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가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나.
햇빛은 따습고 바람은 천사의 날갯짓일까 돼돌아볼 정도로 시원하니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있니,
변화무쌍한 내 나라의 계절이 이리 다정했었나?
이번 여름, 마음까지 축축하게 한 게 비단 계절 탓이겠나
해마다 찾아오는 무더위였을 뿐인데
그저 때때로 투덜대는 내 옆에 앉아있었을 뿐인데 여름은 억울도 하겠다.
유독 이번 한 해는 약하디 약한 마음이 계절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했다.
가을은 처량해서 쓸쓸해했을 테고
겨울은 온도를 나누기에 인색해 치사하고,
봄은 또 찔끔 울다가 여름에 목놓아 울었겠나 싶어 혼자 난리였을 터니..
그냥 계절의 차이는 온도 일뿐. 해와의 거리일 뿐.
내가 걱정거리고 내가 골칫거리 일뿐인데
벗거나 입거나 두르거나 풀어헤치면 나아질 것을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내 폐 속의 숨이 모자를 뿐 세상의 산소는 딱 그만큼 살기에 좋을 텐데 말이지.
차가운 바람이 숨을 앗아갈 정도로 추운 계절이 돼버렸을 때도,
움츠려 좁아진 가슴을 조심스레 펴고 공기를 폐에 가득 담아...
이제는 좀 마음을 써 볼 테니...
내 마음이 지쳐 쓰러져 있던 게
여름아, 너의 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