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트립 #3 LA 유니버셜 스튜디오

LA 유니버셜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by 여공팔

햇살 짱짱한 캘리포니아에서 놀기만 해도 되는 날

LA 도착해서 첫 숙소, 쉐라톤 유니버셜호텔 (Sheraton Universal Hotel)에서 눈을 떴다. 지금까지 여러 숙소를 다녀봤지만 이 정도로 작은 호텔방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놀이공원에 붙어있는 호텔이라지만 저렴한 편도 아닌데 너무한 크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은 분명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유니버셜스튜디오 오픈 시간에 맞춰서(1시간 조기입장 가능)갈 수 있었다. 이 호텔의 존재 이유. 호텔방 크기야 아쉽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힘들게 운전해서 LA에 도착했고, 오늘은 신나게 놀기만 해도 되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이게 얼마만인지 들떴다. 셔틀버스에 올라 야자나무 사이로 쨍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니 우리가 캘리포니아에 왔긴 왔구나 싶었다. 우리 동네가 있는 워싱턴은 4시 반이면 해가 이미 져서 깜깜하고, 비가 안 내리는 날이 별로 없고, 우중충하다. 런던 날씨에 비견되는데, 가보진 않았지만 사람들 말에 따르면 더 우중충하단다. 사진을 찍어도 그레이 색이 기본 필터. 그런데 이곳 캘리포니아는 반짝반짝 에메랄드 시티에 온 듯 한 기분! 빛도 공기도 기온도 여긴 휴가야 라고 외치는 느낌!


VIP 티켓 VS. 익스프레스 티켓

유니버셜 안에 있는 모든 어트렉션을 다 탔다. 익스프레스티켓 덕이다.

한국에서 롯데월드 매직패스도 안 써본 아이들이, 이곳에서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시간을 사니 기다림이 없고, 짜증도 덜나고. 체력도 덜 갈린다. 결론적으로, 좀 더 재밌는 것 같다. 돈은 시간만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부정적 감정도 약간은 덜어내는 효과도 있다.

"엄마는 돈으로도 위로가 된단다. 기억해.. 아빠한테도 얘기해 주고. 언젠간 쓸 날이 올 거야."

그리고 기다림에도 미학이 있다지. 흠... 이 경우는 아니야.

미국 와서 매일 집밥 해 먹으며 돈 쓰면 안 된다고 나쁜 교훈처럼 이야기했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

VIP투어라는 옵션도 있었다. 모든 어트랙션을 익스프레스 레인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가이드 인솔, 식사 제공, 스튜디오 내부 관람까지 포함된, 말 그대로 풀패키지 투어다.
VIP로 갈지, 아니면 익스프레스 티켓만 살지 꽤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익스프레스만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
파크를 돌아다니며 VIP 투어 팀들을 유심히 봤는데, 우리 가족만 단독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다른 팀들과 섞여서 단체로 이동하더라. 거기다 가이드의 설명이 거의 끊임없이 풀타임 이어진다. 솔직히 말하면… 나랑 우리 집 양반, 요즘 영어 과부하 상태다. 뚜껑에서 스팀나올 지도...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영어 다이어트가 절실했다.



스튜디오 투어 60분 훌적 지난듯 알찼다

스튜디오 투어

LA할리우드 유니버셜은 Upper lot과 lower lot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는 재밌는 어트렉션이 많은 lower lot을 우선 공략하고 이후 Upper lot으로 올라와 식사도 하고 스튜디오 투어를 했다.

우리 가족은 이번이 두 번째 유니버설 스튜디오 방문이다.

과거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을 다녀왔고, 아들은 학교 수학여행으로 싱가포르 유니버설도 경험했다. 그런 팔자 좋은 테마파크 경험치가 많은 아드님의 평가에 따르면, 역시 LA 유니버설이 가장 알찼다고 한다. 탈 수 있었던 어트랙션의 수가 더 많았고(이건 익스프레스티켓덕..), 특히 버스를 타고 영화 세트장을 둘러보는 스튜디오 투어가 다른 유니버설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이었단다. 버스 운전 가이드는 세트장 주변을 돌며 어떤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는지 설명해 주었고, 그 덕분에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 한가운데 들어간 느낌이었다.

커다란 박스형 세트장 안에서 3D 안경을 쓰고 체험한 쥬라기 월드도 인상 깊었고, 야외 세트장에서는 실제 영화 속 홍수 장면을 모니터로 보여준 뒤, 바로 그 자리에서 똑같은 홍수 장면을 연출해 주었다. TV 화면으로만 보던 장면의 이면을 직접 보니, 우리 집 따님이 특히 큰 흥미를 보였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엄마 TV 안에 사람들이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거야?”라고 묻던 아기 시절의 따님이 떠올랐다. 설마… 우리가 여기까지 데려왔는데도 아직 그렇게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긴 요즘 매일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공들여 편집하며 내 핸드폰 메모리를 모조리 잡아먹는 용량 하마인 걸 보면 그럴 리는 없겠다. 여하튼 우리 따님이 소비제가 아닌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이면의 원리에 흥미를 보이다니.. 뭉클하다.

가장 재미있었던 어트랙션을 하나만 꼽으라면 Revenge of the Mummy.

탑승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대로 뒤로 가속한다. 보이지 않으니 상황 파악은 불가, 공포는 배로 커진다. 그야말로 ‘모르는 게 더 무서운’ 경험이었다. 우리 집 양반하고 따님 너무 놀라서 울기 직전인듯 보이고. 따님은 내리고 나더니 입술이 퍼렇게 질려 몸을 덜덜 떨더라. 그러거나 말거나 속도감 즐기는 이 애미는 너무너무 재밌었는데, 머리카락이 광란의 춤사위로 가위손 스타일이 됐더라. 왜 아무도 말 안 해줬는지.

단연 인기 많은 곳은 닌텐도 월드다. 사실 나는 그저 닌텐도 월드 속으로 들어갈 때 팬시한 느낌 말고는 큰 재미를 못 느끼는 곳이다. 구성은 오사카와 같다. 주요 어트렉션은 마리오 카트. 총 쏘면서 코인 모으는 어트렉션인데, 일본에서도 그랬지만 버튼 누르다 보면 손이 아파져서 별로. 애미는 가만히 만 있고 나를 재밌게 대접해주는 어트렉션을 원해. 내 노동력까지 동원해야 하는 어트렉션 사양하고 싶다. 요즘 어트렉션 스타일은 대체로 4D영상을 보며 라이드를 타는 형식인데, 화면 보며 날다 보면, 이게 사십 대 아줌마 아저씨들은 가끔 토가 쏠리는 듯 속이 안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 요즘 들어 여행의 복병은 우리 따님. 해리포터 존에서 따님이 마술지팡이를 또 사달라고 징징대기 시작하는데.

"따님, 일본에서 헤르미온느 마법 지팡이 사줬잖아. 다 해 본걸 왜 또 사야 하니?."

"이번엔 다른 거 살 거야."

최소한 5분가량 지팡이 가게 앞에서 대쪽같이 서있는 딸을 지켜보자니 미국까지 와서 엄마 잠깐 이성 놓을 뻔했어.



늦은 저녁 유니버셜. 엄청난 크기의 칠면조 레그를 판다. 훈현한 맛과 뜯는재미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나와서 저녁으로 북창동 순두부.


공연도 보고 잔잔한 어트렉션도 타다 보니 해가지고 저녁시간이다.

화려한 밤을 뒤로하고 저녁은 20여 년 만에 영접한 북창동 순두부다. 하루 종일 느끼한 미국식 테마파크 음식과 격렬한 어트랙션에 시달린 속을 달래기엔 역시 얼큰한 국물이 필요하다. 순두부 LA 갈비 콤보 먹었다. 기대를 품은 나와 달리 "엄마가 해준 순두부랑 별반 차이가 없다"며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가족들이 못내 거슬려... 적당한 고추기름 얼큰한 맛과 뭉큰하고 고소한 순두부가 잘 어우러진다. 나는 곱창 순두부를 특히 좋아하는데, 곱창이 들어가면 고소한 맛이 증폭된다. 조그만 조기가 사이드로 나오는건 그대로. 옛날엔 김도 나왔던 것 같은데.

웨이팅 30분 정도한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멕시칸 계열의 외국인이 여기 진짜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식당이라며 이야기 한다. 은근히 외국인들 입맛에도 맛는 듯 하다. 일본 중국 대만 친구들(나는 아시안 친구들하고 어울리게 되더라...)하고 종종 왔던 곳이라 순두부가 아시안들에게 먹힌다는 건 알았지만, 서양인들도 좋아할 줄은 몰랐다. 사실은 옛날에 친구들과 몰려가서 먹었던 추억이 엉켜있기때문에 나로선 객관적으로 맛을 분별할 수 없는 맛이다.


출발은 이틀 전에 했는데, 겨우 하루 놀았다니.

와ㅡ신나는데 피곤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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