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작은 변명
마흔을 두 해 넘긴 나이가 되고 보니,
먹고사는 일은 정말 '일' 그 자체가 되고, 연애도 그저 지나가거나 머무는 것이 되고 만다.
조금은 어렸던 시절에는 '일'도 '연애'도 죽을 만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누가 부러 그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죽을 듯이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나의 삶의 그 무언가에 말이다.
그 삶의 절반 즈음을 지나고 보니, 죽을 듯이 매달렸던 그 먹고살고 사랑하는 일이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장이 조금 차갑고 단단해지는 것, 그게 나이를 먹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이제 마흔둘의 미혼으로,
여전히 공연업을 생업으로,
결혼만 생각하던... '연애'는 없던 이상하고 긴 연애를 끝낸 상태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취미 집착'의 항목이 추가되었다.
취미도 죽을 만큼 매달리게 된, 마흔둘의 미혼의 공연 업자가 되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2년 전 즈음, 조카의 학교 방학 숙제였던 신생아 모자 뜨기를, 온 가족이 유행처럼 매달렸던 그날부터가 시작이었다.
유튜브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여기저기 실의 샘플을 사서 모아 갖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끝에,
가방, 모자, 목도리 정도는 거뜬히 만들어 낼 수 있는 '뜨개 취미자'가 되었다.
코로나로 생업이 위협받는 것은,
생각보다 더 고단하고 힘든 일이었다.
맨 정신으로 버티지 못하겠는데, 이상하게 술도 사람도 싫었고...
그 좋던 드라마도 책도 보이지도 읽히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몇 달을 지내다가,
실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엮어가며 조금씩 빈 공간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코로나로 생업이 멈추고, 두 손과 넋을 모두 놓고 나니,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 그 와중에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말이다.
뜨개바늘과 실을 손에 잡은 지 2년.
돈도 시간도 많이 드는, 조금 고약한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취미도 나는 죽을 만큼 기를 쓰며 하고 있다.
그렇게, 놓을 뻔하던 나의 생업에도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어느 하나는 숨구멍이 뚫려야 살 수 있다.
현생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즐거운 것에 매달려야, 오늘이 지나오는 내일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다.
일만으로도, 삶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고독한 시대는, 가지 각색의 취미들을 만들어낸다.
왜 그렇게 까지, 밤을 새워 가며, 손에 굳은살이 배겨 가며, 만들어내냐고 누군가 물었다.
내가 몰두할 수 있어 몰두하는 것이고,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있어 만드는 것이고,
엄마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하나 둘 나눠주다 보면 내 손에 남는 것이 없을지언정, 행복한 그 감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차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실을 엮어 가고 인연을 엮어간다.
취미의 시대에 사는 모두, 어떤 것들을 즐기시는가?!
그게 무엇이든, 즐겁게 열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