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가 되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끌림과 자연스러운 상황에 의해 그림을 컬렉팅 하게 됐다. 소중한 작은 작품들, 책장 옆에 그림판이 생겼다. 처음 아트페어에 출품한 작가님이 건낸 인사가 잊히지 않는다. 나의 첫 컬렉터님. 그렇게 멋진 단어에 난 걸맞은 사람일까. 행사가 끝나고 며칠 이 흐르고 난 뒤에도 이상한 마음이 잊히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내가 산 작품들의 작가님들의 작업 설명은 지금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잘 들어맞는다. 마음에 이끌려, 자꾸 잊히지가 않아서,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앞으로 꾸준한 작업을 해주시길 빌며!
우연, 결국 운명을 이끈 건 8할이 우연이다. 노력은 어느새 기본이 되어 버렸고 현재에 머물며 인생의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불안정해 보이는 삶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시절보다 가장 안정적인 삶에 머물고 있다. 어느 날 이런 글을 봤다. '주어진 삶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며 서사의 순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은 평범한 삶도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그렇다면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의 사건 조각이 되고, 과거의 후회는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점점 소멸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만족에 이르는 길은 어렵다. 우연한 상황을 만들고 그 속을 유영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님의 작품.
우연한 상황은 우리를 예상하지 못한 체험으로 인도해요. 완벽하지 않고 불안정한 날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주목합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먼저 길을 잃어버리고, 작품을 진행할 때 얼룩이나 오브제로 우연한 상황을 만들고 그 위에 떠오르는 기억들을 나열합니다. 그러고 나서 즉흥적으로 작품명과 글을 써요. 자신의 작업을 보고 자연스러운 감각에 빠져 개개인의 세계를 만들어 갔으면 해요.
언제나 사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족한 사람인 나를 사유만이 충만하게 해줬다. 자주 머릿속을 헤매며 혼란스럽지만 이곳만큼 편안한 곳도 없다. 사유의 숲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아래의 작품을 계속 볼수록 사유하는 내 모습과 동일시 됐다. 짧게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작가님 역시 작품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품의 이름은 little philosopher. 작가님은 삶 속의 모래알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씩 꺼내 확대하여 작품에 녹여낸다. Acrylic skin은 평면에 자유롭게 붓질을 하고 건조해 그것을 떼어내 만들어 2차원과 3차원으로 배치한다.
자유롭게 만들어진 물성으로 조합한 little philoshpher. 언제나 내 곁에 머물며 사유하는 인간으로 남아내길 바란다. 삶의 조각들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며 살아내는 인간이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고, 서점에서 마음에 이끌리는 책을 구매하듯, 작품을 구매했다. 난 온전히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내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된다. 나도 그렇게 살아내는 사람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작품에, 작가님에게 닿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을 오늘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