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제가 본 가장 감동적인 이력서입니다
앞서 말한 회사는 학교에서 마련해준 5주간 인턴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학부 4학년 동안 광고, 홍보, 마케팅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수업을 들었지만 브랜드 이론에 대한 수업은 없었다. 여러 공모전이나 외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 회사와 대표님을 알고 있어 인턴십에 지원했다.
생각보다 5주간의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첫 주에는 브랜드 컨설팅이라는 업무에 대해서 소개를 받고 기초가 되는 이론을 정립한 책도 받았다. 특별히 업무가 주어지지 않을 때 틈틈이 읽어 두라고 했다. 2,3주차에는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모 회사의 컨설팅을 시작하며 그 중 해당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분석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할 줄도 모르면서 뭔가 보여주고 싶어 생각나는 대로 다 정리를 했다. 회사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광고활동, 언론에 노출된 주요 기사, 슬로건, 비전, 미션, 홈페이지 구성까지 싹 털어 정리했다. 꽤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것 같다. 4주차에는 처음으로 회사가 제공하는 컨설팅 문서를 볼 기회가 생겼는데, 몇몇 슬라이드를 보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았다. 그때부터 여기서 5주간 일하고 그냥 돌아가면 안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더 일하면서 브랜드의 세계를 경험해봐야 할 것 같았다.
회사에는 몇 달 전에 채용한 공채 다섯 명이 있었고 더 채용할 계획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주를 그냥 흘려 보내면 안될 것 같아서 주말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먼저 브랜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적었다. 아마도 카피라이팅 시간에 ‘광고는 브랜드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이다’라고 들어본 것이 첫 기억인 듯 하다. 그리고 브랜드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한 과목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공채로 들어온 신입사원 중에는 대학원에서 브랜드를 전공한 분들도 있어서 나도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 점수가 낮은 대신 홍보 영어 시간에 번역한 페이퍼를 지원서 붙였다. 인턴 업무 중에 번역 업무가 많았는데, 내가 그 업무를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기획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편집장으로 제작한 학술지도 한 권 가지고 갔다. 지원서 마지막에는 신입사원으로서 나의 다짐도 썼다. 고민하고 작성하는데 하루를 꼬박 다 쓴 것 같다.
그렇게 지원서를 작성하고 나니 총 10장 정도 되었다. 정성스럽게 프린트해서 학술지와 함께 가지런히 책상 위에 놓고 제출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인사업무는 부사장님께서 담당하고 계셨는데 내 대각선으로 부사장님 방이 있었다. 두근거리며 목이 빠져라 쳐다보는데, 부사장님 방문은 계속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퇴근이 가까워올 무렵 문이 열렸는데 뭔가 굉장히 분주해 보였다.
그래도 오늘을 놓칠 수가 없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인턴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어 지원서를 다시 작성했으니 검토해달라’고 말씀 드렸다. 살짝 놀라시던 부사장님은 ‘읽어 보겠다’고 했다. 자리에 돌아와 초조하게 답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부사장님은 내 지원서를 들고 대표님께 올라가시더니 내려와 나를 불렀다.
“민호기 씨, 제가 지금까지 본 지원서 중에 가장 감동적입니다. 대표님과 상의해서 민호기 씨를 채용하기로 했으니 다음주에도 계속 출근하세요. 오늘 저에게 이런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악수를 꽉 했다. 그때의 기쁨과 부사장님의 표정, 마주잡은 손의 느낌이 다 기억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