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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Jun 13. 2022

천국과 지옥

2022.6.12까지

+ 하와이(1)

- 매번 운전을 하다가 문득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낀적이 있다.

파란 하늘과 느긋해지는 온도

그 파란 도화지에 살짝 묻혀진,

그 넓은 바다에서 유일한 구름 한점은, 

누구와도 비교 될게 없으니,

아주 천천히 

저만의 속도로 흘러 간다.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 속에 끼여서

나 혼자만 그 여유로운 하늘과 느낌의 세상으로 접속하고 있을때,

왜 인지는 모르게, 그럴때마다 나지막히 중얼거린 말이 있다.


"와.. 거의 하와이네.."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3월 말의 시합이 끝나고 정신 없이 준비하여 하와이를 다녀 왔다.

얼마나 바빴는지 출발 하루전에야 짐을 싸고 서류 작업을 한다고 밤을 꼴딱 새웠다.

(그 덕분에 미국 여행 비자 사기도 당했다)


 몽롱한 상태로 2번의 공항, 2번의 비행기를 거친 후에 목적지까지 우버택시를 타고 있는 나는 그 와중에도 캠핑벤 주인과 휴대폰으로 씨름을 하고 있었다.


아씨.


이거 아니잖아.

이럴려고 온게 아니잖아.


순간 결심한다.

이번 여행은 사진, 영상등 어떠한 기록도 하지 않고

준비 못한걸 여기서 준비 하지도 않고


그냥,

단지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겠다.



핸드폰을 닫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하늘은 내가 염원했던 하늘이었다.

순간 하와이에 도착했을때의 온도, 우버기사가 맞이해준 여유로움,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가 뒤늦게 큰 파도로 밀려왔다.  



 


+ 한국(1)

- 하와이에서의 일주일은 그 동안 참아왔던 여행의 갈증 해소를 넘어, 당분간 여행은 생략하고 어떻게 차곡 차곡 준비를 해 하와이에서 얼마간 지내볼지 진지한 계획을 세울 정도로 우리를 매료 시킨 여행이었다.

 

'Hang loose'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배웠던 '여유로움'은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고 항상 쫓기고 있던 나자신에게 한주의 여독을 풀 시간을 주기로 했다.



'띵동'

하굣길에 트레인을 기다리며 여유롭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중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한참 하와이 바이브에 취해있던 나지만 역시 촉은 그 메일을 즉시 열어보게 만들었다.


얼마전 3월 시합과 함께 지원했던 직장의 3차 결과 메일이었고 결과는 탈락이었다.



!!


한국이다!


혹시 떨어지면 한국에 다녀올까 했던 내 마음이 불쑥 튀어 나와 탈락의 함박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하와이바이브의 여유로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미친개가 누구 잡으로 가듯이 집으로 뛰어가 일주일 뒤 한국행 비행기를 덥석 예약한다.   




하와이 다녀온 일주일 뒤에 바로 한국이라니!

이제 여자친구를 설득할 일만 남았다.




+ 휴대폰

- 돌이켜 보면 40일간의 한국여행은 지금까지의 한국 여행중 단연코 최고였다.

코로나로 많은 분들을 만날수 있을까 하던 처음의 염려가 무색할만큼, 개인적으로도 걱정했던 부분들 또한 깔끔히 해소되는, 더욱이 보고 싶던 친구들, 가족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 감동적이었다라는 말을 쓰고 싶은 시간들이었다.

하루하루가 완벽했던 이 기간동안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바로 휴대폰이었다.

가족들과 1박2일 놀러간 영덕 바다에서 조카들의 공을 바다에서 꺼내주려고 내 휴대폰이 주머니에 있는줄 모르고 그대로 들어갔던 것이다. 

휴대폰은 켜지지 않았고

한국여행과, 하와이를 포함한 지난 2년간의 기록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한 순간에 천국에 있던 나를 누군가 나락으로 잡아 끄는 그 느낌은

다음날 구미의 아이폰 전문점을 찾았을때의 천국과 지옥,

영등포의 아이폰 전문점에서 휴대폰이 잠시 켜졌을때의 천국과 지옥,

여의도 더 현대 애플 매장에서의 천국과 지옥 등으로 나를 인도했다.


결국 고치지 못한 나의 휴대폰은 캐나다로 같이 왔다.

리퍼를 문의 하기 위해 여기 캘거리 스피드잡스 사장님께 연락을 취했다.

한번 보자는 그 사장님은 결국 나의 핸드폰을 살려주신 주님이 되셨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멘



+ 자기위로

- 나는 일기를 쓴다.

매년 한해가 시작 하기전 수기로 쓸수있는 다이어리를 산다.

어릴 때부터 쓰다 멈췄다 하는 걸 반복했다.

이제는 꽤 오랜 기간을 이어서 써온 터라 많이 익숙해졌다.

그날의 기록들은 당일 쓰지 못하더라도 다음날, 그 다다음날이라도 남긴다.

이제는 꽤 오랜 기간을 써온 터라 많이 익숙해졌다.

피곤하거나 늦은 시간이라면 다음날 혹은 다다음날에 기록하는 여유로움 또한 생겼다.



브런치를 3개월 만에 쓴다.

이 기간 동안 한두번 정도 글을 쓸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었다.

책상과 노트북을 준비했다.

그런데 결국 미뤘다.


사실 집으로 돌아온 날부터도 몇번 책상에 앉았지만 쓰지 못했다.

어떤 상황이든 글을 쓰자고 했던 내 다짐은 사치였나.

혹은 우선순위가 아닌가.


치.

그래도 돌아왔다.


잘했어 김태헌.

일단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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