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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유영 May 26. 2022

마흔에 아이 낳을 순 없을 거야

우린 어쩌다 딩크가 됐을까 (1) by 믹서

"삶의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천천히 깊이 있게 탐색하다 보면, 우리가 왜 지금처럼 살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엘런 L. 워커의 <아이 없는 완전한 삶> 중


어쩌다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됐을까. 반추해 본다. 결혼 후 1년 정도 됐을 무렵 임신을 하고 유산을 했던 그때로 시계를 돌린다.


유산 후 2년간 미친 듯이 일했다. 그때 내 나이 서른여섯. 7년간 다니던 방송국에서 퇴사하고,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1년간 뉴욕에서 기자로 살았다. 시아버님은 미국에서 아이 낳고 미국 시민권자 만들어 오라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탐색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아이를 낳는 건, 보험 없이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아무래도 아이는 한국에 가서 낳아야지 싶었다.


그 당시에도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섰기에 임신을 했어도 노산이었을 것이다. 1년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서른일곱이었다. 직장 일은 점점 바빠지고, 새롭게 하고 싶은 일들도 생겼다. 아이 고민은 계속됐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세월은 휙휙 지나갔다.


난 마흔이 기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낳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바로 마흔이라는 나이라고 본 거다. 마흔이 몇 년 안 남은 시점에서 나의 커리어는 점점 발전해서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8~39살을 지나면서는 남편에게 우울증과 뇌경색이 찾아오기도 했다. 아픈 오빠를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었기에 아이 문제는 당분간 접어둘 수밖에 없었던 시기들을 지났다.


서른아홉이 끝나갈 때쯤 나는 회사 인간으로서의 삶을 종료했고, 남편과 함께 우리가 꿈꾸던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먹고사니즘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마흔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 없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살면서 아플 수도 있고,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지 않은가. 그 누가 직장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그 누가 바쁘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 물론 굉장히 힘들고 전쟁 같은 삶이겠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며 그 길을 간다. 하지만 우린 그 길을 가지 않은 것이다.


"세상 살면서 지금 이 순간에 꼭 해야 할 중요한 게 있고, 불확실하지만 미래를 위해 중요해질 수도 있는 일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린 미래 가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일은  수가 없으니 어쩌면 아이 낳지 않은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쿨하게 인정한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말에 수긍이 됐다. 나는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 뿐이다. 어차피 사람은 인생의 모든 길을  수는 없다. 흘러가는 대로 우연히 살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 문제에 있어서 나는 우연보다 선택을 선택했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 (계속)

*관련 내용으로 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링크: https://youtu.be/fBOEazupo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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