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 얽메이지 않는 삶

2014년 일기

by 한솔

아부지랑 차 타고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가 오는 길이였다.

인도 중간에 있는 삼계탕 집의 주차 공간에서 차를 다시 도로로 빼려고 하는데 인도가 도로보다 높이 있는 바람에 차를 빼니 '쿵'하고 소리가 났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어이구 내 차'하고 내려서 차를 볼탠데

아빠는 정말 팔자 좋게 '어이쿠!' 한마디 하시더니 그냥 간다 ㅋㅋㅋ 역시 울 아빠

뭐 한두번 이런 일이 있는 것이 아니니...

우리 차가 사람이라면 참 불쌍하다. 관리를 잘 안한 탓에 여기저기 상처가 많다. 주차를 잘못하다가 긁힌 부분, 찌그러진 부분 등...참 많다. 물론 엔진 등 안전에 관련한 부분이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검사를 받지만, 그 이외의 얕은 기스 등은 아무 신경도 안쓴다.

차를 많이 쓴적이 없어서 10년이 되어도 10만 킬로 밖에 안뛰었고,

차가 긁혀도 크게 차에 애정이 없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특히 차로 인해서 부부관계가 나뻐질 일은 없다. 쿵! 찍어도 어이쿠! 하면 그만이다 ㅋㅋ

이런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나도 차에 대한 욕심이 정말 없다. 군대에서 가장 신기했던 풍경 중에 하나는 남성잡지에 나온 '차'와 '시계' 사진에 몰려드는 아이들의 모습이였다. 그들은 차 이름, 시계 이름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었던 나를 참 많이 '계몽'시켜주었다. '테그 호이어'라든지 '미니 쿠퍼'라든지 그런 이름들은 사실 내 뇌 속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는데, 나름 그런 이름들의 '섹시'함을 인지시켜준 것들은 그 아이들이었다. (물론 요새도 그런 제품들의 '섹시'함은 인정하지만 그렇게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차에 대해서 다른 아이들이랑 대화하면서 내가 가장 의문이 들었던 것은 이런거다. 사실 난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차들의 섹시함은 인정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내 차도 그런 모습으로 생기면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차의 굴곡이라든지, 입체성이라든지, 기능과는 상관 없지만 '꼬리'나 '날개' 같이 생긴 부분들은 상당히 미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왜 우리가 말하는 '일반 차'들은 그런 모양으로 만들면 안되는거지? 난 그냥 내 (미래의) 분수에 맞을 일반적인 차들도 그렇게 이쁘게 생겼으면 좋겠다. 페라리의 비정상적인 마력은 어차피 일상생활에 아무짝에 쓸모도 없지 않나? 높은 기능과 높은 미적감각이 합쳐진 페라리가 물론 차의 이상향일진 몰라도, 일반인들에게는 높은 기능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진다) 사실 나에게는 기능은 (생계형 차로 불리는) 다마스 정도도 훌륭하다 ㅋㅋㅋ

그리고 더 큰 맥락에서 보면 나에겐 별로 차가 필요 없다. 그리고 이러한 차의 불필요성은 차가 꼭 필요한 특수 직업군을 제외한 나의 세대의 거의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오히려 차가 생기면 너무나 일상 생활이 불편할 것 같다. 차 보험이라든지, 기름 넣는 것이라든지...게다가 차 없는 친구들이랑 놀다가 또 데려다 주기까지 하고.

차가 생기더라도 아빠랑 비슷하게 살것 같다. 차가 긁히던, 차가 찌그러지든 (물론 그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연하게 살고 싶다.

차에 얽메이면 인생이 너무 피곤할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차가 필요한 순간이 더 많아질 것은 예상한다. 하지만 꼭 필요하면 카쉐어링이라든지 택시라든지 여러가지로 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필요한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은가? 물론 카쉐어링을 하게 되면 약간 조심스럽게 운전하는데에 따른 얽메임은 있겠지만, 그 정도는 차를 항상 관리해야하는 스트레스에 비교하면 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차에 드는 엄청난 구입비용과 유지비용을 생각하면 (나이가 들면서) 타게 될 택시 비용에 비교해서 훨씬 작을 것 같다. 대부분 지하철 타고, 필요하거나 힘들때 택시타면 되지 뭘.

아무튼 차타고 오면서 차의 '쿵'소리에 삼계탕 집에서 나눈 부자간의 대화와 행복이 깨지지 않는 것이 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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