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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K Aug 08. 2016

어느 우도

예쁜 바다와 못된 차들의 집합소, 우도

소 모양의 섬이라 우(牛)도라 부르게 되었다는 '섬 속의 섬' 우도. 

우도에 가기 전 예전에는 우도에 가는 게 제주도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우도는 조선시대 때 목장으로 개간이 이루어진 땅이었고 여기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지는 채 20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지금과 같은 '우도면'이 만들어졌고 상주인구는 1700명대인 작은 시골이다. 이 섬이 어느 새 한해 제주도 관광객의 거의 20%에 이르는 사람들이 찾는 제주 여행의 하이라이트 격인 땅이 되었다. 


하우목동항의 소 조각상, 정말 묘하게 우도를 닮았다. 


해외 여행을 몇 번이나 다녔는데 제주는 처음이라니 제주에서 굉장히 창피했다


이게 아마 7월 제주를 고작 1박2일 다녀오며 내가 계속해서 들었던 생각이었던 듯하다. 작년 여름 통영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내 또래의 여행객에게 제주도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선후배'같은 느낌이 있다고 들었던 터라 여기서는 마치 내가 헛똑똑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 그 정점이 우도에 발을 내딛던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기를 왜 이제 왔나 하는 생각에서부터 진작 올걸 하는 아쉬움까지, 우도를 거닐면서 이 생각은 자꾸만 더해 갔다. 그리고 그 생각 가운데에는 바로 우도의 정신없는 교통문제가 있었다. 
 

우도 도항선이 멈추는 곳, 위로는 등대가 있는 우도봉이 보인다. 신기하게도 제주도는 날씨가 오락가락, 분명 성산일출봉 쪽에는 구름이 껴 있는데 불과 3.8키로미터 떨어진 이곳 우도는 날씨가 맑다. 



사실 처음 제주도에서 차량 렌트를 할 때는 '우도 내에서는 보험이 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우도에는 차를 끌고갈 수 없는 줄 알았는데, 제주 여행을 몇 번 해본 사람들은 이 글을 보면서 코웃음치겠지만 우도에 차는 끌고 갈 수 있다. 다만 정비나 이런 문제들 때문에 보험이 되지 않는 것 뿐, 실제로 우도를 다니면서 부딪힌 가장 큰 문제가 차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렌트로 들어오는 차량 수가 많다. 후에 찾아보니 일일 605대로 제한되어 있다는데... 우도의 도로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기존에 있던 차량 수에 더해 605대라면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차가 많다. 그리고 다른 게 모두 좋아도 이 때문에 우도 여행이 싫어질 수도 있을 만큼 이 문제는 심각했다. 



성산일출봉을 바라보고 있는 뿔소라 모형이 정말 예쁘다. 


서빈백사: 뭐가 이렇게 비싸...

우도에서 렌트를 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1시간에 한번 다니는 공영버스를 탈 수야 있다만 그걸 타고 우도를 돌아다니다가는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듯하다. 


우리도 그래서 미니바이크를 렌트할 수밖에 없었다. 미니바이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차도와 같이 쓰는 이 상황에서는 섬 안의 교통에 지대한 불편을 초래한다. 게다가 변변한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듣자하니 그 많던 우도관광의 관광버스는 불법영업도 하고 있다던데... 차라리 이런 곳에서는 공영버스를 증차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 같다만 일개 관광객의 입장에서 어찌할 방도가 없다. (공영버스를 후에 이용했는데 교통카드도 된다!)


무튼 성산일출봉과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페를 지나 서빈백사(산호해변)에 도달했다. 우도봉 아래의 검멀레와 달리 산호가 풍화되어 백사장을 이루고 있는 곳, 우도 8경 중의 하나이지만 제주 본섬 가운데 가져다 놓으면 사실 그닥 모양이 살 것 같지 않다. 이유는 오른 쪽에 살짝 보이는 건물들... 다들 건물이 제각각이다. 게다가 이 곳의 간식거리들은 모두가 비싸다! 소라 모형을 볼 때까지만 해도 우와 꺅꺅거리던 나는 이 바다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에 잠시 후회할 뻔했다. 


그래도 서빈백사를 지나면 이렇게 다시 알록달록한 곳들이 등장한다. 이 알록달록의 비결은 뿔소라 껍질인데, 땅콩만큼 유명한 것이 뿔소라라 그렇단다. 이쯤 되면 우도는 항상 봄과 여름만 있을 것 같은 알록달록한 섬으로 기억된다. 물론 이 알록달록도 난개발의 상징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최소한 뿔소라 껍질은 바다를 다 가려버리진 않았다. 


답다니탑의 등대 건너편, 우도의 정신없는 모습 뒤에는 여전히 이렇게 살아있는 자연과 예쁜 사랑이 있다. 참 다행이다.


우도에서 의외로 마음에 가장 들었던 곳은 답다니탑과 그 옆의 등대이다. 남쪽에 있는 우도봉 등대와 맞은 편, 가장 북쪽에 있는 등대인데 사람이 별로 없다! 우도봉이 깎아지를 듯한 절벽 위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양이라면 이 곳의 바다는 바위와 사이좋게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하고수동: '안녕, 육지사람' 그런데...


멋진 등대를 지나 하고수동에 도달했다. 마침 이 곳에는 '안녕, 육지사람'이라 반기는 예쁜 카페도 있고 사람도 많기에 잠시 쉬어가려 고민하고 있던 찰나 위에서 말했던 그 '교통문제'가 불거졌다. 우도의 다른 곳은 차가 양방향으로 지나갈 만한 너비이지만 이 곳의 도로는 차 한 대가 고작 빠져나갈 정도의 너비이기에 서로 교차해서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중형차를 렌트한 모 관광객이 이 곳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창이나 실갱이를 해야만 이 차는 지나갈 수 있었고, 그 동안 앞뒤로 이어진 정체는 엄청났다. 


우도의 교통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오신 그 렌트카 운전자분, 차는 긁지 않으셨나 모르겠다.

이 정체가 해소될 때쯤 저 마를린먼로 카페에서는 모 스쿠터 운전자분이 마를린먼로 카페의 광고 안내판을 오토바이로 쳐서 찢어버리는 일이 생겼으니... 스쿠터가 멀쩡했으니 다행이지 스쿠터에 상처라도 났다가는 그 날은 그 운전자 분 제주도에서 '안녕, 육지사람, 수리비 50만원은 처음이지?' 소리 나올 뻔...



하고수동에서 우도봉을 가는 길에 비양도를 들렀다. 비양도 자체는 크게 임팩트 있는 것은 없었다지만, 망대와 그 주변 잔디밭이 참 예쁘다. (캠핑장으로도 쓰이는 곳인 듯한데, 잘만 하면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래도 이 곳에서 보는 우도봉은 참 예뻤다


우도봉: 사람 몰리는 곳에 사고 있다

여차저차 해서 우도봉까지 도착했다! 나는 분명 지도에서 지미스가 땅콩아이스크림의 원조라고 들었는데, 뭐 우도에 3호점까지 내신 우도왕자의 땅콩아이스크림이 원조라고도 하고, 워낙 땅콩이 유명한 우도이니 원조 논쟁이 의미없어 보이기도 한다. 대신 지미스 2층에서 바라보는 우도봉의 모습이 꽤 괜찮았고 만족스러워서 이곳에서 잠시 더위를 식치는 찰나 스쿠터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넘어져 있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스쿠터로 친 것 같은데 이 커플... 제주도 여행은 다 했다... 워낙 이 곳이 사람이 몰리는 곳이고 경사진 곳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되지만...


그럼에도 우도봉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이 곳의 잔디밭은 소 안장에서 피리부는 노자(老子)놀이를 하고 싶을 정도로 눕기 좋게 생겼다.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우도의 자연이었다. 

그럼에도 예쁜 우도봉. 위에 올라가지 못해 아쉬웠던 우도봉.


For 'Beautiful U-do' , we need 'beautiful you'

우도 여행은 만족스러웠다. 여러 색깔의 반짝이는 소품과 조형물이 어울러진 우도는 봄에 오면 어떨까 더 기대하게 만드는 예쁜 섬이었다. 그리고 아마 내가 보았던 많은 사고는 그 날이 성수기, 게다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로 사고가 많이 났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저런 난개발, 그리고 문제점이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 것 같다. 지나가던 와중에도 올라가던 건물을 몇 채나 볼 수 있었으니... 유독 국내여행이라 더 비판적으로 글을 쓰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조금 더 정돈된다면 더 예쁜 섬을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정신없음 때문에 더더욱 예전에 우도를 와봤다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던 듯하다. 


다음 우도 여행에서는 천천히, 더 오랫동안, 예쁜 모습만 보다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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