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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신드롬 Dec 29. 2024

양복

덩그러니 집 한켠 옷장에 담배 냄새 풍긴다며 

옷걸이에 걸려 있던 무거운 양복이 

아내의 탈취제 한 바가지 세례를 받았다. 

천대인지 환대인지…


새벽 옷 입는 시간마저 애 마르다.

한 번 더 입으려고 벨트째 걸린 구겨진 양복바지와 

머리 둘레만큼 풀다 만 넥타이 매듭이

알맹이 없이 옷걸이에 목을 매었다.


아침부터 어깨에 걸려

늦은 오후까지 자리를 지킬 

무딘 갑옷의 쇠 가슴판이 되었다. 


퇴근길에는, 축축이 식어버린 땀 젖은 등

까끌한 모포가 되어 제발 포근했으면


한숨 숨겨 내뿜는 담배연기 

묵직한 잿빛 화약 냄새 절어

아무리 밝은 색 실을 써도 태 안나는 양복은 

오늘하루 인생 승차권. 


받은 만큼 토하고

정거장에 섰다.


비켜라

종유석 같은 바지 세워놓고

오늘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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