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독서 기록
시대의 빠른 변화 앞에서 선배와 직장은 더이상 선생님과 울타리가 될 수 없음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결과물이 몇년 전까지는 '사이드 프로젝트'나 '부업' 정도였다면 요즘엔 부쩍 '나라는 존재 스스로가 가치를 가지도록' 노력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면, 불안감을 느낄 그들에게 '그게 맞아'라며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데이터를 캐며 발견한 시대의 흐름을 용기로 전달한 책,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독서 리뷰다.
국내 1세대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업 바이브컴퍼니의 부사장이기도 한 송길영 작가는 웹에서 대중들이 사용한 비정형적 데이터를 키워드로 시대의 변화를 해석했다. 작가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하는 삶의 양식이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세분화되었으며, 조직을 매개하지 않고도 스스로 무한대로 성장하는 AI 시대가 도래했고, 가족과 부양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개인을 '핵개인'으로 칭하며 그들이 선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캔다'는 그의 정체성에 걸맞게 변화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마음 가짐과 그에 비롯된 움직임을 세심하게 담아냈다고 느꼈다.
넷플릭스에서 잘팔리는 K드라마, 해외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한 K-pop을 보며 그는 첫번째로 'K 오리지널리티'에 집중했다. 그렇게 자세히 봤더니 K 오리지널리티가 From Korea보다는 Made by Korean에 가깝다는걸 발견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물리적 개념이 아닌, 한반도라는 장소의 가치 체계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종합적 정서로의 확장이 Made by Korean의 근간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개념을 잘 정리하면 핵개인을 도출할 수 있는 첫 번째 가정이 만들어진다. 바로 세분화된 취향과 센스는 개인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는 것이고, 그 경계는 남이 만든 것이 아닌 각자의 정서에 따라 그들이 직접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기성 시대에서의 분류란 외부에서 규정짓는 시각에 불과했다. 수직적 능력주의 아래 특정 집단에 소속되거나 그 기준에 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기성 세대였다면(From Korea), 개개인의 특성이 다양화되며 모두가 오롯한 자신으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게 지금의 시대인 셈이다(Made by Korean). 우리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키워드들을 직접 선택해 스스로를 지칭하며 살아간다. '유명 대학 출신', '유명 동호회 회원'보다 '통근러', '다꾸인'같은 키워드들이 나를 더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키워드를 가진 사람들과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내가 정한, 나에게 맞는 취향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져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챗GPT에 물어보면 쿼리도 해석해주고, 원하는 엑셀 함수도 알려주고, 기술적인 내용도 쉽게 알려준다. 우리집 강아지 이름까지 지어주는 AI는 웹 2.0시대 검색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던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꿔버렸다. 이제 시간을 파는 일을 AI가 대체하게 될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인간이 노동 처우 개선을 요구할수록 자동화도 빨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직업이 유망한데? 뭘 준비하면 되는데?
기존에 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하게 될 앞으로의 시대에는 섹션 단위의 업무는 존재하지 않으며, 직무가 아닌 일 자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맞을지는 모르지만 설명하자면 '데이터마이닝을 하는 사람'은 쉽게 대체된다. 앞으로 데이터마이닝 자체는 AI가 계속해서 잘 해낼것이기에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을 해석하는 일'을 하는 일은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AI 툴을 활용해 AI 디렉터로서 창조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성장과 공동체의 공감, 사회적 기여가 동반되는 일자리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작가의 의견이다. 단순히 AI를 활용하고, 일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내가 만들어내는 일의 당위성일지도 모른다.
또한 AI와 유튜브, 깃허브, 여러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얻었다. 온 세상이 나의 선생님이고 나의 무대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기존 우리의 보금자리를 담당했던 회사와 선배의 가치는 옅어져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대가 넓어지고, 변화가 빨라지고, 우리의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대학과 직장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기차역에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이, 딱 그정도가 현 시대의 직장으로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기회(기차)가 오면 서로의 발전을 바라며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또 새로운 무대를 향해 떠나는 것이다.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진 핵개인의 두번째 가정은 새로운 무한한 성장을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꾸준히 현행화'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 앞에서는 모두가 신입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에 영입되기 위해 우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꾸준히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책에서 들려준 여러 사례를 통해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만들어 나가고, 주도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현행화'하는 것이 '핵개인'이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한번도 정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핵개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마지막은 핵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모습으로 내 가치를 인정받으며 잘 살고 싶다' 이게 요즘 내가 희망하는 방향이자 고민이다. 책에서 언급된 문장처럼 나 역시 어떤 권위의 정점으로 가기 보다는 내 마당에서 차린 아틀리에의 '장인'으로서 인정받으며 살고 싶다. 그래서 나의 고유한 가치를 만드는 방법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치트키를 바로 말하는 기분이긴 하지만, 개인을 상품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서사 narrative'라고 설명한다. 이제 사람들은 수치적으로 얼마나 잘했고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인고 치열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행하는지에 더 마음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송곳같은 세분화된 취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분화된 취향이란 앞서 얘기한 핵개인들이 스스로 정한 정체성이기도 하다. 세분화된 취향이 고유함을 만들면, 착실하게 쌓인 고유함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측정된 권위를 만들어 낸다는 공식이 완성된다. 다만 축적의 시간을 거쳐야 진정성을 인정받아 권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성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클립에서 송길영 작가는 이 일을 2013년부터 10년을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들어 '작가님'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작가로 불러주니까 기분으면서도 반대로 10년을 파니까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여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대하며 고유성을 축적하는 것이 우선이다. 검증된 깃허브 스코어나 블로그 구독자, 인스타그램 달리기처럼 '측정된 권위'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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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존재가 '핵개인'일 것이다. 시대 속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 흐름이 순방향이고, 가고 있는 길이 옳다'고 용기를 주고 싶어 글을 썼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일기 예보처럼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예보해준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는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 있었던, 용기를 받았던, 조금 더 강단을 가지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송구영신하는 마음으로 연말에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