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팬에 안쳐 굽는 호밀빵은, 성형할 필요가 없고, 그러니 발효 바구니도 필요 없어요. 카운터에 밀가루 묻힐 일도 없고요. 할 일이라고는 믹싱 볼에서 주걱으로 섞는 게 다예요. 첫 호밀빵을 만들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실이에요. 몇 번쯤 사 먹기도 했으나, 제가 기억하는 호밀빵은 유럽을 여행하며 숙소의 아침밥으로 먹던 그 맛이 대부분이에요. 그게 갑자기 먹고 싶지 뭐예요.
호밀 스타터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끝내주게 쉬운 100% 호밀빵 함께 만들어요.
재료: 오란다 큰 팬 (16cm x 8cm x 6.5cm) 1개의 호밀빵.
⑴ 사전 반죽:
호밀 스타터 50g
차가운 물 100g
호밀가루 75g
⑵ 본 반죽:
호밀가루 100g
소금 2g
뜨거운 물 75g
만들기:
1. 전날 밤, 사전 반죽해요. 믹싱 볼에 호밀 스타터 50g, 차가운 물 100g, 호밀가루 75g을 넣고 잘 섞어, 반죽이 마르지 않게 덮어요.
2. 다음날, 1의 반죽이 두 배 이상 부풀고 반죽 윗면에 작은 숨구멍이 보이면 본 반죽을 할 거예요.
3. 우선 빵 팬에 버터나 기름을 바르고, 주전자나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요.
4. 1의 믹싱 볼에 호밀가루 100g, 소금 2g을 뿌려요.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을 잘 섞어요.
5. 섞은 반죽을 버터 칠 한 팬에 넣고 꾹꾹 눌러 담아요. 윗면을 매끈하게 만든 다음,
6. 호밀가루를 솔솔 뿌려요.
7. 호밀빵의 발효시간은 놀랍도록 짧아요. 2시간이면 발효가 다 될 거예요.
8. 그러니 1시간이 지나면 오븐을 달궈야 해요. 240도 예열하고, 물 쟁반을 만들어 함께 넣어요.
9. 발효가 완료되고 오븐도 달궈졌다면, 반죽을 넣고 220도에서 20분 굽고, 물 쟁반을 빼고 200도로 낮춰 20분 더 구워요.
10. 완성! 완전히 식혀, 잘 감싸, 다음날부터 먹어요. 열흘 가까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거예요.
팁:
0. 인스타그램 paindemari님이 엠마뉴엘 하지앤드류의 <유럽식 홈메이드 천연발효빵> 책의 레시피를 공유한 것을 보고 조금 수정해 만들었어요. 원문은 2020년 6월 9일 글에 있어요.
1. 스타터는 피크 상태에서 사전 반죽에 넣어요.
2. 제가 사용한 호밀가루는 '선인'에서 소분해 파는 노란 봉지 '유기농호밀가루'예요.
3. 호밀빵은 그냥 빵보다 소금을 적게 넣어요. 원 레시피에서 소금의 양을 줄였어요.
4. 전날 밤과 다음날 사이의 시간이 궁금할 거예요. 책에서는 18-24시간이라고 한다는데, 제 경우 23-4도의 실온에서 12시간 걸렸어요.
5. 호박씨, 해바라기씨, 아마씨, 깨 등을 섞어요. 깨는 그냥 넣으면 되지만, 호박씨, 해바라기씨, 아마씨는 불려서 넣는 게 좋아요. 전날 밤, 사전 반죽을 할 때 함께 불리고, 본 반죽 할 때 넣으면 돼요.
6. 재미있는 것은, soaker, 부재료를 넣은 호밀빵은 윗면에 크랙이 덜 생긴다는 거예요. 아마도 부재료가 기공을 만드는 데 어떤 방해를 하는 것 같은데, 막상 빵은 crumb의 차이가 별로 없어요. 부재료를 넣은 것이 더 맛있기도 하고요.
7. 빵을 구울 때 윗면의 색이 너무 많이 나면 중간에 알루미늄 포일로 덮어요. 저는 마지막 10분 남겨 두고 매번 덮었어요. 제가 사용하는 오븐은 지에라 아날로그 오븐이고, 컨벡션+열선으로 했어요.
8. 호밀빵은 실온에서 겁나 오래 가요. 지금 먹고 있는 호밀빵을 언제 만들었나 보니 4월 3일에 만들었대요. 열흘이 넘었어요. 호밀빵을 만들기 시작한 후 집에 하루도 빵이 떨어진 적이 없는데 자주 만들어서가 아니라 한 번 만들면 두고두고 오랫동안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구운 다음날보다 그 다다음날, 그러니까 셋째 날 혹은 넷째 날이 저는 더 맛있어요. 껍질은 부드러워져 있고 속살은 여전히 촉촉해요. 오늘 먹은 열흘 전의 빵도 여전히 맛있으니, 호밀빵 정말 요지경이에요. 여러분, 꼭 만들어 보세요.
9. 다음엔, 겁나 맛있고 역시 만들기도 겁나 쉬운, 에스토니아 호밀빵 레시피를 올릴게요. 그동안 호밀스타터 변종하고 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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