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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9. 2024

3. 법적으로는 퇴직금을 줄 수 없어요

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법적으로는 퇴직금을 줄 수 없어요


첫 회사에서 퇴사를 하게 됐다. 사회생활은 처음이라 퇴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첫 회사는 퇴사를 하게 되었어도 꽤 의미 있는 터였다. 그래서 비록 사원이었지만 회사에 어떤 무리도 일으키지 않고 퇴사하고 싶었다. 


선배들에게 퇴사 조언을 구해보니 만 1년을 채우면 퇴직금이 나온다고 했다. 곧 만 1년이라 잘됐다 싶었다. 그런데 더 알아보니 퇴직금은 어찌됐건 회사에 현금흐름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았다. 무리 없이 나가고 싶었는데 회사에 퇴직금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마치 1년이 되기만을 기다리다가 퇴사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더 싫었다. 다니면서 꽤나 일을 열심히 하고자 했던 내 자신에게도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만 1년을 채우기 3일 전에 퇴사를 했다. 내 비록 회사에 부담될 월급이 아니었지만, 즐겁게 일한 기억과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나가고 싶었다. 빈 A4박스를 찾아 물건을 담고 짐을 차에 실었다. 그렇게 첫 회사를 퇴사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선후배 동기들 중에는 약게 행동하지 못한 나를 어리석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만 1년에 3일이 모자르다고 하니 다들 어이없어 했다. 더군다나 그걸 알고 일부러 서둘러 나왔다고 하니 더 어이없어 했다. 다음 회사에 출근하기까지 3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술 한잔 마시러만 가면 주위에서 잔소리를 하는 통에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퇴사한 지 3주차가 되던 어느 날 저녁, 강남역에서 맥주를 한잔 하고 있는데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부사장님이셨다. 


“리셋증후군 연구원, 뭐가 그렇게 급해서 빨리 퇴사했어요? 1주일만 더 있다가 가지. 그럼 퇴직금이 나오잖아요” 

“아, 부사장님,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됐습니다” 

“아이고, 참… 리셋증후군 연구원 진짜… 우리가 법적으로는 퇴직금을 줄 수 없어서 이달 월급을 한번 더 보냈습니다. 그렇게 아시고 잘 지내세요” 

“네? 아, 부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냥 나는 이 기억이 너무 좋다.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신 부사장님께 그때에 이어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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