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AI x Figure가 협력해 만들었다는 휴머노이드 로봇!
얼마 전에 미팅할 일이 있어 분당에 있는 네이버 신사옥에 다녀왔다. 기존에 자리했던 네이버 빌딩을 그린팩토리, 그 뒤에 새로 올라간 신사옥의 이름을 '네이버 1784'라고 부른다.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시기를 두고 명명했다고 한다. 이곳의 주소 역시 정자동 178-4번지다. 건물 자체가 남다르다. 어느 SF영화에서 봤던 느낌 같기도 하다. 거대한 미술관처럼 모던하기도 하지만 사람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느낌도 있었다. 로비에서 한 층만 올라가면 스타벅스가 있다. 외부인도 출입 가능하다고 하는데 밖에서는 이곳에 스타벅스가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스타벅스 뒤쪽으로 회의실이 있는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자율주행 로봇이 커피를 딜리버리 해준다.
사실 이곳 네이버에는 네이버랩스라는 계열사가 있다. 2017년 설립된 네이버의 R&D 전문기업으로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연구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에서 연구하고 있는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굉장히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 로보틱스(robotics)였다. 로봇 테크놀로지에서도 다양한 아웃풋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클라우드를 이용한 브레인리스 로봇, 공간을 매핑해서 목적지까지 (아무런 장애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 로봇, 사람과 안전하게 인터랙션 하는 양팔 로봇까지 굉장히 다양했다. 스타벅스의 커피를 실어 나르는 로봇 역시 자율주행 로봇에 해당되는데 이름은 루키(rookie)이고 커피뿐 아니라 택배나 도시락도 알아서 배달한다고 한다. 간혹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이 있기는 한데 그보다 활동범위가 넓고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사람과 상호 작용한다. '서빙봇'처럼 식당 내부에서 운행되는 로봇의 경우는 사실 고도화가 절실한 편이다. 테이블까지 잘 오긴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기계적 오류나 사람의 실수로 인한 비정상적 작동 등 실제 일하는 사람의 손이 자주 가는 경우도 없진 않다. 실제로 그러한 장면을 보면 걸리적거릴 뿐 차라리 사람이 움직이는 게 낫다 싶을 정도다.
사실 로보틱스의 발전은 꾸준했다. 로봇을 다룬 영화 역시 끊이지 않는 편이었다. 과거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에서 개발한 로봇은 파쿠르까지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역동적이기도 했다. 이름 그대로 '다이내믹'한 수준이었다. 인간형 직립보행 로봇에 이어 개나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4족 보행 로봇도 있었으며 상자를 운반하는 로봇이나 화물을 분류하는 기계와 같이 스마트팩토리에 가장 어울릴법한 로봇들을 제작해 왔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재자동차그룹의 산하 기업이 되었다. 현대자동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보틱스와 결합한 차세대 모빌리티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한때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공개한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은 인간의 형태를 닮은 로봇으로 디자인 요소라던가 기능적인 요소에 따라 조금씩 그 타입은 다를 테지만 인간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머리, 몸통, 팔과 다리까지 완벽하게 인간의 신체 구조를 닮은 꼴도 있지만 상체만 설계하여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 오픈 AI가 로보틱스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스타트업 '피규어(Figure)'라는 곳과 손을 잡고 만든 '피규어01'은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닮았다. 피규어라는 스타트업은 위에서 언급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테슬라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202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고 오픈 AI를 비롯하여 MS,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을 통해 약 9천억 원에 가까운 펀딩을 받기도 했다.
오픈 AI와 피규어의 합작품인 피규어01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굉장히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 테크기업인 오픈 AI와 로보틱스를 연구하는 기업 간의 협력은 그리 어색한 일도 아니다. 기계공학이라던가 제어공학, 산업공학, 신소재, 반도체 등 이를 융복합한 로보틱스 위로 인공지능을 탑재한다면 우리가 영화에서 한 번쯤 봤을법한 로봇이 탄생하는 셈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오픈 AI와 피규어의 만남은 어쩌면 가장 최적의 조합이 아니었을까? 피규어01은 사람이 던지는 질문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작동했다. 더불어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가 주변 환경을 비전 데이터로 삼는다. 시각언어모델에 입력된 데이터는 엔드투엔드(ent-to-end) 신경망에 의해 작동한다. 아래 영상에도 있지만 로봇 앞에는 컵과 플레이트, 사과 등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것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기는 했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쿼리에 사과를 건네기도 했고 컵과 플레이트를 스스로 건조대에 놓기도 했다. 시각 기능을 통해 물체를 인식하고 있고 사람의 질문을 쿼리로 수용하는 것이니 언어 자체를 이해한다는 셈이다. 사람의 음성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이 다소 느린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긴 하지만 물리적인 속도의 해결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피규어01의 움직임은 진짜 사람이라도 된 듯 자연스러웠다. 간혹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와 '로봇춤'을 춘다고 하는데 이젠 그것도 옛날 얘기다.
https://youtu.be/Sq1QZB5baNw?si=Qk6Oe-d06VnT7Q2V
자주 즐겨보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는 얼마 전 MIT의 다니엘라 루스(Daniela Rus) 교수가 글 하나를 기고했고 거기에는 "고래의 집단행동에 관한 생태 연구"가 언급되기도 했다. 약 15미터에 달하는 이 고래의 생태를 관찰하려면 장기적으로 볼 때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필요했는데 사람이 옆에서 헤엄칠 수도 없거니와 잠수함 같이 고래의 삶 자체를 방해하는 것들까지 장애가 많았다. 이후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띄워보기로 했단다. 그냥 단순한 드론이 아니라 8개의 로터가 달린 드론으로 고래의 모습을 잘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탑재해 마치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새와 같았다고 한다. 드론의 이름은 팔콘(Falcon). 대략 30분가량 바다 위를 날며 고래의 생태를 담았다고 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은 단순한 RC모델을 넘어 자율비행과 인공지능을 탑재한 일종의 로봇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저 멀리 달에 착륙한 로버 같은 기계 역시 인간을 대신하며 관찰 임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공장 같은 산업 현장에서도 다소 위험할 수 있는 포지션에 배치되어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고래의 생태를 관찰하는 드론이 가장 '베스트'인지는 알 수 없다. 사람이 하는 영역을 서서히 로봇이 잠식하는 것도 로봇의 존재 이유이자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로봇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게 될 것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