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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Feb 08. 2023

안녕하세요, 전단지 알바입니다

나이 마흔 신입 일기_2

검색엔진에 '마케터'라고 검색을 해보시라. 온갖 미사여구 범벅의 문장이 난무하는 현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을 리서치하고, 상품의 기획 생산에 관여한다거나, 판촉까지 관리하는...」 말 그대로 모든 업무에 발 담그고 있는 다재다능한 만능인이어야 이 모든 업무가 가능할 것만 같다.


엄밀히 말하면 마케터는 그게 맞지만, 그런 고로 AE, 퍼포먼스, CRM, 프로모션, 그로스 마케터 등등 분야도 다양하게 나뉘어 있지만!! 인하우스 마케터는 그런 거 없다. 내가 혼자 이 모든 과정을 쳐내야 하고, 전임이나 사수가 없으면 장님처럼 더듬더듬 회사에 적합한 마케팅 기획을 찾아나가야 한다.(그나마 실행할 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노하우가 없으면 아예 건드리지도 못하는 -대행사를 써야 하는- 분야도 꽤 있다.)


책을 읽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욕심내서 빌린 책들은 쌓여가고, 못 읽은 기사가 북마크에 200개 넘게 쌓여가니 무언가 갑갑하다. 아득하다고 해야하나? 사수라도 있으면 뭘 취사선택할지 물어보기라도 했을 텐데, 이쯤 되면 사수 없는 신입 자리를 말린 스쿨 매니저 님이 새삼 떠오른다.


디지털 광고는 CPC라는 지표가 중요하게 취급된다. Cost per click, 즉 내가 돈 들여 돌리는 이 광고가 몇 명이나 클릭했냐는 건데, sns 광고는 (천) 뷰당 금액을 매기기 때문에 같은 비용당 많이 클릭할수록 좋은 광고, 즉 CPC가 낮은 광고를 좋은 광고로 친다.


페북, 아니 메타 광고를 돌린 지 두 달 차, 예를 들어 5만 원을 들여 광고를 하고, 만 명이 보고, 그중 100명이 클릭을 했다고 치면 한 클릭당 500원이 소요되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저렴하게, 많이 노출하고, 또 많이 클릭할 수 있는지 소재(이미지나 글)를 조금씩 바꿔가며 계속해서 개선해야 한다. 많이 클릭하면, 많이 팔리고, 결국에는 그게 마케터의 목적이니까.


그런데 매일 메타 광고관리자에 들어가 이런저런 지표를 살피다 보면 앞서 언급한 '마케터의 정의'와는 많이 멀어졌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시장 리서치, 기획 생산 등등과 관계없이 이미 나온 결과물을 어떻게든 매력적으로 보이게 광고를 만들어 여기저기 배포하고, 팔아야 일이 마치 '전단지 알바'같다는 생각 말이다.


물론 신입이 기획 생산 욕심은 언감생심이고, 모든 마케터가 나처럼 전단지를 돌린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여기저기 치이며 배우는 과정에서 드는 자조적인 생각일 뿐. 나도 나의 직업을 화려한 미사여구로 '있어빌리티'하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쌓을 수 있을까? 내 일을 사랑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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