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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rowth Diary

어느 꼰대의 독백과 20년 전 사무실

by Poorich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과 네이버 블로그 Top에 속하는 블로그의 글을 공유한다.

20년 전과 현재가 묘하게 오버랩핑 된다.


첫번째는, 술 취한 어느 40대 꼰대의 독백 정도가 제목으로 어울리는 글이다.


"나는 그를 혐오했다. 그는 늘 과거를 과장했다. 이봐, 너희는 행복한 줄 알아. 난 왕년에 너희처럼 시시하게 일하진 않았어. 밤을 셌지. 토요일도 일요일도 나왔어. 너희처럼 토요일 놀고 일요일은 퍼져서 쉬는 세대가 아니었지. 모든 것을 회사에 바쳤단 말이야. 청춘을 바치고 개인을 바치고 열정을 바쳤지. 너희가 다니는 이 회사는 그런 땀 속에서 만들어졌단 말이다. 그러면 요새 건방진 젊은 것들은 싫은 표정을 짓곤 하지. 저희끼리 수군거리는 것을 나도 알고 있어. 그가 취해서 중얼거린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독백이 이어진다. 바쁘게 지낸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말았지. 지금 의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해 공허한 한 남자를 말이야. 내 인생에 중요한 일이 벌어진 위대한 젊은 날을 과장하지 못한다면, 지금 이 허무를 견닐 수 없다는 것을 너희는 모르지. 지나간 과거에서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할 때 마흔 살 남자는 낙엽처럼 부서지는 허망함 속에 서 있게 된다는 것을 너희처럼 새파란 것들은 알 수가 없는 거야. (구본형, 2007년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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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20년 전 대리시절의 사무실 풍경 정도가 제목으로 어울린다. (by 네이버 블로그 '메르')



"대리 시절의 하루는 다음과 같이 흘러갔다.

다섯시 오십분, 통근버스를 타면 여섯시 이십분에 회사에 도착한다.

사무실에서 살짝 떨어진 구내식당에 바로 가서 아침을 먹으면 여섯시 사십분 정도가 된다.

업무는 7시부터 시작된다.

16시가 되면 공식적인 근무시간이 끝난다.

하지만, 공식적인 근무시간이 끝나는 것이지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도 일은 계속되었다.

출근은 통근버스가 있지만, 퇴근은 지하철로 해야 했다.

지하철로 퇴근하려면 11시에는 나와야 한다.

취객들과 한 시간 가까이 2호선을 타면, 선릉역에 도착한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12시가 넘는게 보통이었다.

회사는 7/4제라고 했지만, 우리들은 이것을 세븐일레븐이라고 불렀다.

기획부서라는 곳은 일에 끝이 없었다.

특히, 루틴하게 업무시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티타임이라고 부르는 임원회의 준비였다.

월, 수, 금 아침 7시에 시작되는 임원 회의에 주제는 금화목 저녁 5시쯤 CEO에 의해 최종결정 되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다음날 오전 7시에 시작되는 임원회의 주제에 참고자료를 준비하려면, 야근이 당연했다.

주제가 자유토론으로 잡히면 머리가 더 아팠다.

시험에서 예상문제를 뽑듯이, 최근 이슈를 확인해서 예상답안지를 만들어야 했다.

실무자인 내가 새벽 1-2시쯤 최종 보고서를 건네주면 직속상사는 먼저 퇴근하라고 보통 이야기를 했다.

새벽 1-2시에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 뒤,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 다시 5:50분에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야했다.

나는 그래도 퇴근이라는 것을 했지만, 직속상사는 집에 가지 않았다.

새벽3시쯤 팩스를 보내고, 1부를 인쇄해서 임원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지하1층에 있는 의무실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에 3일은 새벽퇴근, 2일은 11시쯤 퇴근, 1일은 회식인 루틴이 계속 돌아가는 대리시절 5년을 보냈다.

당시에는 토요일에도 출근을 하다보니 주 6일이 저렇게 돌아갔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헛일은 아니었다.

짧은 시간에 현안을 분석해서 대책을 세우고, 이것을 읽기 쉬운 문서로 만드는 능력이 만들어졌다.

이것들을 활용하니, 남들보다 숫자를 조금 더 쉽게 낼 수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거의 20년 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항상 조직에서 일어나곤 한다. 현재 MZ 세대도 그 때는 신입사원이었고 현재의 모습과 유사했을 것이다. 앞으로 20년 뒤에 회사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푸념들이 흘러나올까? 과연 변화될까... ^!^


(필자의 대리시절 모습과 사무실 풍경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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