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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29. 2024

회식이 사라진 것 같다

오늘의 단상


일단 회식이라고 하면 팀장부터 막내까지 모두 날짜까지 맞춰서 (계획적으로) 가곤 했다. 가기 싫어도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게다가 팀원들은 초대하지 않은 몰래 온 손님이 간혹 등장하기도 했다. 뭔가 음악 프로그램 마지막을 장식하는 우주 대스타처럼 임원분들이 깜짝 등장하시곤 했다. 격려 차원이라고는 하는데 끝까지 남아계실 때가 있다. 우주 대스타이니 우주 끝까지 격려하고 싶으셨던걸까. 사실 회식을 위한 식당 혹은 메뉴도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여러 사람이 참석해야 하니 기본적으로 단체석이 있어야 하고 여러 사람이 참석하게 되는 만큼 돈을 마구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격도 적당해야 한다. 삼겹살을 굽든 치킨을 먹든 대부분 거기서 거기이기는 한데 아주 가끔 불호하는 음식점에 간 적도 있기는 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나올법한 메뉴만 골라서 갔던 팀장님 하나가 문득 생각이 난다. "어서들 먹으라"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도 잘 못 드셨던 닭내장탕 메뉴는 어떻게 찾은 건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왕십리 언저리에 있었던 아주 작은 식당이었는데 재개발이 되면서 지금은 없어진 것 같다. 당시 닭내장탕 국물에 김가루 넣은 후 뜨거운 불에 비비고 볶아낸 볶음밥이 그나마 맛있었다. <나는 자연인이다> 이승윤은 실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주어진 것에 충실하며 먹었으니까.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예전에 작은 회사를 다녔을 때는 사장님이 회식을 무척 싫어하셨다. 이유는 간단했다. 회식 비용도 결국 본인 통장에서 나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 회사에서는 딱 한번 회식이 있었는데 사장님은 술을 싫어한다며(담배는 좋아했다) 참석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장님을 대신한다며 회계일을 보는 팀원을 다른 부서 회식에 스파이 붙이듯 따라붙였다. 손에는 사장님의 카드가 있었는데 '이건 비밀인데 일정 금액 넘기시면 큰일 나요'라면서 대외비를 회식 자리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우리끼리는 함구했다. '(안) 비밀'이니까. 일정 금액이라곤 했지만 사장님 없이 사장님의 카드로 놀고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사장님이 갑자기 등장해 격려를 하더라도 카드 하나 쥐어주며 통 크게 쏘고 가신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테지만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것도 당시엔 마냥 해맑게 좋았던 것 같다. 그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오긴 했지만 딱히 크게 성공할 회사도 크게 성공할 사장 (그릇)도 아니었던 것 같다. 


요 근래 회식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텅 빈 식당 모습을 찍어 올린 취재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저녁 무렵 근처 식당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고 시끌벅적하던데 회식이 사라졌다니. 어쩌면 테이블에 앉은 그들 모두 '번개'라도 하는 중인 건가 싶다. 회식이라는 건 회사 일을 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소는 아니라지만 리더가 되는 사람과 팀원들이 함께 모여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소위 '공장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오늘은 공장 이야기 하지 말고 편하게들 먹자고"하면서 돌고 돌아 회사 이야기로 돌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쨌든 (회식) 자리가 불편하면 회식이라는 의미도 퇴색되기 마련. 마시지도 않는 술을 권하고 폭탄주를 돌리거나 건배사를 하거나 2차로 노래방이라도 가자며 손을 잡아끄는 모습도 요즘 들어 많이 없어졌을 뿐이지 분명히 존재했었다. 

지금 리더가 되시는 분은 술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지갑도 얇아지셨는지 저녁 한번 하자는 이야기가 없다. 덕분에 나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번개라는 걸 한다. 번개를 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면 확실히 회식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회식이 사라졌다는 것, 딱히 좋다고 보기에도 그렇다고 그걸 나쁘다고 보기에도 뭐 하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한편으론 좋다. 아니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운 구석도 있다. 회사라는 공간에 함께 같은 공기 마시며 숨을 쉬고 있는데 뭔가 회사에서 쓰는 화법을 써가면서 영혼 없는 안부를 주고 받는 느낌 같아서 삭막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회식이라는 것이 그걸 온전히 채워줄 순 없지만서도. 



자, 다들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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