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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율 Nov 23. 2021

리더형 팀장과 매니저형 팀장

당신은 어떤 유형의 팀장을 선호하나요?

전통적인 국내 대기업에서 외국계 회사로 옮기면서 가장 크게 다른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난 팀장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라고 답 할 것 같다. 외국계에서 일한지도 벌써 5년이 되어 가고, 심지어 미국 본사에서 미국인들과 일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은 계속 물음표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계속 대치 상태에 있다. 난 아직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이 있고, 회사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백그라운드를 좀 설명하자면, 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LG디스플레이에서는 R&D부서에 연구원으로 있었다. 나는 물리학을 전공한 학부생 출신이며, 팀원 및 동기들은 다 공대, 그리고 과장님들은 70% 이상이 석사 출신이었고, 팀장님, 상무님들은 다 유명 대학의 박사 출신이셨다.

내 주업무는 논문을 읽고 실험을 하는 거 였고, KPI는 1년에 1건 이상의 미국 특허 출원이었다. 모르는게 있으면 팀장님, 사수분께 물어보고 그들은 꼭 맞는 정답은 아니더라도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 주셨다. 예를 들면,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이나, 어떤 논문을 더 읽어 보면 좋을지등에 대해서 말이다.


나이키 분석팀에 입사 했을 때 다행이도, 처음 본 팀장님은 테크 툴에 능숙하신 편이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테크적인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받거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만난 팀장님들은 테크적인 부분, 분석적인 부분 보다는 비즈니스쪽에 강점을 가지신 분들이셨다.


처음에는 아니 어떻게 HR은 이렇게 인력배치를 하지? 우리 팀은 그냥 버리는 팀인가? 상무님은 무슨 생각으로 분석을 처음 해 본 사람들을 팀장으로 앉힌거지? 난 그 분들에게 뭐를 배워야 할까?


"팀원이 SQL을 할 줄 알고, 태블로를 할 줄 아니까, 팀장은 그걸 못해도 돼. 너를 다를 줄 알면 되니까"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라는 거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럼 나도 팀장할래. 일 잘 하는 직원들 뽑고, 그들한테 지시만 해서 팀 운영하는 거라면 어떤 팀이라도 갈 수 있지. 팀장이 뭐야 상무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어쨋든 시간은 흘렀고, 회사는 돌아갔다. 미국에 와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분석팀 디렉터나, 시니어 디렉터 모두 SQL은 커녕 엑셀도 잘 못 다뤘고, 피플 매니지를 주로 했다(물론 이 같은 조직구조는 코로나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일정 레벨 이상이 되면 실무적인 부분 보다는 큰 그림을 보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방향성은 실무지식이 풍부한 상태에서 나오는 거지 영어를 잘하고 말을 잘한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주제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때 외국계에서만 회사 생활을 한 친구가 말해주기를,


“그들은 그래서 매니저야, 리더가 아니라 매니저. Managing를 하는 사람들인 거지. 리더형의 팀장이 있고, 매니저형의 팀장이 있어. 넌 지금 그 둘을 혼동하는 것 같아”


내가 LG디스플레이 봐왔던 팀장님들은 리더였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알려주셨다. 팀원들을 이끌고 가장 선봉에서 팀을 리드했다. 그러다 보니 매니징에 대해서는 확실히 부족했다. 다독여주고, 토론하기 보다는 말그대로 멱살케리였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나만 믿고 따라 와. 기승전결이나, 일에 대한 백그라운드 설명도 없이 지시한 일을 잘 처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고하는 조직체계였던 것이다. 나이키는 달랐다. 어떤 일을 왜 해야하고, 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알아서 찾아서 하는 것이었다. 


근데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의 업무를 잘 알고 리드할 수 있는 실무적인 지식을 갖추고, 이후에 팀원들을 잘 매니지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있다면 그 사람이 팀장이 되는 것이다.


팀원이 여러명이고 팀장이 1명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연봉과 인사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 받는데는 그 만큼의 실무적인 능력과 매니징 능력이 요구되어 지는 게 팀장이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팀원이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실무적으로 가장 뛰어난 사람이 팀장이 되는 것이라는게 내 팀장론(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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