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 안 맞는 사람과 계속 부딪히며 일해야되는 상황이 온다. 좋은 게 좋은 거라 받아주었더니, 어느샌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 상대방을 발견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머릿속으로 차갑게 대하는 나의 태도를 상상하다가, '어차피 봐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도 저도 못하고 피하게만 된다. 내가 문제일까, 저 녀석이 문제일까 저울질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이 암의 원인인 것 같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한바탕 욕을 붓는다.
그러던 중 그저께 읽은 에세이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색해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엿을 먹이지는 못해도 서로가 어색해질 수는 있을텐데 말이다. 확실히 그 자식과 언쟁하거나 싸우는 것은, 사회라는 필드에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행동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색해지는 건 해볼 만한 대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득의양양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려 본다. 대화하는 빈도를 줄이고 억지로 맞춰주던 웃음을 지우는 거야. 리액션도 '아'만 하는 거야 등등
속을 끓게 하던 그 사람은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나에게 티끌 같은 존재다. 나의 하루하루는 내가 행복을 느끼기에, 나만의 취미와 여가를 보내기에,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기에도 바쁜 시간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시간을 풍족하게 쓰기 위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그 사람과 어색해지기를 결심한다.
이 방법은 무시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포인트는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되 중요하게도 생각하지 말자는 것. 내가 반응했던 사람 중 가장 귀찮았고 대충 대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너무 티끌 같아서 반응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 처럼.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딱 그 정도로 대하는 게 좋다. 걱정말고, 한바탕 싸우는 게 아니라면 그 사람과 더 안 좋아져봤자 더 어색해지는 것 뿐이다. 오히려 좋아.
구체적인 팁을 주자면 관심사가 아예 다른 척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 못하는 듯한 능청을 떠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 그렇네요 의견은 다양할 수 있죠ㅎㅎ' 하고 쌩까거나 귀찮은 대화에는 '으잉?' '헉' 추임새만 넣고 대화를 마무리해보는 식이다. 사람을 괴롭히는 게 취미인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상대방도 거리감을 두게 될 것이다. 아, 되도록 가능하다면 상대방을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지만, 또 어떻게 상황이 돌아갈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 보험이라 생각하고 딱 귀찮은 존재로만, 그 정도로만 생각하기.
여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해보면, 찰나인 그 사람과 어색해지는 것은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고려대학교 정신의학과 한창수 교수님도 이렇게 말했다. "벗어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다면, 우리는 나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어색해지기 프로젝트를 한 지 한 달 후, 놀랍게도 그 후부터 잊을만하면 계속 떠오르던 짜증과 분노가 씻은듯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어색해지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다. 모두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