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것도 R&D(연구개발)팀이어서 남녀 성비는 9:1 이었고, 팀장님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이공계 출신이었다. 인화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팀으로 출근하는 첫날 검은 양복을 입은 동기들은 한방에 모여 팀에서 사수가 오기를 기다렸다.
대리급 사수가 나와 내 동기 이름을 호명하고 팀으로 데려갔다. 각 팀에는 검은 양복을 입고 첫 출근 하는 신입사원들이 있었고, 선배들은 내일부터 비즈니스 캐쥬얼로 편하게 입고 오라고 했다.
역시 이제 한국 대기업도 선진화 되었구나, 복장규정이 비즈니스 캐쥬얼이라니
이후로는 면바지에 셔츠 폴로티 등으로 편하게 출근을 했다. 그렇지만 후드티나 운동화, 반팔티는 회사 복장규정에 어긋나는 복장이었다.
나이키 입사 첫날, 최대한 캐쥬얼하게 비즈니스 캐쥬얼로 출근을 했고 팀장님은 내일부터는 옷을 편하게 입고 오라고 했다. 이미 편하게 입은건데 어떻게 더 편하게 입으라는 거지? 아, 회사 제품을 입으라는 건가? 다음날, 나이키 골프웨어 제품으로 면바지와 폴로티를 입고 출근을 하면서 다른 팀원 분들은 어떻게 옷을 입는지 유심히 봤는데, 가관이었다.
반바지는 물론이고, 레깅스에 심지어 모자까지 쓰고 출근을 하는 거다. 늦잠자서 급하게 나오느라 머리를 못 감으셨나 했는데 계속해서 모자를 쓰고 출근하시는 거다. 아무리 캐쥬얼이라지만 여기는 회사고 외부 분들과 미팅도 많은데 머하는 거지? 회사가 장난인가. 심지어 우리 오피스는 강남 파이낸스 센터에 있는데 사모펀드나 컨설팅펌등 다양한 회사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사용하고 있었기에 복장만 봐도 몇 층을 가는지 딱 알 수 있었다.
이게 나이키 문화인건가? 아직까지도 나는 적응이 잘 안되긴 하지만 자유로움, 억압하지 않는 그러한 문화가 복장을 통해서도 느껴지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신선한 충격이고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