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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신드롬 Dec 22. 2024

여름아, 너의 탓이 아니다.

산문

가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나. 

햇빛은 따습고 바람은 천사의 날갯짓일까 돼돌아볼 정도로 시원하니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있니,

변화무쌍한 내 나라의 계절이 이리 다정했었나? 


이번 여름, 마음까지 축축하게 한 게 비단 계절 탓이겠나 

해마다 찾아오는 무더위였을 뿐인데 

그저 때때로 투덜대는 내 옆에 앉아있었을 뿐인데 여름은 억울도 하겠다. 


유독 이번 한 해는 약하디 약한 마음이 계절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했다. 

가을은 처량해서 쓸쓸해했을 테고 

겨울은 온도를 나누기에 인색해 치사하고, 

봄은 또 찔끔 울다가 여름에 목놓아 울었겠나 싶어 혼자 난리였을 터니..


그냥 계절의 차이는 온도 일뿐. 해와의 거리일 뿐. 

내가 걱정거리고 내가 골칫거리 일뿐인데 

벗거나 입거나 두르거나 풀어헤치면 나아질 것을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내 폐 속의 숨이 모자를 뿐 세상의 산소는 딱 그만큼 살기에 좋을 텐데 말이지.


차가운 바람이 숨을 앗아갈 정도로 추운 계절이 돼버렸을 때도,

움츠려 좁아진 가슴을 조심스레 펴고 공기를 폐에 가득 담아...

이제는 좀 마음을 써 볼 테니... 


내 마음이 지쳐 쓰러져 있던 게

여름아, 너의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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