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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Sep 07. 2020

브랜딩의 미래*

Fan을 만들지 못하는 브랜드, 제품, 기업은 서서히 죽을거야

*disclaimer: 지극히 주관적인 앨리스의 생각입니다



그는 한국회사를 다니는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그가 철부지 욜로(yolo)족인 줄 알고 있죠. 

모두가 대출 전략과 주식얘기로 바쁠때, 그는 그저 조용히 있을 뿐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모르지만, 그는 가상화폐계의 은둔 고수입니다. 그 동네가 워낙 넘사벽의 사람들이 많다는 걸 고려해도, 그는 지금껏 조용히 작은 초기투자금을 뿔리고 뿔려서 지금은 뭐... 


저는 어설프게 그를 따라 이것저것 잡코인들을 사다가, 어느순간 흩날리는 천본앵처럼 공중으로 흩어진 제 몇달치 월급을 바라보며, 비트코인은 제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졌었죠. 아픔만을 남기고...

이 얘기는 그 사이에 수익금이 한참 더 늘어난 그를 이번에 한국에서 만났을 때의 얘기에요.




"기억나? 약 3년전에 내가 같이 ICO (크립토커런시 즉 가상화폐 버전의 IPO로, 일종의 가상화폐 상장을 말합니다) 들어가자고 한 코인 중에, 엔간한건 니가 다 따라 들어가더니, 니가 싫다고 안들어간게 하나가 있어. 어떤건지 기억해? 그리고 니가 왜 안들어간다고 했는지 기억해?"


금붕어 기억력인 제가 기억할리가 없죠.


"그때 너가, 창업자가 너무 잘생겼다고... 가상화폐에서는 geek들이 성공하는데, 잘생긴 애들은 성공할 수 없다고. 왜냐면 geek들은 혼자 집중해서 깊게 파야하는데, 잘생긴 애들은 주변에서 안 놔둔다고 ㅎㅎ 너랑 내가 그때 한 5개 정도 같이 들어갔는데, 딱 하나 그걸, 니가 안들어갔어. 그때 대부분 코인들이 실패했고, 니가 안들어간 그 하나가 제일 잘되었는데, 그게 체인링크야."


휴... 다시봐도 제 취향이네요. 

만약 제가 저의 스승님의 조언과 말씀을 편견없이 듣고 스승님이 하란대로 체인링크의 ico를 3년전에 들어갔다면, 오늘날 저는 얼마의 수익률을 누렸을까요? 


네, 체인링크는 3년전 ico 가격 대비 지금, USD달러로 150배가 올랐습니다. 


외모로 사람 차별하면 안됩니다, 진짜. 편견은 나의 사리분별을 어둡게 해서 나쁜 판단을 하게해요. 



아무튼, 이게 브랜딩의 미래와 무슨 상관일까요?


저는 잘생긴 CTO를 가진 체인링크가 오늘날 이렇게 떡상을 하게된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이에요. 얘네들이 시총 5위가 된데에는 기술과 사업모델의 펀더멘털보다, 마케팅의 요소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들이 그렇게 떠버린 마케팅은 제가 요새 생각하는 새로운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어요.


저는 신생 브랜드가 떠오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Fan + Community + Interest(보상)이라는 세가지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1. FAN

모든 브랜드들이 Fan을 만들고 싶어하죠. 그런데 결코 쉽지 않죠. 대부분의 경우 브랜드 매니저나 회사 임직원들이나 팬이면 다행인정도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체인링크여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체인 링크를 산 사람들 중에는 유독 Meme을 만드는데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던 겁니다. 블록체인에 관한 뉴스는 주로 트위터를 통해 퍼지고, 일반적인 키워드가 # (해쉬태그)로 검색이 된다면, 코인들은 $ (캐쉬태그)로 검색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캐쉬태그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훨씬 유명한 코인이니까 늘 1, 2 위를 차지하고나면, 3위는 체인링크였대요. 거래량 기준 100위권 밖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구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능기부


이런 Fan들이 만들어내는 컨텐츠는 오늘날 브랜딩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광고시대가 도래한 후 마케터들에게 굉장히 피곤해진 점 하나는 광고 자산을 (비디오, 이미지) 짜치게 많이 만들어야 하는 점이거든요. 원래 그 전에는 TV광고, 신문이나 잡지 지면광고, 매장광고 등 한번 광고 자산이 생기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채널들로 가기때문에 소수의 완벽한 광고 자산만 만들면 되는데 (그리고 경쟁도 큰 브랜드들끼리만 하면 되었는데), 요새는 큰 브랜드들도 듣보의 브랜드와 한 채널에서 광고가 되는 시대가 온거죠. 여기서 기업이 광고자산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Fan들이 2차, 3차 생산하는 UGC (User Generated Contents) 의 양을 못따라갑니다. 양도 양인데, 오늘날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진정성(authenticity) 측면에서 못따라가죠.


비슷한 예로, BTS가 글로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BTS가 아직 신인일 때, 작은 신생 기획사에서 나온 아이돌그룹이라 메이저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했고(기획사의 파워부족), 어떻게든 팬과 소통해야하니 자체적으로 유튜브나 온라인 소통 채널을 만들어서 컨텐츠들을 올렸다고 해요. 더 많은 팬질을 할 떡밥에 목말랐던 팬들이 가수와 소속사가 올린 1차 컨텐츠를 편집하고, 다른 나라 언어들로 자막을 달아가며 2차, 3차 생산을 해서 배포한거죠. 


반면 메이저 방송사에 나온 컨텐츠들은 저작권이 방송사에 속해있기 때문에 2차, 3차 생산은 커녕 다른 나라에서는 재생도 안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브라질의 팬이 우연히 BTS를 알게되었을 때, 가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유튜브를 키면, 이미 포르투갈어 자막이 빵빵하게 뜬 떡밥들이 수두룩 했던거죠. 떡밥을 줍다보면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팬이 되고... 그런 선순환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2. Community

그리고 체인링크를 소유한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Link Marine (링크 해병)으로 부르기 시작합니다. 

링크 코인이 만개가 있으면 너는 이병, 이만개는 일병, 삼만개 소령 뭐 이런식으로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는 서브컬쳐를 만들어 낸거에요.


이 링크 마린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는 셀 버튼(sell button)을 모른다"며 서로를 잡아주구요. 


그리고 이 Fan + Community (그러고 보니 이걸 팬덤이라고 부르네요)가 제대로 빛을 발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돈 많은 캐피털에서 "내가 이거 숏을 치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한거죠. 자기들이 아무리 분석을 해도 현재 가격은 너무 높다고 한거에요. 

*숏을 치겠다고 말하는건, 아주 아주 간략히 말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데 배팅을 하고, 실제로 가격이 떨어지면 높은 수익률을 얻는 투자기법입니다.


실제로 가격을 떨구기 위해서 저런 불안감을 조장합니다. 저렇게 선언을 한 것도 공포를 조장하려는 의도였고, 코인계의 인플루언서들에게 돈을 주면서 이들을 통해서 FUD (Fear Uncertainty Doubt)를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게 링크 마린들을 빡치게 한거죠. 여러 재능있는 사람들이 조사를 해서 숏 포지션이 청산되는 가격을 확인합니다. 역시 아주 간략하게 말하면, 가격이 하락하는데 베팅을 했는데, 역으로 가격이 올라가서 특정 가격을 넘어가면 이 숏포지션이 취소가 되면서 걸어놨던 돈이 자동으로 시장가격에 매수를 하게 된대요. 링크 마린들은 그들을 청산시키기위해 전 세계의 링크 마린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똘똘 뭉친 링크 마린들은 숏포지션을 청산시킵니다. 문제는 숏이 청산이 되면 시장가로 되사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매수가 엄청 많아진거죠. 그래서 가격이 더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캐피털이 포기하지 않고 두번째 숏을 칩니다. 이미 전번에 비싸다 그랬는데, 이미 거기서 몇배가 올랐는데, 이번이야말로 내려간다. 이건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두번째 숏도 링크 마린들이 또 청산을 시켜버립니다. 그래서 이 두번의 사건은 체인링크의 가격이 안드로메다로 가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해요. 



3. Interest (보상)

체인링크의 경우는 보상은 좀 더 명확하네요. 코인의 가격이 오르면 그걸 보유하고 있는 팬들의 자산가치도 오르게 되니까요. 


그런데 일반적인 제품의 브랜딩에도 이런 보상의 원칙이 들어가면 팬과 커뮤니티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겉으로만 보면 잘 안보이니까 제가 요새 하는 일로 예를 들어볼게요. 

브런치에는 따로 업데이트를 안했지만, 요새 저는 미국의 주방 가전 브랜드를 마케팅하고 있어요. 에어 프라이어, 블렌더, 쿡커 등을 파는 브랜드를 동남아시아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작은 회사이기도 하고, 저에게 많은 권한 위임을 해주는 보스와 일하고 있어서, 저는 이 제품을 아시아에 어떤 전략으로 마케팅할지에 대한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있죠. 


뭐 아이디어는 아주 간단한건데, 실행과 자잘한 룰이 좀 있긴하지만, 저는 인플루언서들과 수익공유 모델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어요. 빅 브랜드에서는 이런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할 때, 실행의 간편함 때문에 에이전시를 끼고 일하며 포스트당 돈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했을 경우 진정성을 너무 잃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다 없애고, 사람들이 실제로 써보고 그들이 좋아하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포스팅하고 옹호하도록 했고, 대신 그로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인플루언서들과 나눴어요. 브랜드가 잘할수록 그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인플루언서들이 우리와 자연스럽게 한배에 타게 되었죠. 그래서 그분들이 단순 포스트 외에 CS까지 자처할 정도가 되었거든요. 


경쟁사는 제품의 특장점들을 잘 표현한 에이전시가 만든 광고들이고, 저희가 올리는 대부분의 에셋들은 제품 유저들의 리포스트들이거든요. 보상과 커뮤니티를 통해서 Fan을 강화했고, 그 Fan들이 다른 사람들을 Fan으로 리크루팅합니다. 그렇게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지죠.

 


제가 놓친 코인투자부터 얘기가 시작되었는데, 결론은 분야를 막론하고 요새 뜨는 브랜드들은 Fan없는 브랜드들은 없다는 것입니다. Fan을 만드는데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만약 브랜드가 카리스마와 신념을 가진 창업자같은 자산이 없고 (파타고니아 파운더나 게리V같은) 엄청난 기술력과 디자인을 지닌 독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는게 아니라면, '보상'과 '커뮤니티'라는 요소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효과적인 Fan이 다른 Fan을 리크루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신생 브랜드들은 대부분 리소스가 많이 없죠. 이런 상황에서 빅브랜드들이 절대 못하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아요) 이 Fan을 만드는 마케팅으로 파고들면 적은 리소스로 좋은 결과를 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브랜딩의 미래라고 생각하는건, 이렇게 했을 때 브랜드와 소비자는 궁극적으로 모든 미들맨들을 쳐내고 서로가 win-win하는 가장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선순환을 통해 저희는 자사몰에서 매출이 가장 많았지만(리테일 마진이 없어서 이득), 그 traffic은 광고로 부터 온게 아니고 대부분 Fan/인플루언서들로 부터 온것이며 (광고비 안태워서 이득), 대신 그 수익은 Fan들과 새로운 고객들에게로 돌아가게 되었죠. 


만약 새로운 제품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셨다면, 어떻게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팔지 고민하기전에, 어떻게 Fan을 만들고, 우리 Fan들이 더 참여하고 뭉칠 수 있고, 어떻게 우리가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이익을 그들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해보시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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