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쿠피도 paul cupido
"저는 넓은 감각으로 세상과 교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제 작업은 삶의 마법 같은 순간과 그 불편함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사진 촬영 과정을 잊고, 삶의 실존적 감각에 젖을 때까지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제가 취하는 모든 단계는 모노노아레(mono no aware) 라는 개념에서 시작됩니다 . 모든 것의 덧없음, 사물의 부드러운 우울함, 덧없는 것에 대한 민감함입니다."
폴 쿠피도의 작품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깊은 연결성, 그리고 삶의 덧없음을 탐구하는 독특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1972년 네덜란드의 작은 섬 테르스헬링에서 태어난 쿠피도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의 리듬과 밀접하게 교감하며 성장했습니다.
테르스헬링 섬에서의 경험은 쿠피도의 예술적 감성의 근간을 형성했습니다. 조수의 밀물과 썰물, 달의 주기 등 자연의 순환적 리듬은 그의 작품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 현상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삶의 덧없음과 영원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메타포로 작용합니다.
쿠피도의 예술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철학, 특히 '무(Mu)' 개념의 영향입니다. '무'는 단순한 '없음'이 아닌, 무한한 잠재력을 내포한 공허를 의미합니다. 이는 쿠피도의 작품에서 미니멀리즘적 접근과 여백의 미학으로 구현됩니다.
쿠피도의 사진은 풍경, 인물, 정물을 아우르며 형태의 경제성과 서정적 구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그의 작품은 가시적인 것 너머를 바라보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인쇄 품질과 용지 선택에 있어 엄격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쿠피도의 창작 과정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직관적인 수집 단계로, 여행 중 감정적 경험에 중점을 둡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수집된 이미지들을 심도 있게 편집하고 가공합니다. 이 과정은 와인 양조에 비유될 수 있으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쿠피도의 작품은 '에페메랄(ephemeral)', 즉 덧없고 찰나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포착합니다. 그의 렌즈를 통해 달빛에 비친 꽃잎이나 피부의 질감은 영원한 순간으로 변모됩니다. 이는 삶의 순간성과 영속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그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폴 쿠피도의 예술은 자연, 철학, 그리고 인간 경험의 교차점에 위치합니다.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현재의 순간에 깊이 몰입하고, 삶의 덧없음 속에서 아름다움과 위안을 발견하도록 초대합니다. 쿠피도의 렌즈를 통해, 우리는 일상의 찰나적 순간들이 어떻게 영원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