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큐라, 선녀를 만나다

세월이 흘러간 "싸이" 후속

by 피터팬신드롬
“당신을 위해 시간의 바다를 넘어왔소. - I have crossed oceans of time to find you.”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공포영화 “드라큐라”에 나오는 명대사. 드라큐라 백작이 400년 전에 죽은 아내가 환생하여 돌아온 미나 머레이를 보고 한 대사이다. 워낙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흡혈귀가 나오는 영화는 어릴 적부터 특히 더 좋아했다. 이 영화도 이미 본 영화였지만 워낙 고전이라, ‘비주얼’ 적인 것만 인상에만 남았었는데, 서른 후반의 노총각의 눈으로 다시 보니 여기저기 로맨틱한 대사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땐 몰랐다. 그 대사를 내가 쓰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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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눈앞에 두고 있던 나는 한국 땅에 내 반려자는 없는 것으로 결혼에 대해 반 포기 상태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중에는 일에 치이고, 주말에는 PC 방에서 살고 있었으니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2012년 2월 22일. 당시 직장생활 약 10년쯤 되던 해의 어느 날.

거래처에서 결혼상대자를 처음 만났다는 둥…. 이런 클리셰가 나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회사에서 화이트데이를 맞아서 직원에게 선물을 보내기로 했는데, 꽃다발 추천을 받아 그 이벤트를 할 업체와 우연찮게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내게 과분했다. 후광이 보일 정도로 아름다워서 얼굴을 바라보면 소프트 포커스(Soft Focus) 효과로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보였고, 그녀가 입거나, 두르고 있던 명품은 그 독보적인 빛을 오히려 그녀에게 뺏겨버렸다. 게다가 플로리스트였으니, 집에 꼴랑 2벌의 은빛 정장슈트와 검정 슈트를 교차해 가며 4가지 패션으로 '콤비 대마왕'이 별명이었고 영업직이었던 나는 선녀를 영접한 나무꾼의 심정이었다.


“당신을 위해 시간의 바다를 넘어왔어요. 엘리스님. 언제 둘이서 식사라도 한번….”


생뚱맞게 업무 미팅이 끝나고 난 뒤 문자를 보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래처였기 때문에 일대일로 데이트를 신청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첫눈에 보고 반했다 해서 무작정 쫓아다니는 시대도 아니었고 (스토커라는 개념이 막 생겨나던 시절이었다.), 그녀가 만약 거절한다면 일에 지장이 있을 수 있는 일이니 확실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나무꾼 외모로 드라큘라 백작의 로맨틱한 명대사를 그녀에게 문자로 보내놓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 이게 진짜 현실일까? 이거 내가 너무 쉽게 기회를 얻으려 하는 걸까? 시간의 바다 어쩌구가 영화 대사라는 건 그녀가 어떻게 알지? 첫 만남의 설렘에 걸려 넘어져 마음이 뒹굴뒹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 문자를 보내고 난 거의 하루가 지나고서야 문자 답신이 왔는데….


“네 팀장님, 언제 시간 되면 점심 같이 드세요.”

'야~ 호~'


만약 답장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아마 답답해서 숨이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그때부터 잊고 있었던 모든 연애세포를 깨워 구애 작전을 실행해 옮기기 시작했다.

저 선녀를 내 곁에 두기 위한 막무가내 구애가 시작되는 운명적인 날.

2012년 2월 22일.

그녀와 처음 만난 날.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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