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코 끝에 걸친 볼록 안경 들어 올려
빗겨 올라가는 시야에 맞춰 작은 얘기가 금세 커다래졌다.
어느 때부터 인가?
글 모양새 쪼그라들고 물때 끼어 흐릿해서
미쳐 보지 못한 코 앞에 아름다운 것들이
이제야 제 모습으로 또렷해졌구나
다문 눈과 감긴 입술이 허공에 떠 있던 게
적은 관심과 텅 빈 무성의의 결과였겠구나
뒤늦게 들여다보게 된 마뜩잖은 세상을
돋보기로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리석은 대안.
내가 바르지 않고는
보여도 그대로 보기 힘들겠구나.
가슴에 볼록한 구슬 한 짝 필요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