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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구 moon gu Jan 20. 2023

나는야 필라테스하는 여자

필테로 시작되는 소비 릴레이


  필라테스가 요즘엔 많이 저렴해졌지만 예전에는 비싼 럭셔리 운동이었다. 1회당 최소 5만 원이라니, 그럼 주 2회 한 달이면 40만 원이잖아!


그 비용을 지불하며 꾸준히 하기는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동네에 우후죽순 필테센터가 생기더니 1회 금액이 9,900원(물론 1년 정기권)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더 저렴한 곳도 있는 거 같다.


50분의 체험수업이 끝나고 집에 올 때 다리가 풀려서 간신히 걸어오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뭔가 근사한 운동 기구를 이용하니 체지방이 더 빨리 분해되고 금방 날씬해질 것 같았다.

필테하는 멋진 나


고민하다가 100회권을 결제했다. (1회 비용이 가장 저렴하니까)


건강에 투자하는 아주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도 되고 운동에 이렇게 큰돈을 써본 적이 없어서 사실 걱정도 되었다.(진짜 100회를 다 쓸 수 있을까?)




나는 전형적인 하체비만형이다. 상하체가 두 사이즈 정도 차이 나고 골격, 뼈대의 두께까지 심하게 달랐다.

상체는 가늘고 하체는 두꺼웠다.(지금은 상체에 살이 붙어 하체와 엇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좋은 걸까?)


10킬로 가까이 운동과 식이로 체중을 줄여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상체는 마르고 하체는 여전히 튼실해 보였다. 체지방의 문제라기보다는 체형 문제 였다.

극사실에 가까운 그림이다.

외모에 대해서 콤플렉스 없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따로 노는 상하체는 좀 불편한 일이었다. 특히 부었냐, 다이어트전문기관에 가서 다리만 살을 빼달라고 해봐라 라는 얘기들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었다. (지금은 타인의 몸평,얼평을 대놓고 하는 무례한 사람은 만나기 어렵지만 예전엔 아주 많았다.)




필라테스를 하면 속근육이 생겨서 발레리나 같은 몸매가 된다고 하더라. 하비인생 탈출이구나, 진짜 열심히 다녀야지!


편한 옷을 입고 오라고 해서 엉덩이를 가릴 수 있는 큰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갔다. 다른 회원들은 다 레깅스와 크롭티 같은 운동복을 입고 왔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흰색레깅스 입고 다리 얇아 보일 수 있는 게 신기하다

단체 수업을 처음하고 돌아와서 바로 검정 레깅스와 티셔츠를 주문했다. 이미 현금으로 목돈을 지출했기 때문에 운동복에 돈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최소한 한벌 정도는 있어야겠다 싶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한벌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 6개월 동안 여러 벌의 레깅스와 티셔츠를 사게 되었다. 10벌 미만이었지만 외출복도 아닌 운동복에 그렇게 돈을 써본 건 처음이었다. (예쁜 옷을 입고 운동해야 운동효과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몸매만 좋았다면 몇 배의 옷을 샀을 거다.

내 몸이 운동복에 대한 소비를 미니멀하게 해 준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중간에 고관절 부상으로 못 나가게 되어 남은 횟수는 다 날리게 었지만 100회 중 70회 정도는 나갔고 할인된 금액이어서 너무 속상해하진 않기로 했다.


지금은 홈트와 스트레칭으로 집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그 당시 샀던 레깅스와 티를 열심히 입으며 말이다!


홈트 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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