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자기소개서(1) 경험중심으로 기술
누구랑 친하게 지내라고요?
내가 15년 직장생활 중에 최고 똘아이라고 꼽는 이 사람은 나에게 ‘친구’도 정해주셨다. 퇴근길에 친히 전화를 주셔서 회사에서 본인 말을 잘 안 듣는 사람들 이름을 열거한 후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 본인 똘마니와는 계속 일을 엮어서 함께 일하게 만들었다. 내가 본인의 소개로 이 회사에 입사했으니 당연히 나는 본인의 ‘라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가끔은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를 요구했다. ‘그런 걸 왜 말해야 하냐’고 하니 ‘넌 앞으로 팀장이 될 사람인데 사람도 파악 못하면 되겠냐, 그래서 어떻게 관리자가 되겠냐’라고 했다. 이런 것도 학원에서 가르쳐주나, 똘아이들은 다들 비슷한 말을 한다. 그렇다고 솔직한 답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본인에게 유리한 답변을 원한다. 혹은 내가 한말을 본인 뜻대로 해석해서 활용한다.
회사에서 본인의 라인 만들어서 안정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애들이 한둘이겠나. 나는 그 놈의 라인 잡기 때문에 회사도 쫓겨나봤고, 회사에서 왕따도 당해봤다. 이들은 회사에서 본인의 세력을 불리기 위해 자기 사람을 채용하거나 늘리는 것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 일을 잘하거나 더 나은 일은 하는 데에도 가끔 공을 들이는데, 그때는 오로지 대표나 오너의 눈에 들기 위한 액션에 지나지 않는다.
난 기본적으로 똘아이 당신한테 취업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 취업을 했기 때문에 회사를 위해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당연한 사실이 종종 현실세계에서는 맞지 않는다. 이 똘아이는 심지어 고객사와 통화 중에도 본인이 호출하면 당장 전화를 끊고 오라고 했다. 나는 본인이 일을 주지 않으면 고객이건 뭐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이유다. 그래, 이 똘아이는 인턴들에게도 정직원 되고 싶으면 본인에게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고 했던 놈이다. 그리고는 그 인턴에게 충성심의 증거를 위해 남자친구와 헤어지라고 했다.
최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보며 처음에는 살짝 당황했다. 이런 수준까지 법의 영역에 명시해 방지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어색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보니 나 역시 그 동안 꽤 많은 일들을 당하고 지내왔던 것들이었다. 내가 경험 부자이긴 하지만 부당한 경험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잊혀진 것일 뿐. 내 주위에는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한 후배들도 있다. 그에 비하면 전화해서 누구랑 친하게 지내라는 수준은 정상인의 범주에 들 정도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직장 내 지위가 본인의 인격도 아니요, 권력도 아니다. 그냥 회사에서 임시로 부여한 권한일 뿐이다. 마치 본인이 뭐나 되는 냥 설치는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할까. 그렇게 행동하는 본인을 자녀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섬뜩하지 않나?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후배들이, 너희들 자녀들이 딱 너 같은 사람 밑에서 또 일하게 되는 것이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