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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Dec 18. 2024

쉼포족과 X세대

그럼에도 다들 힘내자고요!

"연말까지 휴가 남기지 말고 다들 소진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공지가 하나 올라왔어요. 연말이 되면 꼭 보게 되는 공지입니다. 남은 휴가 탈탈 털어내고 올 한 해를 정리하라는 거죠. 그리고 새해부터 다시 시작!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년을 마무리할 시기라는 겁니다. 점심시간에 누군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팀장은 올해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맙소사, 난 (어디에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휴가도 거의 없는데 빌려 쓰고 싶은 심정이네요. 집안일이든 개인적인 일이든 최소 하루 이틀 이상 휴가를 쓰는 게 보통인데 올해 벌써 330일 넘도록 단 하루도 쓰지 않았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죠. "그분은 워커홀릭이라서 그래" 집안일도 개인적인 일도 모두 뒤로 한채 자신의 일을 우선으로 둔다고 하는 그야말로 워커홀릭.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즐겁다면 모르겠지만 평소 표정을 보면 그걸 또 즐기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글쎄요, 워커홀릭이 아니라 쉼포족 아닌가요" 


쉼포족과 워커홀릭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쉼포족'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신조어라고 하던데 사실 이미 몇 년 전에 불쑥 나왔던 단어랍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하지만 생소한 단어이거나 아예 처음 들어봤거나. 쉼포족의 의미를 알게 되면 "나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나" 싶기도 할 텐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휴식을 포기할 만큼 바쁘고 고달프게 사는 직장인을 뜻한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워커홀릭과 비슷한 듯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죠. 휴가가 있지만 마음 편히 쓰지도 못하고 몸이 아프고 쑤시고 침대에 누워 일어나기도 힘들지만 꾸역꾸역 출근해야 하는 이 시대의 쉼포족. '쉼'을 포기할 정도라고 하니 쉼포족의 의미만 풀었을 뿐인데 엄청 안타깝고 불쌍하고 그렇네요. 중요한 건 우리 주변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스로 쉼포족이라고 느끼는 경우의 대부분이 "휴가도 마음 편히 갈 수 없을 때"라고 하는군요. 몸이 아픈데도 쉴 수 없을 때, 야근이 계속 있을 때, 퇴근을 했음에도 집에 가서 일을 붙잡고 있을 때 역시 마찬가지죠. '쉼을 포기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또 피할 수 없을 수도 있죠. 휴가를 가서도 일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마냥 일에만 몰두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쉴 때는 잘 쉬고 놀 때는 미친 듯이 놀고 일할 때는 최대한 집중하기도 했죠. 워커홀릭은 일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성취욕도 강하고 목표 의식 또한 굉장히 뚜렷하답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도 하죠.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가족이나 친구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취미 따위는 사치에다가 직장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지고 스트레스까지 받는다고 하면 워커홀릭을 넘어 심각한 일 중독이라고 합니다. 때때로 수면 부족과 불면증으로 인한 급격한 피로감과 우울감, 목표를 위해 달렸다가 한순간에 에너지가 떨어지는 순간이 오면 갑작스러운 번아웃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휴식을 포기할 만큼 바쁘고 고달픈 매너리즘을 경험하는 사람들과 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쉼'이란 무엇일까요? 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요? 


혹시 당신도 쉼포족이거나 워커홀릭?  출처 : LEP youtube


꼰대가 되기 싫은 X세대의 운명 

1955년생부터 1969년생까지, 지금의 나이로 보면 대략 5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에 걸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습니다. 1980년생 이후로 MZ세대가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와 MZ 세대 사이에는 X세대가 있답니다. 정확한 출생연도는 그렇다 치고, 아무튼 최근에 어떤 기사를 보니 X세대의 월평균 소득이 전체 세대 중에서 가장 많다는 리포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소득도 많지만 지출도 많다고 하더군요. '뼈 빠지게 일해서' 모아둔 돈이 빛삭되는 경우, 최소한 한 번쯤은 목격하신 적 있으시죠?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월급날이 되면 쌓아둘 시간도 없이 카드사에서 가져가고 보험사에서 가져가고 관리비로 빠지고 통신료로 빠지고. 통장에 한바탕 태풍이 불어닥칩니다. (이것들아, 적당히 해라!!) 기분 좋게 카드를 쓸 때와 그 카드값이 나가버릴 때의 괴리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군요. 사실 X세대의 일부(어쩌면 대다수)는 가족을 부양하는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소득과 지출 부분에서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니 카드값으로 빠지고 대출 상환으로 빠지고 관리비로 빠지고 교육비로 빠지고 하는 거죠. 이러한 그래프는 시간이 흐를수록 MZ세대로 이어지게 되겠죠. 지금의 X세대 중 일부는 어디선가 팀장이나 부장, 본부장 등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또 누군가는 직장에서 기존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MZ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허리 역할을 하고 있겠죠. 위에서 쉼포족에 워커홀릭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도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또 치이는, 때때로 불쌍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X세대는 한때 '신인류'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신인류의 사랑'이라는 015B의 노래도 있었죠. 세월이 지나고 나니 '신인류'라는 단어도 엔틱 하게 느껴지네요. 말하자면 촌스럽다는. 오렌지족이니 야타족이니 그 당시의 신인류 세대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는 MZ세대가 꼰대나 빌런으로 꼽는 세대라고 하는군요. 딱 그런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거죠. X세대 중에서도 "그래, 나 꼰대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빌런까지는 모르겠지만 쉼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직장에서는 꼰대로서 살아가는 것 역시 은근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휴가 쓰고 쉬면 되잖아요?"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휴가도 쓰지 않을뿐더러 집에 가서 일을 붙들고 있는 모습 자체가 MZ세대에게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일 수도 있죠. 사실 X세대고, MZ세대고 미디어와 문화 그리고 사회가 '세대'라는 것에 선을 그어버렸던 그 순간부터 의외의 편견이 생기는 것 같아서 굳이 '세대별 차이'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때때로 그게 눈에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명확하게 말이죠.  


에어팟 끼고 일하는 MZ세대, 저도 노동요를 듣고 있습니다만.  출처 : SNL코리아(쿠팡플레이)


리더의 자리에 오른 X세대가 스스로 빌런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게 더 편하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고. 분명히 꼰대이지만 대놓고 꼰대이기는 싫은 사람, 혹은 꼰대니까 꼰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MZ세대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젊게 살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속노화라는 키워드가 자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하지만 운동을 하든 문화를 이해하든 노력하지 않는 순간 스스로 꼰대력을 키우며 늙어가게 되겠죠. 결국 고립되어 살다가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아주 쓸쓸하게 말입니다. 조금도 노력하지 않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조차 무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꼰대도 빌런이라는 타이틀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겠죠. 물론 이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쉼을 포기하며 산다고 했습니다. 휴식을 미뤄둔 채 일에 몰두하며 살게 되면 숫자에 불과했던 나이와 세월을 직격탄으로 맞게 될 겁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쉴) 틈이 있을 수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주어진 1분 1초를 살아가면서 숨 쉴 틈조차 없진 않겠죠. 우리는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요.  



※ 어느 날 기사를 보고 주저리 주저리 두서없이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아주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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