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얼굴은 봅니다.

연봉 동결 시 마인드 컨트롤 하기.

by 피터팬신드롬

이번 연도도 동결.


‘다행이다!’


요즈음같이 고물가 시대에 봉급은 그대로라는데 이게 왜 다행일까?


‘동결인데, 임원 승진 따위는 없다는 소리겠지?’


그렇다. 나는 임원이 되는 게 싫다.


영업직 회사원 26년 차.

경력은 쌓였지만 직함은 거꾸로 가고 있다. 상승이 아닌 하강. 2001년에서 18년간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상무를 찍고, 10년이 못 되게 지난 현재는 부서에서 최고령 부장이 바로 나다. ( 그렇다고 무임승차자는 절대 아니다. 부장이 그럴 수 있는 직급도 아니고….)


요즈음은 직장보다는 직업이 중요한 세상이니, 그렇게 특이한 이력도 아니다. 근무 년 수 중 가장 길게 일했던 회사에서 상무 직함도 달아봤고, 그 회사의 흥망성쇠를 모조리 목도한 후 허탈하게 반강제 이직을 할 때쯤에는 새롭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기에 상무, 이사 같은 임원 배지에 미련은 없었다.


이후 몇 차례 1년 터울로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 다니다 보니 그곳에서 핵심 임원이 되기에는 아무래도 신뢰관계가 성립되기는 힘들었었다. 그렇게 된 것은 타의 반 자의 반이라고 할 수 있다. 임원이라는 것은 남들 보기에 폼은 좀 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회사생활에서 경험한 바로는 임원 타이틀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특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가 아닌 최고 관리자가 되는 날로부터 파리목숨이 돼버리는 일련의 흔한 종말이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연봉을 ‘억대’로 주지 않는 한, 어느 회사에서든지 임원배지를 달기 위해 억지로 신뢰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이 말은 즉슨 나에게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소개팅녀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저도 얼굴은 봅니다.’


이 말은 흡사 무조건 치마만 둘렀다고 여자가 아니고, 여자라고 해도 모든 남자가 대시를 하지는 않는다라는 말이다.

회사도 그렇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비전이 있다거나, 평판이 좋다거나, 탐원들 어느 하나라도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있다거나, 복리후생이 좋다거나…. 따져볼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부장 나부랭이도 임원이 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겉으로는 알 수 없는 회사의 상태를 직접 몇 년이고 겪어보고 선망을 하든, 코피 터지게 열심히 일을 하든지 할 것 아닌가.


회사도 나와의 고용 계약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매출 신장의 효과를 보기 위한 존재로만 생각한다 치면 오히려 편하다, 양심의 가책은 없다. 나의 쓸모는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고,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긴 하지만, 다행히 법으로, 보험으로 고용을 보장받는 가장 최고 레벨의 노동자.

그렇게 보면 부장은 개꿀 보직이다. 내게 요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식견과 숙련된 나의 노동과 시간일 뿐,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하기 위해 희망을 품고, 비전을 만들라는 강요는 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은 편한 거다.


욕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시끄러운 곳은 내 마음이다.

‘부장이 꿀 보직이라고 네 입으로 말하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쯧쯧쯧'


이렇게 만년 최부장은 마음을 숨기려다 들켰다.

그저 내 아들 대학교 마칠 때까지만 월급쟁이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마음을...


참고로 내 아들은 이제 중학교 2학년.

적어도 10년은 더 일해야 한다.

현재 만으로 51세인 가장(家長)은 마음이 어지럽다.


가슴으로는 열이 받지만,

머리로는 다행인 게,

가장의 입장이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