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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May 25. 2024

커피를 좋아한 게 아니었어

그 속의 향을 좋아했지. 

계기

어설프게 카페 준비를 해봤고, 친구 한 명이 커피에 관심이 많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다 보니 흥미가 솟았다. 카페에서 서서히 커피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대부분 긴가민가했지만, 분명히 맛있는 커피도 만날 수 있었다.




맛있는 커피

맛있던 커피의 원두, 그 이름은 다음과 같다.

콜롬비아 그린애플파이

에티오피아 구지 아돌라 메시나


‘콜롬비아 그린애플파이에서는 말 그대로 강렬한 청사과 향을 느꼈고, ‘에티오피아 구지 아돌라 메시나’에서는 복숭아와 꿀의 향이 노골적으로 풍겼다. 잊을 수 없다.


맛을 곱씹던 중 잡음이 끼기 시작했다. 의문이었다. 청사과, 복숭아, 꿀. 커피 자체의 향이 아닌 다른 향을 통해 즐거움을 느꼈다. 그렇다면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청사과 차, 복숭아 차, 꿀 차'를 마시면 되지 않나? 왜 굳이 커피로 그 향을 느껴야 하는가.


특히 와인과 커피가 그렇다. 무슨무슨 노트라 칭하며 수없이 많은 향이 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의아하다. 복숭아에서 ‘중강배전의 다크한 커피 노트’를 찾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커피의 맛은?

한 카페를 방문했다. 맛에 대한 기대, 그리고 커피 자체의 향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로. 마이나 층에게 유명한 카페였다. 애매한 위치였지만 커피 하나만을 보고 찾아갔다. 3만 원을 들여 3잔을 마셨다. 그리고 확신했다.


커피의 향은 그냥 커피의 향이다. 수많은 노트로 표현하지만, 가장 먼저 나를 마주하는 그 향. ‘커피 향’.


선명한 노트가 느껴지는 커피도 있다. 앞서 설명했던 두 커피처럼. 하지만 굳이 찾아야 하나? 노트가 잘 뜨는 커피를 찾아마시는 것보다, 그냥 그 노트의 차를 마시면 되지 않나?




왜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되돌아갔다. 왜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나. 텁텁함과 씁쓸함이 싫었다. 지금도 그런가? 그렇지 않다.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커피도 마셔 봤다. 커피의 씁쓸함에도 익숙해졌다. 이제 커피를 싫어할 이유는 없다. 


※ 과거, 왜 커피를 마시지 않는지 설명한 글: 글빵사(@bakeletter)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늘어난 선택지

커피라는 선택지에 얽매여 있었다. 복숭아 향을 강렬하게 느끼고 싶다면 복숭아 음료를 마시면 된다. 굳이 커피에서 다른 향을 찾을 필요는 없다. 


커피는 커피로써. 커피 향을 느끼고 싶을 때 마시자. 커피 향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향을 추가로 느낄 있다면 횡재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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