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덩그러니 집 한켠 옷장에 담배 냄새 풍긴다며
옷걸이에 걸려 있던 무거운 양복이
아내의 탈취제 한 바가지 세례를 받았다.
천대인지 환대인지…
새벽 옷 입는 시간마저 애 마르다.
한 번 더 입으려고 벨트째 걸린 구겨진 양복바지와
머리 둘레만큼 풀다 만 넥타이 매듭이
알맹이 없이 옷걸이에 목을 매었다.
아침부터 어깨에 걸려
늦은 오후까지 자리를 지킬
무딘 갑옷의 쇠 가슴판이 되었다.
퇴근길에는, 축축이 식어버린 땀 젖은 등
까끌한 모포가 되어 제발 포근했으면
한숨 숨겨 내뿜는 담배연기
묵직한 잿빛 화약 냄새 절어
아무리 밝은 색 실을 써도 태 안나는 양복은
오늘하루 인생 승차권.
받은 만큼 토하고
정거장에 섰다.
비켜라
종유석 같은 바지 세워놓고
오늘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