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보면 안 되는 버킷리스트

세일즈맨 에세이

by 피터팬신드롬

1. 한 달간 안식일 휴가 가기. ( 당연히 유급으로 )

2. 실적 대책 임원회의 때, 돈이야 벌 때도 있고 못 벌 때도 있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 떨기.

3. 사장님과 야자타임 하기. ( 야.. 니가 한번 팔아봐. )

4. 힙스터 수염 기르고 전략 기획 브리핑하기.

5. 책상에 구둣발 올리고 팔베개 하기.

6. 음주 상태로 아이디어 회의해 보기.

7. 일생 단 한번 만이라도 보너스 600% 받아보기.

8. 아들에게 회사 견학 시켜줄 때, 사장이 내게 존댓말로 칭찬해 주는 것 보여주기.

9. 회사 운동회에서 짝 피구 하기. ( 사장님과 짝이 되어 내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만들기)

10. 영수증 딱풀 부치지 않고 영업비 정산하기.

raoz1AKXyBzX7nOvuLB0CMHS_vY

11. 칠보 바지에 민소매 티 입고, 슬리퍼 바람으로 영업 나가기.

12. 1년 열두 달 동안 회사 주차장에 공짜로 내 소형차 주차하기.

13. 9시간 동안 무사히 땡땡이치기.

14. 탕비실 회사 냉장고에 소주 가득 채워 넣기.

15. 회사에서 출장뷔페로 점심 먹기.

16. PPT작성도 느려서 못하는 내 랩탑, 최고 사양 그래픽카드가 내장된 노트북으로 교체하기.

17. 와이프 보는 앞에서 침대 가득 보너스 현금으로 뿌려보기.

18. 고가의 키보드를 회삿돈으로 사기. ( 핫스왑 스위치, 개스킷 마운트, 고급 알루미늄 하우징, 정숙 튜닝, 커스텀 키캡 등등)

19. 탕비실에 언제나 마른오징어 비치하기.

20. 유럽에 주재원으로 가서 4년 살다오기.

21. "인턴" 이란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내 마사지사가 있는 회사 다녀보기.

22. 회사 명절선물로 백화점 한우 갈비 세트를 친가, 처가에 보내기. ( 돌배, 김, 파리바XX 상품권 말고 )

23. 경쟁 피티에 나레이터 모델 고용하기.

24. 사장님과 연봉협상하기. ( 사장님의 연봉을….)

25. 상사가 불금에 회식하러 가자고 할 때 당당하게 “No!”라고 말하기.




25항을 쓰면서 디즈니 “알라딘”의 지니가 생각났다.

지니는 요술램프 족쇄에서 풀리자,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소원 비는 주인에게 “No!”라고 말하는 거였잖은가.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20140812_196%2Frite_1407842289542Pd96t_JPEG%2F%25BE%25CB%25B6%25F3%25B5%25F2_%25C1%25F6%25B4%25CF_%25B3%25CD_%25C0%25DA%25C0%25AF%25BE%25DF_71.jpg&type=sc960_832 고릴라 무비 네이버 블로그 2016.05.04. / 알라딘 (Aladdin,1992) - 지니의 자유

물론 족쇄가 풀려야 할 일이라고까지 할 필요도 없고 다행히 사표를 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들이지만, 아무래도 나의 버킷 리스트는 내가 회사의 녹을 먹고사는 한, 절대로 사장이 봐서는 안 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현업에 있는 월급쟁이로서 절대로 이 글은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는 출간하면 안 되겠지만….


25개의 버킷리스트가 웃픈 상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내가 회사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 실업자라면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니 이 소망을 품을 수 있는 상황마저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진부한 결말을 맺어야겠다.


대개 진실은 진부한 법이니까.


쉿!

sticker sticker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