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습니다. MIT 미디어랩에서 Human Dynamics그룹을 이끌고 있는 Alex 'Sandy' Pentland가 이런 생각을 책으로 썼습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빅데이터와 사회물리학 (Social Physics)" (와이즈베리, 2015) 책과 관련하여 New Scientist에 쓴 글을 아래처럼 번역했습니다.
이 분의 인터뷰를 http://edge.org/conversation/reinventing-society-in-the-wake-of-big-data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빅 데이터"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것을 이 인터뷰를 보고 알았습니다.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mg22229630.300-hive-minds-time-to-drop-the-fiction-of-individuality.html
연결된 정신: 개인이라는 지어낸 이야기를 버릴 때가 되었다
(Hive minds: Time to drop the fiction of individuality)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개인이라는 생각이 서양 사회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단 사고가 지배적이다.
(The idea that we are free thinking individuals has shaped Western society – but the data shows that group thinking rules)
서양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진실과 도덕은 신이나 왕에게 비롯된 것이고 자유의지는 신학적인 질문이었다. 18세기 초부터 이것이 변하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각자 자유롭게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개인이라는 생각이 상류층에 퍼져 갔다. 결국 이성과 개인주의라는 개념이 서양의 정치와 문화를 흔들어 현재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얼마나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생각하는지 따져 보자. 대부분의 인지과학과 경제학이 독립적인 개인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 질문은 중요하다. 어쩌면 이 가정 때문에, 거품 경제, 정치 운동, 집단적 공황, 기술의 일시적 유행을 경제학이나 인지과학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독립적인 개인으로 행동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 휴대폰, 신용카드, 소셜 미디어 등의 빅데이터를 통합해서 이제 우리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과거부터 동물들이 본래 서식지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카메라나 음파 탐지기를 사용하여 관찰했었다. 이런 관찰로부터 사람들의 행동에 관한 수학 공식들—"사회물리학"—을 유도할 수 있고, 한 개인에서 다른 개인으로 정보와 아이디어가 어떻게 흐르는지 볼 수 있다. 이 사회물리학은 아이디어의 흐름이, 회사, 도시, 사회의 문화, 생산성, 창의적 성과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보여 준다.
이 새로운 과학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학생들과 나는 살아있는 대상들을 연구했다. 특정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스마트폰을 소규모 공동체 몇 곳에 배포해서 또래—친구와 지인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 작용을 추적하고, 그와 함께 그 사람들의 건강과 정치적,경제적 행동을 질문했다. 예를 들어, 체중 증가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우리는 사람들이 친구들과의 상호작용뿐만이 아니라 지인들의 행동을 보고 새로운 습관을 익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이 모두 도넛을 먹는다면, 당신도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렇게 주위 사람들의 행동에 노출되는 것은 다른 요인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당신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학습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투표와 구매에서도 똑같은패턴을 발견했다.
새로운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다. 유전자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지능지수가 학교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이러한 암묵적인 사회적 학습은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 뒤에 숨은 논리는 간단하다. 한 사람이 노력해서 쓸모있는 행동을 배웠다면,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 그 노력을 하는 대신 따라 하는 편이 낫다.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의 사용법을 배울 때, 사용설명서를 읽는 것보다는, 쓸 줄 아는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게 쉽다. 사람들은 거의 전적으로 사회적 학습을 통해 배우고, 사회적 학습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을 것을 배울 수있다. 우리 연구 그룹에서 한 실험 결과를 보면,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여러 다른 상황에서 비슷하게 행동하고, 비슷하게 반응하게 된다. 일상적인 삶의 대부분은, 이렇게 거의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습관들로 이루어져 있다 .
이 다음, 개인의 선택이, 공통의 습관과 비교해서 얼마나 중요한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공유된 아이디어의 힘이 명백하다. 소집단에서 의사결정에 대해 연구한 결과, 전달 패턴, 다시 말해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얼마나 많이 이야기하는지가 개인의 성격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했다. 콜센터로부터 신약 연구그룹에 이르는 다양한 직장에서 연구한 결과, 생산성과 창의적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 요인은 거의 틀림없이 전달 패턴,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얼마나 많이 이야기하는지였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300개 이상의 도시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전달 패턴의 차이가, 평균 소득 차이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었고, 교육이나 계급 구조의 차이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중요하게 보아야 할 점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할수록 개인당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경제가 성장하지, 경제 활동 인구가 늘어난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이성이 아니라, 주위에 흘러다니는 아이디어와 본보기에서 나오는 집단 지성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다른 사람들은 우리로부터 배운다. 서로 소통하는 적극적인 참여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는, 공통의 습관과 통합된 믿음을 공유하는 집단이 생긴다. 사회물리학은, 공동체의 개인들이 혼자서 생각해서 결정하는 경우보다, 아이디어들이 흐르고, 외부에서 아이디어가 쉼없이 도입될 때 개인들이 더 나은 결정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동체에서 형성되는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은 오래되었다. 이것은 영어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다. "kith and kin(친지와 친척)"이라는숙어에서 볼 수 있는 "kith"라는 낱말이 있다. 고대 영어와 고대 독일어에서 지식을 뜻하는 말에서 온 "kith"는 공통의 믿음과 습관을 지닌 끈끈한 집단을 의미한다. kith는 세련됨을 뜻하는 "couth"와도 어원이 같다. 따라서 kith는, 단순한 친구들이 아니라 "옳은" 습관을 배울 수 있는 동배(peer) 집단을 의미한다.
문화와 사회적 습관들은 사회 계약이고, 둘 다 사회적 학습에 의존한다. 그 결과, 공적인 믿음, 행동의 대부분은, 논리나 토론이 아니라 동배들의 태도, 행동을 보고 따른 것이다. 이런 사회 계약을 학습하고 강화해서 집단은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다.
사회적 엮임
이성의 단위가 개인이라는 지어낸 이야기를 버리고, 이성이 사회적 엮임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시장에서 행동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공익이 무엇인지 결정한다. 우리의 연구는, 개인적인 보상보다 사회 연결망이 사람들의 행동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건강에 유익한 습관을 장려하는 실험에서, 습관을 개선한 참여자에게 현금을 주는 경우와, 습관을 개선한 참여자의 가까운 친구들에게 현금을 주는 경우를 비교해 보았다. 참여자에게 주는 것보다 참여자의 친구들에게 현금을 주는 경우가 4배 더 효과적이었다. 에너지 절약과 투표의 경우에는 사회 연결망에 보상하는 경우 그 차이가 더 컸다.
사실, 사회적 엮임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 해 전의 스탠리 밀그램의 사회적 순응 실험(http://ko.wikipedia.org/wiki/밀그램_실험)이 보여 주었듯이, 사회적 영향 때문에 사람들은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한 행동도, 또 그렇게 끔찍한 행동도 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가 없다면, 거대 조직이나 정부는 사람들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은행이 불필요한 정보를 드러내지 않고 돈을 보낼 때 쓰는 컴퓨터 인터페이스와 비슷한 신뢰 연결망을 사용하는 것이다. 신뢰 연결망을 써서 스스로에 관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면, 당신의 행동을 조종하려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자리에서 해야 할 이야기이다.
글쓴이
알렉스 '샌디' 펜틀런드는 MIT 미디어랩의 인간동역학(Human Dynamics)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빅데이터 혁명, 정보 흐름, 보상에 관심이 있다. 이 글에서 간단히 소개한 실험의 자세한 내용은 그가 최근에 출간한 책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빅데이터와 사회물리학 (Social Physics)"(와이즈베리, 2015)(http://books.google.co.kr/books?id=IhjGBwAAQBAJ)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