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자본주의의 노예?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작게 사업을 하셨습니다. 크게 성공하셨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제가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과 다르게 매달 정해지지 않은 수입을 정말이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지셨답니다. 그렇게 커 보이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새 머리 희끗하신 할아버지로 변해갔고 저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막중함과 고단함'을 조금씩 알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죠. 저도 그렇지만 직장인들 대다수는 다양한 분야의 '업종'을 가진 회사에서, 집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해가 저 멀리 떨어져 아름다운 노을이고 뭐고 정신없을 저녁 무렵에 퇴근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주 52시간이 되었고 충분히 익숙해질 만도 한데 해야 할 일은 쉽게 줄지 않는 것 같네요.
"박 차장, 이번에 이 프로젝트 한번 맡아보는 어때?"
"제.. 제가요?!"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새로운 임무가 부여되곤 합니다.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는 것은 회사에서도 무엇인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직장인들이 미션을 성공하면 회사는 매출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될 것이고 이 수익원을 발판 삼아 한층 더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장인들 월급 통장에는 매달 정해진 날마다 기분 좋은 숫자가 기록되곤 하죠. 물론 카드값으로 절반이 훅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답니다. 웃프지만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은 그렇게 변함없이 돌아갑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만큼 쓰는 것이고 쓰는 만큼 또 다른 곳에서 제 통장의 숫자들을 갉아먹는 것이죠. 이것은 마치 자본주의의 먹이사슬? 아무튼 자급자족 하는 시대도 아니니 어떻게든 머리를 써야 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서로서로 협력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것도 이제는 각 기업들이 앞다투어 수행해야 할 그리고 협업해야 할 새로운 프로젝트이자 업무의 하나가 되었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결코 변함이 없지만 인공지능이 탄생하면서 자본주의를 구성하고 있는 근본적 요인들은 크게 변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돈도 되는 인공지능의 비즈니스 모델?
인공지능이 현시대의 테크놀로지 분야 중에서 굉장한 화두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겠죠. '인공지능'이라는 굉장히 광범위하면서 포괄적인 키워드보다 '챗GPT'라 불리는 오픈 AI의 인공지능 솔루션 자체가 세상을 뒤흔드는 듯 충분하리만큼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딱히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네요. 테크놀로지 분야에도 '인기검색어' 따위가 있었다면 챗GPT가 줄곧 1위 키워드에 랭크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산업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온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나 컨퍼런스, 세미나와 박람회 등이 줄을 잇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인공지능 분야에 있는 사람과 기업 그리고 실제 AI 서비스를 만나고 경험하면서 '인공지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상당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질문은 어떨까요?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어떻게 지속적이고 효과적이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류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도 없을 테지만 동시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발상으로 접근하게 되면 이야기는 분명 달라집니다. 챗GPT라는 것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만 해도 인공지능 솔루션이 다른 산업 분야의 테크놀로지와 접목하여 전혀 다른 세상을 선사해 줄 기술이라는 선입견이 컸는데 지금의 인공지능은 솔루션 그 자체로도 잠재력이 있는 매출원이 되어가고 있고 이를 통한 유료 모델 또한 충분히 협업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서 자리 잡고 있는 중입니다. 오픈 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Bard), 메타의 라마(LLaMa)와 같은 글로벌 인공지능 모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뤼튼까지 자신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내놓고 경쟁 모드에 돌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기업, 기관 혹은 개인에 이르기까지 유저들을 대상으로 협업을 꾀하기도 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마구 만들어내고 있다죠.
사실 챗GPT는 인공지능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굉장히 굵직한 모델로 자리했습니다. 그만큼 챗GPT를 향한 투자유치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죠. 당연히 기업가치도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영업비용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이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 확보와 학습 그리고 그에 따른 고도화 비용, 심지어 챗GPT가 유저 쿼리를 받아 Generating 할 때 들어가는 전력 비용(그래요, 전기세 맞습니다)과 같은 인프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4년이면 약 10억 달러가 넘는 매출 규모로 성장하게 될 텐데 이러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적자 또한 그에 못지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적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GPT 등 생성 AI의 기술진보가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답니다.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비용도 절감되니 효율성 자체가 올라갑니다. 그러니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테크놀로지 혁신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누군가의 일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이러한 일자리 대체는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충분히 임팩트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인공지능을 가진 거대기업으로 힘의 논리가 작용될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자본주의와 인공지능
테크놀로지가 진화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변화를 눈앞에서 목격했을지도 모릅니다. '격세지감'을 몸소 느낄 수 있게 된 거죠. 과거 증기기관이 탄생하고 전기가 발명되어 전 세계에 산업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인터넷과 컴퓨터의 등장은 굉장한 지각변동이었습니다. 급기야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면서 스마트폰에 가장 알맞은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리곤 우리들의 노동력도 점차 플랫폼을 향했습니다. 플랫폼을 가진 IT 기업들은 꾸준하게 자신들의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조회사이라던가 유통회사가 과거의 자본주의 사회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IT 기업을 넘어 플랫폼사가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네요. 그러니 그 안에 존재했던, 그리고 지금의 구성원들 또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단순히 기계를 다루거나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수준이 아니라 로봇을 포함한 기계 혹은 인공지능과 '함께' 이 문명을 이끌어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현존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세상을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혹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극히 유토피아적 상상과 도전 속에서도 자신들의 최우선 목표는 기업의 성장과 수익 창출에 향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대다수 구성원들이 기본적인 소득을 벌고 있을 때 이를 통제하는 상위 클래스의 극소수들은 여전히 다른 세계에서 이상적인 것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테크놀로지 발전 뒤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방식의 변화는 사실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중심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자본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철저하게 무시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달과 모바일로 향하는 트렌드 그리고 플랫폼의 출현, 공유경제 그리고 거대한 슈퍼앱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동안에도 자본주의는 여전히 굴러가는 중입니다.
출퇴근이 이뤄지는 러시아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노예'라며 매너리즘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회사의 건실한 발전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일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만큼 어딘가에 돈을 쓰며 삽니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전형이죠. 기술이 발전하고 거대한 인공지능이 등장했어도 지금 우리의 삶은 어제처럼 밝은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 지난 글 다시 보기
https://brunch.co.kr/@louis1st/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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