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풀코스 완주.
Jtbc 서울마라톤 대회
달리기 운동은
내가 노력한 것보다 항상 더 큰 기쁨을 주는 장점이 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노력이 많이 부족했지만
난 누가 봐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 중 한 명인 것은 분명하다.
풀코스를 달리기 위한 장거리 연습도 없었고
보통 메인 대회 한 달 전 준비대회를 나가곤 했는데 올해는 그것도 하지 않았다.
2019년 11월 3일이 다가오는 걸 느끼면서도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특유의 낙관주의_조바심 많은 나지만_
생각만큼은 여유로웠지.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에 줄인 요샛말인데
42.195km?
슬슬 달리면 완주야 못하겠어?
10km까지만 아주 천천히 달리고
나머지는 몸이 가는 대로가 전략이라면 전략.
최근에 가장 좋은 컨디션이다.
출발도 좋고
우려했던 미세먼지도 나쁘지 않았다.
14km 지점.
우리를 위해 수고해주는 자원봉사팀을 만날 때만 해도 난 겁이 없었고
경쾌하기만 하다.
머릿속으로 Sub-4가 가능할까?
이 속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지만
또 그놈에 근자감.
호흡이 거칠어지는 거 보니까 속도를 줄여야 했지만
흐바형과 섭포 탈환 분대원들 쫒고 쫓기며 하프라인을 넘기고 있었다.
발걸음이 무거운 것..
발바닥이 뜨거워진다.
믹스 봉투에 준비해 간 꿀을 한입 먹고,
각성을 해보지만 걷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걷다가 뛰고 뛰다가 걷고
Sub-4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슝~!!
반환점을 돌아 서울공항을 지나치는데
1호기로 보이는 뱅기 꼬리가 활주로를 향하는지 굉음을 내고 있었다.
"대통령님 출국하시나? "
역시 알아보니 11시경 출국하셨다고....ㅎㅎ
35km 지점쯤 오니까 각종 동호회 응원단들이 좁은 골목을 형성하며
응원이 뜨겁다.
걸을래야 걸을 수 없는 열기에 한참을 달려
우리 자봉팀을 만났다.
내가 수없이 자봉 했던 똑같은 지점임에도
난 선수로 입장이 바뀌었다.
요청도 안 한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주고
콜라 잔을 건네주고, 더 필요한 거 뭐냐고 이야기하는
그들을 만나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누가 누군 줄도 모르는 카메라든 어떤 회원이 여길 보란다.
그래서 나온 사진.
이제 다 왔다.
5킬로 남겨두고
이 길 끝을 향해 알 수 없는 수많은 동지들과 걷고 달리며 스치운다.
백천 형님 카메라 들고 계신 줄 알았으면 달리는 시늉이라도 하는 건데
쪽팔리게 걷는 장면이라니...
뭐 별생각 들겠어?
얼른 골인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
그 욕망으로 잠실 주경기장 트랙을 돌며
마지막 대회 사진사들에게 포즈 취해 달리며 골인~
4:37.39
또 어떤 날.
열 번째 풀코스 도전하는 일만 남은 거지 뭐
그놈에 근자감으로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