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시애틀? 벨뷰

by 여공팔

8월 18일 한국에서 시애틀로 왔다. 한국에서는 18일 오후 4시 반이었는데 시애틀 오니 오전 10시쯤. 16시간의 시간차가 6시간 전으로 우리 가족의 시간을 돌려놓았고. 지금까지 어찌어찌 살고 있다.


시애틀은 날씨가 우중충한 날이 많아 자살률 미국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곳이지만(이것은 팩트가 아니다), 반면 심정지 환자의 cpr 생존확률이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자살률과 비례해서 살리려는 시도와 더불어 살린 비중이 높아서인 듯도 싶지만 그게 이유는 아닌 것 같고, 응급의료체계의 문화가 선진적이라고 한다.

이것 때문이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

남편은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다. 밤낮 없는 진료와 연구가 일상인 남편과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덕에 독박육아하는 나, 우리에게도 드디어 해외 연수 차례가 오게 됐고, 남편분은 워낙 학술적이신 분이시라, 남들 다~날씨 좋은 캘리포니아나 아이비리그가 있는 보스턴으로 가는데, 굳이 본인의 연구를 위해 우리 가족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시애틀로 가자"

"시애틀? 거기 영국 같대, 우중충해서 자살률이 1위라던데?

" cpr 생존확률이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해."

"아... 그래?"

잠시 생각을 돌려보니 그곳은 스타벅스 1호 점이 있는 곳이고, 커피의 도시이기도 했다.

"거기 스타벅스 도시잖아? 나는 스벅 죽순이니깐 응당 한번 살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럼 그냥 글로 가. 스벅이랑 나는 인연이 있나 봐" (실은 보스턴 가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학문의 냄새를 맡게 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이왕 가게 된 거 스타벅스에만 맨날 가서 죽치고 있어야지 싶었다. 책도 읽고 노트북으로 창작활동을 하며,,,(이런 발칙한 생각은 시애틀 도착하고 하룻밤 만에 착각이라는 것임을 깨달았다.)


낯선 곳에 던져진 우리 가족은 직장과 학교 시작 전 2주 정도는 하루 종일 함께 있는 시간을 즐겼다. 쉴 틈 없이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놀았다.

이렇게 오래 붙어있어 본 게 처음이지 싶은데.

우리는 보상받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일할 땐 일주일 온전한 휴가조차 다 사용하지 못했다. 휴가 중간에 꼭 병원일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지금까지 2주나 계속 함께 있다니. 그리고 남편이 매일 집에 들어온다고? 과연 내게 이것이 기쁨이기만 하지는 않을 터.

이제 우리 가족은 1년 반 동안의 낯선 세상살이를 시작한다.

매번 그렇듯 낙관론에 고무되지도 비관론에 움츠러들지도 않은 덤덤한 마음으로, 이 소중한 시간을 꾹꾹 음미해 가며 살아가야지 마음먹는다.





정확하게는 시애틀이 아니라, 시애틀 옆에 있는 도시 벨뷰(Bellevue)라는 곳에 온 거다. 한국사람 대부분 벨뷰를 모르니, 벨뷰 사는 한인들은 처음엔 시애틀 산다고 하고 깊이 설명을 하고자 하면 벨뷰임을 밝히는 듯하다. 북미 워싱턴 주의 여러 개의 도시중 시애틀이 가장 유명하고, 시애틀 바로 옆에 있는 도시가 벨뷰다.

미국의 판교로 불리는 도시.


자마자 탄복했다.

"여보, 여기로 아파트 구하길 잘했다. 여기 너무 팬시해! 너무 쾌적하고, 홈리스도 없어, 우리 돈만 없지 값진 것들도 너무 많아!!"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