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가 자세를 고쳐잡는 법

by 디아나

곧 새로운 조직으로 인사이동을 할 예정이다. 연초에 좋은 기회를 잡아 라이브 게임을 케어하는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배운 것을 바탕으로 시장에 나갈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편의상 프로젝트 A라고 부르도록 하자. A는 현재 회사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고, 누구나 참여하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다. 입사 동기인 경오빠도 최근 A에 합류했는데, 왜 풋내기가 A에 참여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오빠는 잘 보이기 위해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한다고 했다. 나의 어떤 면이 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직장은 나에게도 A를 맡을 기회를 주었다. 비록 난 아침 7시에 출근하지는 못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그리고 잘 해내야겠다는 기합을 넣으며 A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새로운 일이다 보니 업무를 하는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 조직과 팀원들에게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도 있다. 나의 역량과 가능성을 그들이 발견할 수 있을지도 염려가 된다. 그럴 때마다 스몰 토크를 하며 은근슬쩍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흘리기도 하고, 검증하고 시험을 하는 것 같은 일을 받을 때면 요령 없이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물론 그 시험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의 나는 미숙한 부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프로젝트 A는 나에게 주는 기회이자 역량 검증하는 시험인 셈이다. 그래서 신중하되 늦지 않게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적당한 시간에 원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매 순간마다 필요한 만큼의 인풋(영감)과 역량(기지)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알량한 지식이 먹히는 어떤 날은 일을 잘 해내기도, 다른 날은 죽을 쑤기도 한다. 늘 그렇듯 여전히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


나는 채울 수 있는 것에 갈증을 느끼고, 내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짜릿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말이다. 이런 성향을 알게 된 후로는 나의 안목을 높이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교만해지지 않도록 매 순간 모든 상황에 사람에게 배우고자 했다. 나를 갈고 닦는 일은 지금도 내가 1순위로 두는 일이기도, 가장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최근에 시작한 새로운 일은 앞으로 나를 더 성장시켜줄 것 같아 기대된다.


그럼에도 나는 종종 '성장하지 않는 사람, 고여있는 사람'이 될까 봐 불안하다. 나쁘지 않은 회사에 나름의 환상을 가지고 입사했만, 회사 구성원 모두가 반짝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거나, 익숙해진 일을 하며 '밥값'하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운이 나쁘게 너무 일찍 직책을 달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남을 낮추면서 자신을 과시하기도 했고, 자기 확신이 없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기도 했다. '반면교사'를 마음에 새기며 나는 멈추지 말아야지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미생에서 한석율이 성대리를 보면서 느꼈던 것들 말이다. '저 사람도 처음부터 저렇진 않았을 거 아니야? 마냥 기다리기엔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무섭다'


한편 오늘 나는 회사 동료 젤리랑 일하는 직장인을 3부류로 나눴다. 첫째는 주어진 일을 해내거나 못 미치는 수준으로 완성하는 케이스. 이런 경우 보통 '밥값'만 하면 된다는 논리로 자신을 변호한다. 연차가 쌓이면 그것에 맞게 실력도 늘어야 하는데- 본인이 밥값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더이상 성장하지 않고, 결국 연차와 연봉은 오르는데 성과만 오르지 않는 사람이 된다. 투자 대비 효과가 안 나오는 데도 본인은 짬으로 때워 온 익숙함을 능력으로 착각한다. 동글이도 언젠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내 주위에 자기 밥값만 하면 된다는 사람 중에 일 잘하는 사람, 진짜 1인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어. 오히려 일 잘하는 사람들은 항상 본인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었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3부류를 설명하거나 누군가를 비하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가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이 첫 번째 분류와 너무 닮아서다. 언젠가 나도 머리가 크고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처리할 때가 올 텐데, 우월감과 질투가 8할인 나는 미래에 그 사람들과 다를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기회가 오지 않거나- 환경적인 이유로 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는 나도 그들과 똑같아지지 않을까.


그에 대한 답은 내릴 수 없지만, 그저 난 마흔이 되어서도 반짝이며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의식적으로 부족함을 되새기고 겸손과 배움을 상기시키는 것뿐이다. (외부적인 기회나 환경은 운이 필요한 영역이니까) 그리고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다. 1년 뒤의 내가, 3년 뒤의 내가, 10년 뒤의 나를 변호하고 합리화하질 않길 바라면서. 이렇게 글 쓰며 마음을 다잡듯이 말이다.


주말에는 동글이와 태평 동네를 산책하며 옛날 주택가를 산책했다. 실제로 살진 않았지만 각자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던 주택가.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집들을 둘러보다 동글이 말했다. '아 그런데 이 집들 진짜 힘겨워 보인다.' 오래되어 어릴 적 추억 말고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구조물들을 보며, 문득 안주해버린 반면교사 선배들이 떠올랐다. 구식 구조물들이 기본적인 주거 기능만 제공하면 된다며 자기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뭐 그 집들도 구식이 되고 싶어서 된거겠냐마는. 또 한 번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오래된 주택가를 내려오며 사진을 남겼다.


나는 일신우일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의 기회와 환경에 감사해 하며 기꺼이 성장을 선택하기를. 미래의 나를 보았을 때 스스로 힘겹다고 느끼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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