 잦은 사람들은 좋다. 항상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외부에서 사람을 찾는 방식보다 내부에 맞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을 더욱 권장한다. 조직의 변화나 성장으로 인해 회사 내부에서 생기는 기회는 당연히 그것에 기여한 임직원들이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 또 같은 일을 오랫동안 해온 직원들에게 그것은 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회사들은 외부에서 꼭 맞는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 가장 좋은 방식은 경쟁사에서 데리고 오는 것인데 이래저래 얽혀 있는 관계 때문에 무리가 따른다. 연차와 직급을 고려해 꼭 맞는 업무를 했던 사람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직의 의사가 없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시점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단기간에 업무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역량을 개발하고 네트워킹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그런 교육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회사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방식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독서통신 교육 좀 의무화하지 말고, 꼭 맞는 교육을 찾고 담당자를 선발하는 제도를 갖추면 좋겠다. 


여하튼 무턱대고 사람부터 뽑으라는 그를 보면서 ‘도대체 왜 저럴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다들 지금 조직이 비대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끊임없이 사람 욕심을 부린다. 이것은 인재에 대한 욕심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인재를 싫어한다. 자기 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그는 뭔가 하려는데 자신이 없으면 사람을 뽑아달라고 조른다. 사람을 뽑으면 그 일은 신규 채용한 그 사람 책임이다. 만약 사람을 뽑지 않으면 그 일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사람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 혹시나 인력이 과하다며 구조조정을 하게 돼도 그는 괜찮다. 누굴 내보낼지 결정하는 것도 결국 본인이기 때문이다. 


진짜 누가 이런 거 알려줘? 학원 다니니? 이런 쪽으로는 정말 똑똑해!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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