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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Jul 17. 2017

1만번의 연습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큰아이 유치원 프로젝트 발표회를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한학기동안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예쁜 영상에 담아 보여 주네요.

영상 속, 아이들이 팔찌를 만듭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말이죠.
왜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뒷산으로 떠난 산책길에 본 예쁜 나뭇가지들,
그것들을 모아 온 것이 시작이라 하네요.


나뭇가지로 목걸이를 만들려 했던 아이들
그러다 문득 작은 팔찌가 만들어졌답니다.
그러자 너도나도 팔찌를 만들었다 하네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입니다~!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을 차분히 기다려 줍니다.
먼저 제시하지 않고,
아이들이 무엇을 찾는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요.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또 다른 영상 속, 한 아이는 종이로 건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열 번째 다시 만들고서야 마침내 건물을 세웁니다.
보는 제가 다 마음이 쓰이네요.

그래도 기다립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구와 재료는 모두 제공하되,
스스로 찾는 방법을 존중하지요.

이것이,
레지오에밀리아 교육법입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의 이름을 딴 이 교육법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아교육법입니다.


이 교육법은 크게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아이는 주체자, 교사는 동기부여자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이론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무언가를 가르쳐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빛이 나오는 프로젝터에 집 모양이 비친 것을 아이가 봅니다. 

아이는 어디서 나온 모양인지 찾아보게 돼죠. 계속 찾다보니 프로젝터에서 빛이 나온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 앞에 세모,네모 블럭이 그림자를 만들게 된단걸 알았습니다. 다른 모양을 두면 또 다른 집모양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때, 교사는 프로젝터 앞에 여러모양을 놓아주는 동기부여자의 역할에만 충실합니다.



2.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교사가 목표를 제시하고 아이들이 따라가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모두 프로젝트가 됩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놀이 중, 찰흙으로 모양을 만듭니다. 이때 빵 모양을 만드는 아이들이 많이 생깁니다. 빵 모양이 많아지자 아이들은 스스로를 '빵공장'이라 부르며 놀게 됩니다. 

이때 교사는 '빵공장 프로젝트'를 명명하고 아이들의 활동을 촉진시켜 줍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다양한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 보게 됩니다. 한쪽에선 만든 빵을 팔고 사는 아이들도 생겨 납니다. 자연스레 '빵가게 프로젝트'로 이어집니다. 이때, 교사는 직접 아이들에게 근처 빵가게를 견학시키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만들고 팔고 사는 과정을 '직접' 기획합니다. 무엇보다 의사결정의 과정에는 토론이 우선 됩니다.

빵을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팔지, 얼마에 팔지 등, 모두 토론을 거쳐 결정합니다. 

당연히 오랜시간이 걸립니다. 어른의 눈엔 비효율적인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실험과 실수, 그 안에 새로운 방법을 찾는 자유를 얻는 것이죠.
 


3. 중요한 기록의 과정

아이들은 생각을 꼼꼼히 기록하고 표현합니다. 

이 과정에 '아뜰리에' 라는 미술표상도구를 제공합니다. 나무조각부터 실, 단추, 과일씨, 각종 재활용품 등 수많은 재료를 제공 하지요.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자르고, 붙여서 표현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런 꼼꼼한 기록의 과정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장황히 설명했지만, 최근 한국의 많은 유치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과정 중 하나 입니다.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응원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기다림'
어쩌면 이 교육과정을 한마디로 정의 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아이가 '엄마' 라는 한 단어를 말하기 위해 몇 번의 연습을 하는지 아시나요?
보통 1~2만 번 정도 라고 합니다.

'어- ㅁ-ㅏ'
'어ㅁ ㅇ-ㅏ'
'어음 ㅁ-ㅏ'
이렇게 수 차례 머릿속으로 연습합니다. 직접 소리를 내기도 하지요.

수 천번, 또 수 천번 비슷한 소리를 내지요. 실수에 실수를 거듭 하고서야 마침내 "엄마"를 외치게 됩니다.



유명 사진작가들도 촬영 작업을 할때면 수 천컷 이상을 찍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잡지에 실리는 것은 10여장이 전부입니다. 가장 좋은 사진은 표지에 '딱 한장'이 실릴 뿐입니다.


사실, 우리의 모습도 다르지 않습니다.
혹시 몇 번 해보고 안된다고 쉽게 포기하진 않았나요?


문득, 어른이 된다는 것이
'실패해선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쌓아가는 과정같아 보입니다.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문제는, 실수하고 그곳에 머물러 버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무리좋은 교육법도 소용없지요
'엄마'는 물론, 아무 단어도 말할수 없을 테지요
멋진 잡지 속 사진들이 탄생할 순 없을 것입니다.

때론 아이처럼 도전 해본다면,
우리가 생각치 못했던 곳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발표회를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손 내밀어 고쳐주고 싶었을 순간들을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집에 도착해 아이에게도 감사해 합니다.
그만하고 싶었을 포기의 순간들을 참고 '도전'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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