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제가 직장인이면 그렇게 할 수 있는데요

제4장 자기소개서(2) 업무중심으로 기술

by 리셋증후군

제가 직장인이면 그렇게 할 수 있는데요

회사를 퇴사하고 나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요청하는 기자들이 많다. 물론 퇴사 사유 등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꼭 회사에 대해 물어본다. 분명히 말하지만 팀장 정도 밖에 안되면 회사에 대해 그다지 아는 내용이 없다.


물론 퇴사하면서 ‘비밀유지서약’이라던가 뭔가의 조치로 인해 얘기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보다는 내가 항상 강조해온 PR인의 윤리의식 때문이라는 것이 더 맞는 설명일 것 같다. 차라리 내가 좀 (많이) 손해를 볼지언정 엊그제까지 홍보하던 회사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예전에 친한 기자가 나에게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본인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부정기사를 쓰겠다고 했다.나에게 내부에 '부정기사를 해결하겠다'고 하고 오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회사 내부에서 홍보의 역할도 알 수 있고, 내 존재감도 생기지 않겠냐고 했다. 다정한 사람. 그 동안 내가 회사에서 이것저것 고군분투하고 있어 측은했던 모양이다. 배려해주셔서 진심 감사하다.


그래도 그럴 수가 없었다.

“기자님, 저 위해서 신경 써주셔서 진심으로 너무너무 감사 드려요. 요즘 좀 많이 힘들었는데, 누군가 생각해주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런데 오늘 미팅하면서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냥 갈 수가 없어요. 그냥 가도 뭐 회사는 모르겠죠. 만약 제 컨셉이 직장인이면 저도 이런 짓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기자님도 제가 PR하는거 나름 뭔가 갖고 하는 것 아시잖아요. 그러니 오늘은 제가 부정 기사 막고 갈게요”


잘한 것 같다. 나는 정신승리까지 할 캐릭터는 못되므로 스스로 보기에 구린 짓거리는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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