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너는 왜 기사로 나를 죽였을까

제4장 자기소개서(2) 업무중심으로 기술

by 리셋증후군

너는 왜 기사로 나를 죽였을까

아마도 PR담당자로 일하면서 업무적으로 가장 답답했던 일이었던 것 같다.


회사에 이슈가 있어 기자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쳤다. 내부적으로 진상 파악을 위해 노력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해당 부서에서도 확인 중인 사항이었다.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한 회사에서는 정확한 조치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자들의 문의에 현재까지 알고 있는 수준에서 대답을 했다. 내부적으로 결정한 메시지였다. 현재까지 상황을 알리고 추가적으로 확인하게 되면 공식 입장이나 알림 자료를 내겠다고 했다.


그 중 한 기자만 나에게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아니라고 했다. 나 역시 빠른 확인이 되지 않아 마음이 급하고 파악하는 대로 다시 알려주겠다고 했다. 우리 팀은 정확하게 대응했다는 내부의 보고를 믿고 있었다. 그는 또 다시 내가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기분 나쁘게 전화를 끊었다.


새벽 1시가 돼서야 회사의 입장을 정리한 알림 자료를 배포했다. 다음날 이슈 관련한 기사가 올라왔다. 꽤 많은 기사가 올라왔다. 그런데 어제 나와 통화한 그 기자는 회사가 아닌 나에 대한 기사를 썼다.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을 본인이 취재해 알아냈다고 썼다. 대학생 시절 학생회장으로 대학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나간 이후 처음으로 나에 대한 기사가 올라온 것이었다. 그는 평상시 나에게 ‘팀장님은 내꺼’라던 기자였다. 퇴근 무렵 업계 동향에 대해 이것저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기자였다. 항상 ‘고견 감사하다’고 통화를 마치던 기자였다.


전화를 했다. 화가 난 목소리였다. 그는 자신의 기사에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있던 기자였다. 본인이 다 알아 냈다고 했다. 뭘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의 당시 내가 알고 있었던 사안에 대해 다시 얘기했다. 듣지 않았다. 그리고 후속 기사를 또 나에 대해 썼고, 언론사 트위터로 날려댔다. 들어가보니 그 언론사 트위터로 기사를 공유한 첫 사례였다.


내 상사 역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저녁 뉴스에 상사의 목소리가 나갔다. 그래도 그건 이슈에 대한 취재였다. 나는 그에게 나에 대한 기사에 대해 더 이상 손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언론사를 찾아가 방법을 구하려는가 싶더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냥 넘기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본 사안은 일단 마무리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상사는 그 기사를 나를 회사에서 내보내는 발판으로 썼다. 홍보실에 다른 누군가를 채용할 무렵, 내 상사는 나를 불러 이 얘길 끄집어 냈다. 당시 회사에서 오너가 크게 문제 삼았었는데 부사장이 잘 얘기해 넘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사람이 문제를 삼았다는 것은 이 회사에서 앞날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는 주도 면밀하니 정확히 그 점을 전달할 의도로 말했을 것이다. 또 회사 내부에 누군가가 ‘팀장이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하다’는 소문을 냈다. 누가 시켜서 누가 소문을 냈는지 알고 있다.


퇴사하기 전 그 기사를 쓴 기자와 다시 통화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화나 있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충분히 시간이 지났으니 관계를 개선해보자고 했다. 왜 관계를 개선하냐고 내게 물었다. 출입 기자와 취재원인데 계속 이런 관계로 지내고 싶은지 다시 물었다. 그는 곧 회사에 올 누구 때문이냐고 물었다. 그게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당직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업무에 있어서 개인의 감정으로 이러저러한 일 모두 다 그르쳐버린 상황이었다. 물론 그 감정은 내 감정은 아니었다. 나는 사적으로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나 매일 출근하면서 신발장 위에 감정을 두고 온다. 그리고 내 윗사람은 이 사건을 나를 내보는데 고급스럽게 이용했다. 한마디 한마디 말이 뱀 같았다. 나를 위해 주는 듯, 걱정해주는 듯했지만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부정적인 내용이고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의 당사자들에게도 좋은 내용은 아니지만, 나의 부끄러움과 분노를 담아 적는다. 그래야 나라는 PR인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솔직하게 알릴 수 있으니까.

이전 14화14. 제가 직장인이면 그렇게 할 수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